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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Jul 18. 2015

빌바오 효과

경제침체에 빠져있던 바스크 중심 도시 빌바오


스페인 북부 바스크지방의 중심도시인 빌바오에는 이 도시를 세계적인 도시로 이끌어 낸 구겐하임 현대미술관이 자리잡고 있다. 빌바오는 1980년대 이전까지 철강과 선박제조로 유명한 도시였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서 한국과 같은 신흥 산업국에게 철강산업이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실업이 급증하여 80년대 말에는 빌바오 주민의 1/4이 실직상태에 빠질 정도로 경제상황이 극한에 달하였다. 여기에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테러가 잇따르면서 도시의 기능은 점차로 침체되어 갔다. 

뉴욕 구겐하임의 유럽진출

이 때 마침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유럽으로 진출하려는 계획을 갖고 몇 개 도시를 물색하고 있었다. 구겐하임 재단은 미국 철강계의 거물 솔로몬 구겐하임(Solomon R. Guggenheim)이 직접 수집한 현대 미술작품들을 보관·연구·전시하기 위하여 1937년에 설립되었다. 1992년 뉴욕에 구겐하임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 소호를 만들었고 1995년에는 베네치아, 베를린, 라스베가스에도 분관이 있는 세계적인 미술재단이다. 특히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가 설계한 건물로 현대건축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건물로 유명하다. 

구겐하임 미술관 빌바오 유치

이러한 구겐하임 재단의 유럽 분관을 바스크 지방정부에서 적극 유치하게 된 것이다. 바스크 지방정부는 빌바오가 몰락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화산업이라고 판단하고 구겐하임 측에 건축부지와 건축비를 모두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하여 미술관 유치에 성공하였다. 먹고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엄청난 예산을 들여 미술관을 짓겠다는 생각에 시민 95%가 반대했지만 시민들에 대한 새로운 비전 제시와 설득 끝에 7년 만인 1997년 1억 달러에 달하는 미술관을 완성하였다. 

프랑크 게리의 설계

설계는 지명 현상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때 초대된 건축가는 일본의 아라타 이소자키(Arata Isozaki)와 오스트리아를 기점으로 미국과 멕시코에 사무실을 둔 건축 그룹 쿱 힘멜블라우(Coop Himmelbrau), 그리고 미국의 프랑크 게리 3인이 초대되었고 1991년 프랑크 게리의 작품이 최종 선정되었다. 프랭크 게리의 작품은 길이 130미터, 폭 30미터에 이르는 단일 형태의 건물로 비행기 외장재인 티타늄 조각 수만 개를 이어 붙여서 은빛 물고기의 비늘 모양을 하고 있다.  프랭크 게리는 처음에 물고기의 이미지를 연상하며 스케치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티타늄 금속 패널은 물고기 비늘처럼 표면에 붙어서 은은한 빛을 내뿜어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시각적 환상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이 건물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은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티타늄의 금속 패널들이 마치 꽃잎처럼 마음대로 이리구불 저리구불 하늘을 향해 춤추는 듯 하는 하나의 꽃봉오리처럼 보여서 '메탈 플라워 Metal Flowers'라는 별명도 생겼다.  



3년만에 걸설비 회수

이 건물을 본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은 ‘20세기 인류가 만든 최고의 건물‘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건물의 완성으로 개관 첫 해부터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빌바오를 찾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하여 개관 3년 만에 건설비를 회수하고 5년 만에 세금을 포함한 모든 투자금이 회수되었다고 한다. 이 건물로 인해 자신을 얻은 빌바오시는 도심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양한 공공 건축물 및 거리디자인에 더욱 힘을 쏟았다. 현재는 미술관 주위에 대형 호텔, 공연장, 컨벤션 센터 등이 들어서면서 국제적 문화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매년 수 백 만 명의 관광객들이 빌바오를 찾는 국제적인 도시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빌바오 효과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세계의 건축가, 예술가, 문화미술계 사람들의 순례지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빌바오는 미술관이라는 문화 공간 하나가 ’기적‘을 만들어 낸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빌바오 효과’라는 용어의 탄생을 낳았다. ‘빌바오 효과’는 특정 건축물을 특정 목적을 가지고 세워서 얻는 효과를 말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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