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에서 100km 떨어져 독일 중서부 지역에 위치한 하이델베르크(Heidelberg)는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하이델베르크라는 지명은 독일어로 ‘신성한 산’이라는 뜻을 지닌 ‘하일리겐베르크(Heiligenberg)’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라인 강의 지류인 네카(Neckar)강 언덕 위에 자리잡은 하이델베르크는 하이델베르크 성과 더불어 1368년에 설립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중심으로 조성된 대학도시이다. 특히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괴테, 헤세, 헤겔, 야스퍼스 등 수많은 학자들과 7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배출한 세계적인 대학이다. 하이델베르크 성으로 가는 길목에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길 가에 위치하고 있다. 그림같은 건물들이 좌우로 도열해 있는 하이델베르크 중심가로(하우프트 스트라세)를 따라 성이 있는 쪽을 향하다 보면 넓은 광장이 나타난다. 시청사가 있는 마르크트 광장 맞은 편에 성령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이 교회는 칼뱅의 영향을 받은 개혁교회의 중심교회로서 원래 성당으로 지어졌을 때 장식되어졌던 많은 장식들이 ‘모든 것이 우상화될 수 있다’라는 이유로 일체의 성상을 금지하는 규율에 따라 스테인드 글래스와 십자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제거를 하였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개신교회의 예배당 내에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상 대신 십자가만 달려 있는 그 첫 모델이 이 성령교회라 한다. 다시 중심가로를 따라 가다 보면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나온다. 그런데 캠퍼스 건물이 그냥 길을 가다가 무슨 건물이지? 하고 명패를 보면 도서관, 법대 등 캠퍼스 건물명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서야 내가 대학 캠퍼스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나라의 대학 캠퍼스와 같이 캠퍼스 관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디가 캠퍼스 건물이고 어디가 일반 상업건물인지 구분이 안 간다. 그저 지도에 나와 있고 건물에 붙어 있는 문패를 보고서야 캠퍼스 건물인지 알 수 있다는데서 이국적인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13세기에 세워진 하이델베르크 성은 400여 년에 걸쳐 증축과 개축이 이루어져 성 내부의 건물들은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 등 여러 양식의 건물들을 볼 수 있다. 1618년에 시작된 신•구교 간의 종교전쟁인 ‘30년 전쟁’, 1693년 성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벌어진 ‘팔츠 계승 전쟁’ 등에서 성이 크게 파손되었다. 1764년 번개를 맞아 남아 있던 건물까지도 화재로 크게 소실되었고 성의 오른쪽 부분은 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되어진 모습이다. 파괴되어진 성벽에서 과거 성벽의 두께가 7m나 되는 난공불락의 요새였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성의 경내로 들어 가는 입구에 프리드리히 2세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영국의 개선문을 본 따 하루만에 만들었다는 영국풍 문이 눈길을 끈다. 이 문 아래를 지나며 사랑을 맹세하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남아 있어 많은 커플들이 찾는 곳이다. 이 성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루프레히트 궁으로 이 궁 지하에는 1751년에 만들어진 길이 9m, 높이 8m의 크기로 22만 리터를 담을 수 있는 세계 최대 와인 저장통이 관람객들의 눈을 놀라게 한다. 이 통에 전쟁 때 식수가 부족할 것에 대비해서 와인을 채워 놓았다고 한다. 성위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하이델베르크 도시 전체가 눈에 들어 온다. 강 건너편을 이어 주는 카를 테오도르 다리 끝에는 2개의 뾰족탑이 있는 교량탑이 있다. 다리 입구에는 원숭이상이 있고 원숭이 상 앞에는 2마리의 작은 쥐 조형이 있는데 이 조형물을 만지면 다시 하이델베르크를 찾게 된다는 스토리텔링으로 동으로 만든 쥐 조형물이 많은 사람들이 만져서 윤기가 흐른다. 강 건너편에는 나지막한 산길이 놓여져 있는데 이 산길이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수였던 헤겔, 야스퍼스 등 유명한 철학자들이 산책했던 ‘철학자의 길’이다. 그 길을 산책하다 보면 철학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철학가 못지않는 사색에 잠긴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이 길과 관련된 유명한 칸트의 일화가 있다. 칸트는 시계추처럼 꼭 정해진 일상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가 이 길을 산책하는 모습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은 하루의 시간을 알 수 있었다 한다. 그랬던 칸트가 딱 2번 산책을 거른 적이 있었는데 한 번은 루소의 ‘에밀’을 읽다가 그만 시간 가는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이고 또 한 번은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을 때 그 기사를 읽다가 늦었다고 한다. 하이델베르크는 대학을 중심으로 거리와 골목 어디를 둘러봐도 건물이며 간판이며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건물 하나 하나마다 형태며 색채, 창가에 내거는 꽃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경관을 생각하는 독일인들의 건축에 대한 인식이 하이델베르크를 한 해 300만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오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