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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Jun 26. 2015

미술관을 통한 양구의 변신

강원도 북중부에 위치해 있는 양구는 DMZ를 끼고 있는 대표적인 군사도시이다. 이곳에서 군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강원도 산악지형의 혹독함을 뼈저리게 체험했을 것이다. 이처럼 양구는 험준한 산들과 군사도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저변에 깔려 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양구는 기존의 군사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 문화도시 이미지로의 변신을 꾀하여 왔다. 그 초석은 우리나라 현대회화의 지평을 열었던 박수근(1914~1965)을 양구의 대표 인물로 내세우면서 다져지기 시작하였다. ‘나무와 두 여인’이라는 그의 작품이 현재 145억 원이라는 한국미술품 중 최고 가격이 말해 주듯 박수근은 대표적인 국민화가로 불리운다. 척박하기 그지없던 양구군에서는 그저 양구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그를 양구의 대표적 인물로 내세우며 문화를 앞세운 도시 이미지 변신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박수근의 생가터로 추정되는 지역을 사들여 2002년 박수근 미술관을 건립하는 한편 경기도 포천 동신교회 묘지에 합장되어 있던 부부의 묘소를 박물관 뒤쪽에 이장해 놓았다.

양구읍 정림리에 위치한 미술관은 정면에서 보면 커다란 돌담이 둥그렇게 쌓여져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이 돌담을 크게 돌아야 비로소 미술관 입구에 다다르게 된다. 설계를 맡았던 이종호씨(1957~2014)는 미술관 자체가 박수근 선생과의 만남을 만들어내는 통로여야 한다며 진입동선을 길게 유도하였다 한다. 그는 이 박물관 설계로 2002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초대작가가 되는 한편 2006년 대한민국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으나 지난해 아깝게 57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하였다.

양구군은 박물관 건립에 이어 박물관 옆과 마을에 창작스튜디오를 새로이 건립하여 역량있는 작가들이 숙식을 하며 창작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공예공방과 갤러리도 함께 건립하여 운영하는 등 양구군은 박수근 박물관을 거점으로 한 양구읍 전체를 예술 도시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나가고 있다. 특히 올 해는 박수근 타계 50주년이 되는 해여서 서울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양구 박수근 미술관 두 곳에서 대규모 추모전이 현재 열리고 있다. 서울 DDP 이간수문전시장에서는 지난 6월 28일까지 ‘국민화가 박수근’ 展이 열렸고 양구 박수근 미술관에서는 8월 30일까지 ‘뿌리 깊은 나무 박수근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展이 열리고 있다.

양구는 포천보다 지리적 여건이나 지방재정상황이 결코 나은 것이 없는 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합장으로 포천에 모셔져 있던 박수근의 유해를 아무말없이 양구에 내어주는 한편 국립수목원 인근 직동리에 근대 전통화단 6대가 중 최고로 손꼽히는 소정(小亭) 변관식 선생의 묘소가 언제 파헤쳐 없어질지 모르는 위기감 속에 5년째 지역 예술가들에 의해 근근이 지켜지고 있는 포천의 현실에서 양구는 마냥 부러운 문화선진도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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