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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Jun 27. 2015

아름다운 뒤태 파리 노트르담 성당

파리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센느강에 위치한 시테섬 가운데에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아름다운 고딕 성당인 노트르담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노트르담(Notre-Dame)은 불어로 ‘우리들의 귀부인, 우리의 성모’라는 뜻으로 노트르담 성당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기리는 성당인 것이다. 최근 상영되었던 애니메이션 영화 ‘노트르담의 곱추’의 주무대로도 잘 알려져 있는 노트르담 성당은 1163년에 건립되기 시작하여 13세기 중엽에 완성되었으나 그 후에도 부대공사가 계속되어 18세기 초 측면의 제실(祭室)의 증축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18세기 프랑스혁명 때 건물이 심하게 파손되어 19세기에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하여 오늘에 이른다.


고딕양식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노트르담 성당은 12세기 이후의 중세 500년을 지배한 건축양식 이었다. 이 성당의 전면의 높이는 35m, 폭은 48m, 길이는 무려 130m에 달한다. 평면은 한쪽 길이가 긴 라틴 십자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제단의 방향은 성지인 예루살렘을 향하고 있다. 유럽에서 예루살렘은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제단의 방향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고 제단의 반대 방향인 주출입구는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주출입구인 서쪽 정면 하단부에는 첨두아치 형태의 중앙 출입문이 3개 있는데 가운데 문에는 <최후의 심판>이 부조로 새겨져 있고 왼쪽은 성모 마리아, 오른쪽은 성녀 안나의 문이다. 그 위로 <그랜드 갤러리>로 불리우는 위치에는 유대의 왕 28명의 입상들이 수평으로 도열해 있다. 그랜드 갤러리 위쪽 중앙에는 고딕 성당의 주요 구성 요소인 지름 9.6m의 장미창이 건물 전면의 좌우 대칭 형태의 정점을 이루고 있다.


장미창 좌우로는 쌍탑이 놓여 있는데 이 쌍탑 꼭대기에는 곱추 콰지모도가 목숨을 걸고 지켰던 무게가 13톤, 타종추의 무게만도 50kg이나 되는 종이 지금도 울리고 있다. 라틴 십자형 평면에서 짧은 축 방향으로 놓여진 남북 측면에는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는 지름 13m의 장미창이 놓여있다. 십자가 평면이 교차하는 위쪽으로는 높이 69m의 첨탑이 하늘높이 치솟아 있고 건물의 전면을 제외한 나머지 3면에는 고딕건축의 진수인 공중 지지벽(플라잉 버트레스)들이 갈비뼈 모양으로 건물을 삥 둘러싸고 있다. 고딕시대의 건축가들은 내부 천정 부분의 아치가 옆으로 벌어지려하는 힘을 저지하기 위하여 공중 지지벽을 고안하였다. 이 공중 지지벽의 고안으로 건물의 높이를 크게 높일 수 있는 반면 기둥의 굵기는 더 가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고딕건축은 과거 어느 시대의 건축보다 더 높고 실내공간도 더 넓어지게 되었다. 또한 기둥이 가늘어지면서 더 넓은 창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넓어진 창에는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래스를 설치하여 내부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되었다.


길이가 서로 다른 십자형 평면(라틴 십자형)으로 되어 있어 두 축의 교차점에 외부로는 첨탑이 설치되고 내부에는 제단이 위치하며 그 뒤에 성가대석이 자리잡는다. 성당은 육체를 상징하는 지하, 인간의 마음을 상징하는 지상, 영혼을 상징하는 첨탑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며 지하는 납골당(크립트, crypt)으로 쓰인다. 성당의 내외부에는 구약과 신약의 내용을 묘사한 조각들이 장식되며 그래서 성당을 흔히 “돌로 만든 성경 책”이라고 부른다. 성경책 자체도 귀했을 뿐 아니라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도 드물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에게 조각과 그림은 예술품이기 이전에 영혼을 지닌 경배의 대상이었다.


첨두아치와 대첨탑과 소첨탑, 그리고 공중 지지벽 등의 고딕건축의 주요 요소들이 모두 적재적소에 사용된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은 고딕양식의 교과서와 같은 건물이다.


성 루이 왕이 십자군 원정에서 가져 온 예수의 가시면류관이 보관되기 시작한 이래 1804년 나폴레옹 황제의 대관식 등 프랑스 각 왕가의 중요한 대관식, 결혼 미사, 장례 미사 등 프랑스의 국가적인 의식들이 이 성당에서 거행되고 있다.


매년 에펠 탑 방문객의 두 배가 넘는,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 바로 노트르담 성당이다. 노트르담 성당의 높은 첨탑과 공중 지지벽들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뒤태가 성당을 둘러싸고 흐르는 센느 강에 비추어져 지친 여행자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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