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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Jun 24. 2015

세월을 돌려놓은 산사원 산사정원

구리에서 시작하여 백운계곡까지 이어지는 47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가노라면 포천시의  명산인 운악산(雲岳山)을 만나게 된다. 이름 그대로 비가 내린 후이면 구름 안개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험준한 바위들이 희끗희끗 얼굴을 내밀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그 운악산 밑자락에는 국내 주류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배상면 주가의 생산공장이자 멋진 박물관 및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는 산사원이 자리 잡고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전통주를 만드는 과정과 술 빚는데 필요한 각종 전통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옆에는 관람객이 전통주를 빚을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지하에는 배상면 주가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주류가 전시되어 있는 전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전시장의 중앙에는 모든 종류의 주류를 맛볼 수 있는 시음대가 있어 애주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멋진 공간이 갖추어져 있다. 박물관을 나오면 옆쪽에 속에서 술이 익어가고 있는 500여 개의 항아리들이 미로를 형성하고 있는 <세월랑>이 발길을 유도한다. 해인사의 법계도를 본 따 만들었다는 이 회랑은 산사에서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함이 묻어난다. 세월랑을 지나면 멋진 전통 한옥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름하여 <산사정원>. 이 정원 넓은 안뜰 좌측에는 나지막한 뒷동산을 배경으로 휴먼스케일을 느낄 수 있는 정자 한 채가 자리 잡고 있다. <취선각>으로 불리워지는 이 정자는 담양의 소쇄원 광풍각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으로 툇마루에 앉아 정다운 이와 술잔을 맞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한다. 취선각을 뒤로하고 눈앞에 보이는 루(樓)를 향해 가노라면 경주의 포석정처럼 흐르는 물에 잔을 띄워 풍류를 즐길 수 있도록 물길이 조성된 <유상곡수>를 만나게 된다. 유상곡수는 원래 신에게 드리던 제사 절차 중의 하나였는데 후대에 와서 삼짇날에 술잔을 물에 띄워 두고 왕과 귀빈들이 물길을 따라 앉아서 술잔이 돌아오기 전에 시를 짓는 풍류놀이 공간으로 변형되었다 한다. 유상곡수를 지나면 한옥으로 지어진 멋진 <우곡루>에 이르게 된다. 설립자 배상면 회장의 호(우곡)를 따라 명명되었다는 이 루(樓)에 올라서서 비안개 걷혀가는 운악산을 바라보노라면 신선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곡루 뒤쪽에 있는 <자성재>라 불리우는 단아한 한옥은 설립자 부인의 호를 따라 명명된 것으로 창덕궁 낙선재를 모델로 지어졌다 한다. 이 한옥의 지하에는 최상품의 술이 익어가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지상 공간은 귀빈들이 자리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한옥 뒤쪽 소나무 숲을 따라 형성된 산책로를 거닐며 아래를 내려다보면 우리 전통공간과 앞쪽에 펼쳐진 운악산의 위용이 한데 어우러져 세월의 시계를 조선시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201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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