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희철 Jul 15. 2015

유령의 집 카사 바트요

집이라는 뜻의 ‘카사’와 바다라는 뜻의 ‘바트요’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에 카사 밀라와 거의 마주보고 있는 카사 바트요는 지하1층에 지상 7층인 공동주택이다. 카사 밀라와 더불어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우디의 대표적인 공동주택 작품이다. 집이라는 뜻의 ‘카사’와 바다라는 뜻의 ‘바트요’가 합성된 이름이다. 즉 바다의 집이라는 뜻이다. 카사 바트요는 건물 전체가 타일로 덮여 있다. 특히 건물의 전면부에는 푸른 색의 타일과 유리가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건물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다의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한 가우디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유령의 집

도로에서 이 건물을 바라보면 출입구에서부터 시작하여 2, 3층의 거실 창문은 유령이 입을 쩍 벌리고 금방이라도 보는 사람을 잡아먹을 기세다. 발코니의 기둥은 인체의 뼈 모양으로 디자인되었고 3층부터 시작하는 발코니 난간은 해골을 연상케하여 영낙없는 유령의 집이다. 건축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여겼던 가우디답게 이 건축물도 건물 내외부 대부분 곡면으로 처리하였다. 그리하여 이 건축물은 ‘인체의 집’이라는 의미로 ‘카사 델스 오소스(casa dels ossos)'라고도 불리우고 있다.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는 1층과 2층의 실내공간에서 들어서면 계단 난간에서 출입문, 창, 천정, 심지어 문손잡이와 샨델리아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시공했을지 궁금할 정도로 곡선미는 극에 달한다. 

칼라풀한 건물 마감

외벽과 지붕, 옥상공간은 형형색색의 타일과 도자기로 마감을 하고 창문 곳곳에도 다양한 칼라와 모양의 유리로 스테인드 글래스를 만들어 건물 내외부에서 진한 색채의 유희를 느끼게 해 준다. 또한 각 창문은 가우디가 직접 설치, 감독한 컬러 유리로 되어있는데 이는 햇빛에 반사되어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빛을 띠고 있다. 이 창문은 여닫이 창인데 가운데 창살이 없어 한꺼번에 올릴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채광이 건물 내부로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으며 저택 안에 있는 사람은 건물 중앙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요동치듯 부드러운 외벽의 곡선과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창문은 뜨거운 태양이 반사되어 번쩍거리는 지중해의 푸른 물결을 연상하게 만든다. 



별천지 공간 옥상

중간 층은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고 마지막 층인 7층을 경유하여 옥상으로 올라가면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카사 밀라의 옥상이 가우디의 작품 전시장이었듯이 이 건물의 옥상에서도 가우디의 다양하고 현란한 조형물이 관람객의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든다. 가우디는 건물의 기능상 옥상으로 올라올 수 밖에 없는 옥탑이나 굴뚝, 환기구, 파라펫 등을 이용하여 이를 조형작업의 대상으로 삼았다. 굴뚝을 대상으로 조각난 타일을 붙여 만드는 트렌카디스(trencadis) 기법을 이용하여 수호성인인 성 호르디(Saint Jordi)를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옥상에서 눈에 크게 들어오는 조형은 건물 전면을 향해있는 계단실과 파라펫(난간)을 이용한 것인데 계단실과 파라펫을 하나로 연결하여 마치 용이 움직이는 듯한 형상을 만들어 내었다. 지붕의 끝단에는 푸른색 도자기 항아리 같은 것을 일정 간격으로 끼워 넣어 마치 용의 척추와 같은 형상을 이루고 전면부에는 용의 비늘을 연상케 하고 있다. 옥상 안쪽의 마감은 흰색과 브라운 톤의 조각 타일로 그라데이션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건물의 정면이 동쪽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오후 시간에는 항상 그늘이 져서 햇빛에 푸른색 타일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가 없는 것이 흠인데 이는 야간에 조명이 켜지면 또 다른 황홀경을 만끽할 수 있다.  


가우디의 손길이 닿는 곳은 모두가 예술이 된다

가우디에 있어서 건축의 모든 요소는 조형작품의 대상이다. 건물의 외형에서부터, 출입문, 발코니, 창문, 계단, 옥상의 굴뚝에 이르기까지 건축의 모든 요소가 가우디의 손을 거치면 훌륭한 작품이 된다. 3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1907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엄청난 공사비가 들기는 했지만 오늘날 이 건물을 보기 위하여 1인당 3만원에 달하는 입장료를 지불하는 관광객들이 연일 장사진을 치는 것을 보면 위대한 예술가 한 사람이 지역과 나라에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다 주는지 새삼 깨닳을 수 있는 대목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아 있는 생명체 카사 밀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