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희철 Jul 23. 2015

중세의 도시 스페인 톨레도


도시 전체가 역사박물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서남쪽으로 버스로 1시간 반 정도 가게 되면 스페인의 옛 수도 톨레도에 도착하게 된다. ‘성곽으로 둘러싸인 둥근 마을’이라는 뜻을 지닌 톨레도는 2,9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도(古都)이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긴 타호 강이 삼면을 깊은 계곡으로 둘러싸고 있어 자연 해자(垓字)가 형성된 천혜의 요새와 같은 도시이다. 로마시대 말기부터 주요 도시로 성장하면서 서고트 시대에는 왕궁이 자리잡게 되었다. 이슬람 시대에는 코르도바로 수도를 이전하기 전까지 이곳이 수도였다. 또한 11세기말 기독교 세력이 이슬람을 축출하고 16세기에 마드리드로 궁정을 옮기기 전까지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로서 이베리아 반도의 정치,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 때문에 톨레도는 도시 전체가 역사박물관이 되었고 1986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도시 전체가 지정되었다. 덕분에 톨레도에는 로마시대의 원형경기장부터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의 다양한 문화유산이 남아있으며 단위면적당 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도시로 손꼽힌다. 기독교 시대가 되었어도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이 지속적으로 지어져 톨레도의 골목골목에는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을 많이 볼 수 있다.

엘 그레코의 체취가 남아 있는 곳

 도시가 암석지대에 건립되었기 때문에 톨레도 관광의 시작점인 소코도베르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진 시가지가 좁고 구불구불하며 경사가 가파르고 지면이 울퉁불퉁한 것이 특징이다. 도시내에서는 버스나 건물의 벽면 등 곳곳에서 엘 그레코의 모습이나 그림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도시 사람들은 엘 그레코를 톨레도를 가장 사랑했던 화가로 기억하고 있다. 엘 그레코는 그리이스의 크레타 섬에서 태어난 화가로 본명은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이다. 그가 스페인에서 활동할 때 ‘그리이스 인’이라는 뜻의 엘 그레코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그는 이 별명을 자신의 이름으로 내내 사용하였다. 30대 중반 에스파냐 궁정화가로서 톨레도에 정착했던 그는 이 도시를 사랑하여 궁정화가를 그만 둔 이후에도 평생 이 도시에서 생활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 덕분에 톨레도 곳곳에서 그의 그림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세 시대로 시간이 멈춰버린 도시 풍경

톨레도를 감싸고 돌아 흐르는 타호 강에는 구시가지로 연결하는 2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북동쪽에 있는 알칸타라 다리는 중세시대에 건립된 산세르반도 성 기슭에 위치해 있고 북서쪽에는 13세기에 세워진 산마르틴 다리가 있다. 이 구시가지의 성벽은 대부분 무어인이나 그리스도교도들에 의해 축조되었지만 서고트족이 축조한 것도 있다. 




이 도시를 한 눈에 내려다보기 위해서는 강 건너 언덕위에 있는 파라도르(parador)에 올라가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스페인어로 ‘성’이라는 뜻을 지닌 파라도르는 옛날의 성이나 궁전 또는 수도원 등을 개조해서 운영하고 있는 스페인 국영 호텔이다. 이 파라도르에 묵지 않더라도 1층의 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데 카페의 테라스에서는 강 건너 톨레도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시가지를 내려다보면 도시 중앙에 높은 첨탑의 톨레도 대성당이 눈에 띈다. 이 지역 중심부의 랜드마크인 톨레도 대성당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내부 공간을 지닌 스페인풍의 고딕양식으로 건립되었다. 이 성당은 스페인 카톨릭의 총 본산으로 1227년에 짓기 시작하여 226년만인 1493년에 완공하였다. 또한 이 성당은 화가 엘 그레코의 그림 ‘엘 에스폴리오(옷이 벗겨지는 그리스도)’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측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알카사르는 서고트 시대 왕궁으로 건립된 것이 여러 시대에 걸쳐 군사요새로 사용되어 왔다. 현재는 군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건물은 잦은 전쟁으로 파괴와 재건이 반복되었고 현재의 모습은 16세기에 고딕과 이슬람의 혼합 양식으로 지어져 내려오고 있다. 파라도르에서 톨레도 시가지를 바라다보면 누구나 시간이 중세시대에 멈춰진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설공주’가 살았던 세고비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