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베른 주(州)에 위치한 융프라우는 ‘유럽의 지붕’이라는 별명을 가진 높이 4,158m의 산이다. 융프라우란 ‘처녀’를 뜻하는 말로서 알프스의 고봉들을 등정하기 위한 거점 마을인 인터라켄의 아우구스티누스 수녀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명명하였다 한다. 인터라켄(Interlaken)은 ‘호수 사이’라는 뜻으로 툰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사이에 위치하여 호젓한 전원 풍경을 간직한 마을이다.
이 인터라켄에서 출발하는 산악열차를 타고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인 융프라우요흐(3,454m)까지 일반인도 손쉽게 올라갈 수 있다. 산악열차는 기차의 2개의 레일 중간에 톱니모양의 레일을 하나 더 깔아놓고 기관차의 양 바퀴사이에 설치된 톱니바퀴가 톱니모양의 레일을 물고 가는 아이디어로 기차는 급경사에서도 뒤로 밀리지 않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구조의 기차이다. 1912년에 완공된 톱니바퀴의 산악열차는 많은 관광객들로 하여금 융프라우 정상에서의 장관을 볼 수 있게 해 주어 융프라우 관광은 스위스 관광의 주요 거점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산악열차를 타고 융프라우를 오르는 기찻길 연변으로 펼쳐지는 알프스의 푸른 초원과 예쁜 꽃으로 장식된 건물들이 만들어 내는 산악마을의 아름다운 모습은 카메라 셔터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깎아 지른 절벽위에 점점이 박혀있는 융프라우를 오르는 급경사가 시작하기 전에 위치한 중간 기점이 그린델발트(Grindelwald) 역이다. 해발 1,034m에 위치한 그린델발트는 융프라우를 등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머물러야 하는 산악마을이다. 비록 산악열차를 타더라도 융프라우를 오르는 기점 마을답게 기차도 이곳에서 얼마간 정차를 하여 잠깐이나마 주변을 감상할 수 있다.
기차에서 내려 정상쪽을 바라보면 그린델발트를 덮칠 듯이 시커멓게 우뚝 서 있는 수천 길의 절벽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 절벽이 알프스 3대 북벽 중 하나인 그 유명한 아이거 북벽이다. 수많은 등반가들의 목숨을 앗아가 ‘죽음의 벽’으로 불리우는 이 북벽에 대한 등정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노스 페이스’를 보면 이 벽이 얼마나 등반하기 어려운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융프라우를 오르는 산악철도는 이 아이거 북벽을 뚫고 약 7km에 달하는 길이의 터널을 경유하여 종착지인 융프라우요흐 역에 도달하게 된다.
융프라우요흐에는 빙하 30m 아래 부분을 조각해서 만든 다양한 얼음조각이 전시되어 있는 얼음 궁전과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다. 이 레스토랑에는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신라면이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컵라면 값만 8,000원. 여기에 나무젓가락 심지어 더운물까지 돈을 내야 해서 컵라면 하나를 먹으려면 11,000원 정도를 지불해야 된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컵라면이지만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란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을 찾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辛라면’, ‘사발면’ 이라고 한글도 크게 씌여져 있는 모습과 유럽의 지붕에서 우리의 먹거리 제품이 전 세계인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워진다. 역사 뒤쪽으로 연결되어있는 노천 전망대에 오르면 유럽에서는 가장 긴 22km에 달하는 알레치 빙하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절벽위에 지어진 융프라우요흐 역사와 레스토랑 건물을 바라보며 100년 전에 수 천 미터의 험준한 바위산을 뚫고 철도를 만들 수 있었던 스위스인들의 뛰어난 토목기술과 집념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또한 인간이 만들어 낸 건축물이 엄청난 스케일의 설산과 빙하가 어우러져 융프라우의 절경을 한 차원 더 높여 줄 수 있음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