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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Aug 10. 2015

톨스토이 공동체마을 구상안

러시아 연극에 정열을 바쳐온 친구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이 있다. 이 친구는 연극 작품을 직접 무대에 올리는 기획자와 연출가로서 국내에 유명한 러시아 작품을 많이 올리고 있다.  '크로이체르 소나타', '보이체크' 등의 작품(많은 작품이 있는데 내가 친구의 작품을 직접 가 본 것들임)을 올린 바 있으며 몇 해 전에는 내가 직접 무대 디자인을 해줬던 '테너를 빌려줘'라는 작품으로 대학로에서 오랜 기간동안 공연을 올린 바 있다. 여하튼 그 친구는 나와 마찬가지로 예술에 많은 정열을 바치고 있는 친구이다.(보통 남들은 이런 사람을 '예술에 미쳐있다'라고 표현한다)

톨스토이 공동체 마을을 꿈꾸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오랜기간동안 예술인 마을 등 이상적인 마을을 만들어보려고 갖가지 그림을 그려가며 능력있는 사람들을 설득해 오고 있는 중이다(아직도 그림만 그리고 있음). 이러한 나의 활동사항을 알고 있는 이 친구가 지난 해 말 좋은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중이니 나에게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공동체 마을을 그림으로 표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경기도 양주에 큰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자신의 땅 일부분을 예술가들이나 공동체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무상또는 저렴한 가격에 분양을 한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같은 교회 교인들을 중심으로 본인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곳에다 톨스토이를 주제로 하는 이상적인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해 왔다. 땅 소유자의 논리는 이러했다.  아직까지 접근성이 양호하지 못한 큰 땅을 사서 예술가들이나 동호인들이 활동적인 활동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지가가 상승하니 무상 또는 저렴한 가격에 땅을 분양하더라도 이미지도 좋아지고 다른 땅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친구와 나는 그 사람에게 정말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이라 박수를 보내며  좋은 후보지 물색에 나섰다. 그런데 그 사람은 싼 땅을 찾느라 너무 접근성이 떨어진 곳만을 찾고 있어서 예술가들이나 공동체 구성원들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을 듯 했다.

포천 아트밸리를 추천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가까운 포천 아트밸리를 추천했다. 포천 아트밸리는 넓은 공간에 예술공원과 진입로 및 주차장 조성이 잘 되어 있는 반면 이렇다 할 휴식공간과 먹거리, 숙박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용객들이 많은 불편이 따르고 있다. 또한 아트밸리가 진정 예술가들이 항시 활동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예술가들이 직접 이 곳에서 생활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예술가들을 위한 거주형 창작공간과 다양한 지원시설이 마련된다면 명실상부한 아트밸리가 될 것이고 더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문화 예술과 관련된 시설이 조금 더 가미된다면 이를 매개로 한 공동체 마을도 꿈꾸어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래서 친구가 생각하는 톨스토이 마을에 필요한 학교, 문화센터, 나아가 정주공간과 공동경작지까지 구상해 볼 수 있으리라 판단되었다.

공간구상

그래서 나는 지난번 또 다른 친구의 꿈을 실현해 보려던 큰 스케일의 개발계획을 대폭 줄여 아기자기한 마을을 구상해 보기로 하였다.  계곡 건너편 부지를 활용하여 차들은 도로에 접하면서 건물로 곧바로 진입하는 반면 보행자들은 한 층 높은 대지위 보행광장을 중심으로 공용의 시설들을 배치하였다. 문화센터(대안학교 기능도 포함)와 카페, 서점 등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고 계단광장에서는 다양한 야외 문화행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상하였다. 계단광장 위쪽으로는 톨스토이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문화원(다른 문화공간이라도 괜찮다)이 중심공간으로 자리 잡고 그 뒤쪽으로 정주공간을 배치하였다. 그다지 크지 않은 크기의 광장을 중심으로 3층 규모의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유사시 공동체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다양한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주공간 뒤쪽 언덕을 이용해서 공동 경작지도 구상하였다. 보행자용 긴 브릿지는 계곡 건너편 아트밸리에서 손쉽게 이 곳의 문화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넣어 보았다. 쉽게 말해서 유럽풍의 마을을 그려보았다.

톨스토이 공동체 마을 구상안
꿈은 또 다시

이런 그림을 그려 투자자에게 제안했더니  땅값이 너무 비싸서 투자하기가 곤란하고 최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땅에서 옥이 나와 당분간 옥 채굴에 진력을 다해야 할 것 같다며 발을 빼고 말았다.  한껏 기대를 했던 친구와 나는 또 다시 우리의 꿈을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하는 씁쓸함을 맛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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