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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Jun 28. 2015

물위에 떠 있는 수도원 몽생미셀

물위에 떠 있는 섬

프랑스 서쪽 대서양 연안 노르망디 반도 끝자락에는 몽생미셀(Mont-St Michel) 수도원이 호젓이 자리 잡고 있다. 해안으로부터 약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수도원은 만조 때는 육지와 연결된 방파제만 남기고 바다에 둘러싸이게 되어 마치 물위에 둥둥 떠 있는 요새의 모습을 하고 있어 그 아름다운 모습에 프랑스 사람들도 가 보고 싶은 여행지 1순위로 꼽는 곳이다.

미카엘 천사의 지시에 의해 지어진 수도원

현재도 수도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몽생미셀은 708년 이 곳을 관장하고 있던 오베르 주교의 꿈에 대천사 미카엘(Michel)이 나타나 몸똥브(Mont-Tomb, 무덤 산, 몽생미셀의 옛 지명)에 수도원을 지으라는 계시를 내린다. 그러나 계속해서 꿈속의 계시를 무시하던 주교에게 미카엘 천사는 세 번째 꿈에서 주교의 한쪽 머리를 손가락으로 눌러 구멍을 낸다. 그제서야 놀란 어베르 주교는 계시를 받아들여 몽생미셸을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몽똥브에 작은 원형의 예배당을 지은 오베르 주교는 대천사 미카엘이 강림한 땅인 이탈리아 몬테가르가노에 사람을 보내 대천사의 유물(붉은 옷 끝자락과 대리석 제단 한 조각)을 얻어 오게 하였다. 이 심부름꾼이 모테가르가노에 간 사이 몽똥브 주변 바다에 격변이 일어나 바위산이 순식간에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이 되었다.


몽생미셀 만도 이때 생겨났다. 이 만은 조수 간만의 차가 대단히 크며 간만 때는 물살이 아주 빨라서 순례하러 찾아온 사람이 밀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래서 이 바위산을 ‘해난의 성미카엘(생미셀)’이라 불렀다. 현재 아브랑슈에 전하는 주교 오베르의 두개골에는 이마에 대천사 미카엘의 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다 한다. 대천사가 세 번째 오베르에게 나타나 이마를 손가락으로 눌러 자국을 낸 흔적이다. 건물을 짓기 시작한지 800년이 지난 뒤에야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한다.


미카엘 천사의 조각상

대천사 미카엘의 계시에 의해 지어진 건물인 만큼 중앙의 교회당 첨탑 꼭대기에는 미카엘 천사의 조각상이 올려져있다. 교회당 아래쪽에는 미카엘 대천사의 명령을 받아 전장에 나서 프랑스를 구했던 영웅 잔다르크의 동상이 서 있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잔다르크의 동상과 미카엘 대천사의 얼굴이 같다. 미카엘 대천사와 잔다르크를 구분하는 방법은 신의 명령을 받기 위해 위를 올려다 보고 있는 모습이 잔다르크이고 명령을 내리고 칼을 위협적으로 들고 악을 처단하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미카엘 천사란다. 이 교회당의 첨탑 꼭대기에 있는 미카엘 천사의 모습이기도 하다.


썰물때의 몽생미셀의 모습
프랑스의 전략적 요새

이 곳은 영국 해안과 마주하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유사시 요새로 많이 사용되어 왔는데  1256년에 요새화된 몽생미셸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었던 백년전쟁(1337~1453) 당시 프랑스 군대가 30년이나 이 성 안에서 생활을 하면서 방어했을 정도로 함락시키기 어려웠던 요새였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감옥으로도 사용되었고 나폴레옹 1세도 한 때 이 곳에 수감되었었다 한다. 지금이야 프랑스 최고의 관광지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과거에는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무시무시한 곳이었던 것이다.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델

한 편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미야자키 아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나오는 하늘 위를 나는 도시의 배경도 이 수도원이었다고 한다. 이 성 안에는 수도원외에도 숙박시설, 가게, 식당 등의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다. 특히 중세 이후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각 가게들의 간판은 글을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가게의 특징을 살린 픽토그램 같은 그림들이 있는 철제 간판이 아름답다.


 


프랑스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이 몽셀미셀을 보려면 상당히 긴 여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프랑스에 3일을 가면 하루는 이 곳을 들르라는 말처럼 자연과 인간이 합작하여 만든 절경이 자아내는 유혹의 손길은 누구도 쉽게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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