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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Jun 26. 2015

곰의 도시 베른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은 알프스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스위스에서는 취리히, 제네바, 바젤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도시이다.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고풍스런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럽을 갈 경우 중요 기점인 취리히에서 비행기를 내려 융프라우로 갈 경우 그 길목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 도시를 거치게 된다.

베른은 12세기 말에 건설되어 1353년 스위스 연방에 가입하여 비슷한 시기에 연방에 가입한 취리히와 함께 연방을 이끌어 갔다. 프랑스 나폴레옹에게 잠시 지배를 받았으나 나폴레옹이 죽고 난 후 다시 주권을 되찾아 1948년부터 스위스의 수도가 되었다. 베른의 구시가지의 모습은 아레(Aare) 강이 U자 형태로 감싸고 있으며 강 위쪽으로 지대가 높아 마치 요새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베른의 랜드마크인 뮌스터 대성당은 1421년에 건립되기 시작하여 1893년에 완성된 높이 100m의 고딕성당이다. 이 성당의 첨탑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베른 시가지 전체가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서 바라보는 베른 구시가지의 모습은 이 성당을 중심으로 대지의 경사를 따라 5층 내외로 붉은 기와를 얹은 경사지붕의 건축물들이 빼곡히 연접해 있어 아레 강의 에메랄드 색깔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베른은 곰의 도시다. 베른(Bern)은 독일어로 ‘곰’이란 뜻이다. 베른은 베르쉬톨트 5세가 사냥꾼들과 함께 사냥을 나서면서 이들이 처음 만나는 동물로 도시 이름을 짓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베른 내에는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이 볼 수 있도록 작게 곰 공원이 마련되어 있고 종종 강가를 배회하는 곰을 발견할 수 있다. 1789년 프랑스가 이곳을 지배하면서 파리로 곰을 데려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몇 마리의 곰이 수호신처럼 이 도시를 지키고 있다. 거리 곳곳에 도시의 상징인 곰을 나타내는 동상들이 있어 곰의 도시임을 실감할 수 있다.

구시가지의 중심가로인 크람 거리에는 베른의 상징인 시계탑이 도로 중간에 툭 튀어 나와 있어 쉽게 눈에 띈다. 탑처럼 생긴 이 건축물은 아치로 만들어진 통행로가 아래쪽에 형성되어  1191년부터 1250년까지 베른의 동문 역할을 해 왔다. 1530년 카스파 부르너가 천체의 움직임에 따라 시계를 만들었는데 매 시간 인형들이 나와 시간을 알려 주어 많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근처에는 아인슈타인이 머물며 상대성 원리를 완성시켰던 집이 있는데 현재는 그가 사용하던 생활용품과 당시의 자료들을 모아 놓은 아인슈타인 박물관으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크람 거리를 둘러싼 좌우에는 빵집, 상인, 푸줏간 등 18세기에 세워진 길드하우스들이 길게 도열해 있고 스위스의 민예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몰려 있다. 중앙 가로 이곳저곳에는 다양한 분수가 자리 잡고 있다. 가난한 음악가를 칭송하는 분수인 ‘백파이프 연주자 분수’와 전 재산을 기부하여 병원을 지은 여성 안나 자일러를 기리는 분수로 11개의 분수 중 가장 아름답다는 ‘안나 자일러 분수’ 그리고 ‘아이의 머리를 먹고 있는 분수’와 베른의 상징인 곰이 사격을 하고 있는 ‘사격수의 분수’ 등 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분수들이 중앙 가로에 놓여 있다. 가로중앙에 일정한 거리마다 하나씩 자리 잡고 있는 이들 분수들은 베른 구도심의 중앙가로의 아름다움을 배가시켜 주고 있다.

구시가지의 중앙가로 끝에는 구시가지와 곰 공원을 연결하는 뉘데크 다리가 놓여 있다. 이 다리는 도시를 감싸고 도는 아레 강을 연결하는 다리들 중 가장 높게 만들어져 이 다리 난간에서는 구도시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곰 공원 위쪽 언덕을 계속 올라가다 보면 수 천 그루의 장미가 심어져 있는 장미정원에 다다르게 된다. 도시 외곽에 가장 높은 언덕에 조성된 공원이어서 이곳에서 구시가지를 바라보면 대성당을 비롯한 구시가지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마치 스페인의 톨레도 강 건너 언덕 파라도르(parador)에서 중세도시 톨레도 시가지 전체를 한 눈에 관조할 수 있듯이 이 장미공원에서도 베른의 구시가지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 풍광을 만날 수 있다.

    

베른과 관련된 대표적인 예술가로 베른에서 반생을 보낸 파울 클레(1879~1940)가 손꼽힌다. 그의 작품 약 4,000 여점을 모아 전시장을 꾸며 놓은 곳이 베른 근교에 위치해 있다. 이른바 파울 클레 센터. 이 건물은 영국의 리처드 로저스와 함께 파리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이태리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2005년에 설계한 건물로 마치 건물이 물결치는 듯한 독특한 건축물로 세계의 건축인들 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이 이 센터를 찾고 있다. 누적된 시간의 흔적들이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현대의 예술가들의 창의성이 결합되어 더욱 더 많은 세계인들의 발걸음을 유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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