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삼청동 의암호반에 위치한 춘천시 어린이회관은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 고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한 건물로 유명하다.
1980년에 어린이회관으로 개관되었던 이 건물은 어린이회관으로서의 활용이 점차로 뜸해지다 결국 10여 년 전에는 폐관되어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건축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어 지금까지 보존되어 오다 최근 서울 홍대 앞에 본사를 두고 있는 ‘KT&G 상상마당’이 사들이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해 4월 ‘상상마당 춘천’이란 이름하에 전시와 공연, 문화예술교육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이루어지는 아트센터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벽체가 짙은 벽돌마감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은 위에서 보면 마치 종이비행기가 두 날개를 펴고 호반 위로 날아오르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처음에 계획되어진 용도가 어린이회관이었으니 날아오르는 종이비행기의 형상으로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상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양 날개 가운데에는 트러스 지붕이 길게 가로질러 안쪽의 노천극장 무대 지붕까지 이어져 마치 비행기의 몸체와 같은 이미지를 하고 있다. 노천극장의 객석에 앉아 길다란 지붕 트러스가 유도하는 방향을 바라보면 양 날개 사이의 뚫려진 공간으로 시선이 다다른다. 뚫려진 공간으로 펼쳐지는 의암호반과 먼 산의 모습은 마치 액자에 담겨진 멋진 한 폭의 풍경화가 연출된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내부 전체를 감싸고 있는 거친 벽돌 마감과 고측창에서 쏟아지는 햇빛은 벽조명과 어우러져 마치 중세의 성당에 들어 온 것 같은 중후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각 내부 공간들은 다양한 단차와 경사로, 공간의 분절 등으로 마치 자그마한 마을을 건물 내부에 들여놓은 듯하다. 때로는 좁고 낮은 층고에서 공간의 아늑함을 느끼다가도 곧 2층까지 뻥 뚫린 개방 공간으로 이어지는 공간연출은 마치 한편의 교향곡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양한 공간의 연결로 건축이 단순한 기능을 담는 그릇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예술임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울 창덕궁 옆에 위치한 그의 대표작 구 공간사옥에서 사용되었던 한 층씩 엇갈려 가는 층 구성과 내외부의 짙은 벽돌마감 기법의 흔적은 그의 말년 작품인 이 건물에서도 묻어난다. 비록 처음에 의도했던 어린이회관의 용도로 오래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공간사옥에서의 수많은 예술활동을 통한 건축가 김수근의 예술혼이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상상마당 춘천’을 통하여 다시 살아 숨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201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