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대성당 뒤쪽 라인 강변에는 멋진 강변 공원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강변을 따라 수변 공원이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어느 천변을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쾰른의 강변 공원은 뭔가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강이나 천변에는 범람을 막기 위한 둑이 설치되고 그 둑에는 으레 차도가 먼저 차지하게 마련이다. 대체로 수변 공원이라는 것이 남아있는 공간인 둔치에 공원을 마련하고 그 공원에 접근하려면 차도를 건너 계단이나 지하 통로를 이용하여 접근하는 것이 우리네 수변 공원 접근방식인데 쾰른은 그렇지가 않다. 차도에서 건물이 있는 골목길을 통과하면 오르내리는 불편함 없이 곧바로 라인 강변 공원에 다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라인 강변에 도시를 건설한 쾰른의 강변이 모두 차로가 공원 뒤쪽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쾰른 대성당이 있는 주변 지역을 다양한 문화공간과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면서 라인 강변까지 바닥의 레벨차이 없이 보행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간계획을 해 놓았다. 이러한 공간이 조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쾰른 성당 뒤쪽에 있는 도이치 다리에서 호엔촐레른 철교까지의 구간에 대하여 강변도로를 지하화하였기 때문이다. 이 구간 앞뒤로는 라인 강변을 따라 둑방 위로 강변도로가 길게 연결되어 있어 서울 한강변의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쾰른의 경우 이 구간에서 둑방 밑으로 차도를 지하화하므로써 이 구간에서는 보행자들이 차량들로부터의 위협을 전혀 느끼지 않고 차량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는 조용한 도시 공원이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이다. 대성당 주변으로 우리로 말하자면 명동거리에 해당하는 쾰른의 중심 거리인 ‘호에 거리’의 연장선이 지하화한 차도 위에 조성된 잔디 광장으로 연결된다. 그리하여 보행자들은 활기찬 거리 모습과 라인 강변의 공원을 같은 레벨에서 즐길 수 있다. 강변 공원은 쾰른 대성당 주변의 다양한 문화공간과 어우러지면서 대표적인 쾰른 시민들의 휴식처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는 로마-게르만 박물관과 루드비히 미술관, 쾰른 오페라 하우스, 쾰른 필하모닉 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로마 게르만 박물관은 쾰른 대성당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박물관인데 로마와 메로빙거 왕조 시대의 미술품, 보석, 유리 공예품 등의 고고학적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소장품은 디오니소스의 모자이크와 포블리키우스 무덤 등 약 300만 점의 소장품이 진열되어 있어 세계적인 박물관 대열에 속하는 박물관이다. 쾰른 대성당과 라인강 사이에 있는 루드비히 박물관은 20세기의 현대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엔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조지 시갈, 막스 에른스트,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작가들의 초현실주의, 추상주의, 팝아트와 같은 현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유럽에서 피카소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쾰른 성당의 주변에는 이와 같은 쾰른을 대표하는 문화공간들과 더불어 라인 강변에 위치한 라인강 크루즈 선착장이 많은 관광객들을 이곳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쾰른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곳이기에 공원에 면하여 카페와 레스토랑, 호텔들이 경사지붕과 화사한 색상을 한 예쁜 모습들로 길게 도열해 있다. 이 건물들 뒤쪽으로는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는 고딕양식의 쾰른 성당과 연속된 아치가 특징인 로마네스크 양식의 그로스 성 마틴 교회당의 고즈넉한 옛 건물이 배경이 되어 주고 있다. 라인 강변의 넓은 잔디광장이 신구의 높고 낮은 건물들로 스카이라인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쾰른의 강변 도시 경관을 멋지게 만들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