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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Jun 24. 2015

로마에는 로마건축물이 하나밖에 없다?

유럽여행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도시가 아마 이태리 로마가 아닐까 싶다. 로마를 동경하는 이유는 고대 로마제국의 수도였고 르네상스, 바로크 등 세계를 주름잡았던 시대의 주요 무대가 바로 로마였기 때문이다. 물론 로마는 로마시대의 수도였던 만큼 콜로세움, 로마광장, 카라칼라 욕장, 전차경기장, 산탄젤로 성 등 곳곳에 로마시대의 건축물들이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5세기경 로마제국이 멸망한 뒤 영화를 누렸던 고대 로마의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파괴되고 흙더미에 묻혀져 오랜 세월동안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 19세기에 들어 고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흙속에 묻혀있던 고대 로마의 모습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고 그제서야 대중들은 고대 로마건축의 위대함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콜로세움도 외형만 대충 남아 있는 등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파괴되어 작은 개선문 정도 외에는 원형복구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니 폐허의 모습만으로도 로마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고 전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으므로 이태리 정부에서는 아쉬운 게 없을게다. 대부분의 로마시대의 건축물은 게르만족에 의해 파괴되고 기독교 공인 이후 교회를 짓느라고 기독교인에 의해 또 다시 파괴된다. 그런데 유독 한 건물만이 로마시대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판테온(pantheon) 신전이다. 2세기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세운 이 판테온은 pan(all)과 theon(Gods)이 합쳐진 말로 ‘모든 신들’, ‘가장 성스러운 곳’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쥬피터, 마르스, 로물루스, 시저 등의 신상이 세워져 있는 다신교 신전이다. 때문에 다른 신을 배격하는 기독교의 입장에서 보면 수많은 로마의 신전 가운데 이 판테온 신전이 제일 먼저 파괴되었어야 할 건물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 건물만 살아남았을까? 그 이유는 이 건물이 밀라노 칙령에 의한 기독교 공인이후 교회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이 카타콤에 있던 순교자들의 시신을 이 판테온에 옮겨놓고 교회로 바꾸어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 건물이 오늘날까지 보존되고 있는 이유이다. 현재 이 판테온에는 이탈리아를 빗낸 위인들의 유해가 묻혀 있는데 이 가운데는 이탈리아를 통일한 빅토리오 임마누엘레 2세와 그의 아들 움베르토 1세 그리고 왕비 마르게리타가 묻혀 있다. 그리고 예술가 가운데 르네상스시대의 화가 라파엘로가 묻혀 있어 예술가를 왕들의 반열에 올려놓고 숭앙하고 있는 이탈리아인들의 예술에 대한 의식을 잘 웅변해 주고 있다.

이 판테온은 로마의 위대한 건축술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모든 신을 모시는 신전답게 이 건물은 우주를 상징하는 직경 43m의 완벽한 구체(球體)가 들어갈 수 있는 돔(dome)형식으로 건립되었다. 다시 말해 기둥없이 직경 43m의 대공간을 벽돌조로 만든 것이다. 로마시대 이후로 이 판테온과 같은 기둥없는 대공간을 수없이 만들어 보려 했으나 대부분 실패하였다. 직경 40m를 넘는 돔을 다시 만들게 된 것은 천 년이 흐른 뒤에야 이루어졌다.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렸던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원이름 :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에서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으니 로마의 건축술이 얼마나 대단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건물 천정의 돔 중앙에는 직경 9m의 구멍(eye)이 뚫려져 있는데 상승기류 때문에 웬만한 폭우가 아니면 이 구멍으로 비가 들이치지 않는다고 한다. 천정내부에는 원래 동(銅)으로 모두 덮여져 있었으나 동로마의 수도였던 비잔티움(콘스탄티노플)의 소피아 성당과 베드로 성당을 건립하는데 뜯겨져 갔다고 한다. 아무리 교회로 사용되었다고는 하나 태생이 이교도의 신전이었던 터라 판테온도 수난을 면할 수 없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물의 구조형식은 향후 돔형식 건축물의 원형으로서 건축사에 길이 빛나는 위대한 건축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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