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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Jan 30. 2016

눈내린 향원정의 서정

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첫 원고



북악산을 배경으로 광화문을 앞세운 경복궁이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세종로를 껴안듯이 자리잡고 있다. 오랜기간 창덕궁에서 많은 왕들이 정사를 펼치기는 했어도 경복궁은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정궁으로서 그 위상을 꿋꿋이 지켜왔다.


광화문과 근정전, 강녕전을 잇는 경복궁의 남북축 뒤쪽 후원에는 사계절 사진촬영지로 유명한 향원정이 자리잡고 있다. ‘향기가 멀리 간다(香遠)’는 뜻을 지닌 사각형의 연못 중앙에 위치한 섬에 놓여진 이 육각형의 정자는 고종이 건립한 것이다. 고종은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경복궁 북쪽에 자신이 기거할 건청궁을 지었다. 그리고 그 앞쪽으로 연못을 파고 가운데에 섬을 만든 뒤 그 가운데다 2층의 정자를 세우고 이를 향원정이라 이름지었다. 건청궁과 향원정을 연결하는 다리인 ‘취향교’는 원래 북쪽 건청궁에서 남쪽 향원정을 잇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6.25때 소실되었던 것을 이후 복구과정에서 남쪽으로 옮겨 놓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서쪽에서 향원정을 바라보면 뒤쪽으로 국립민속박물관의 전통건축의 모습이 겹쳐져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낸다. 우리나라 주요 전통건축의 모습을 차용하여 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박물관의 모습은 건립당시부터 많은 비판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한 장소에서 우리의 주요 전통건축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박물관의 전통건축의 모습이 향원정과 어우러지는 멋진 서정은 사시사철 끊임없이 사진가들이나 그림 그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향원정으로 향하게 한다. 문제가 있다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나름 장점을 취하게 될 때 더 큰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조선왕조 500년에 이은 대한민국의 심장부에서 볼 수 있는 이 조화의 모습이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앞으로 이어질 긴 여정의 출발선에서 눈내린 향원정의 서정으로 인사드린다. (2016.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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