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그리고 해고
노동은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 거대한 시간 속에서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가 위대한 일을 한다고 자부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을 위대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때는,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 순간뿐입니다.
지금도 찾지 못했거나, 잘 모르겠다 해도
주저앉지 말고 포기하지 마세요.
전심을 다하면 반드시 찾을 수 있습니다.
일단 한 번 찾아낸다면,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처럼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더 깊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그것들을 찾아낼 때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강연 중에서 -
대학 시절 잡스의 면모를 설명하는 가장 알맞은 단어는 ‘히피’였다. 장발에 맨발 또는 샌들 차림, 동양 종교를 신봉하고, 극단적 채식주의자에 잘 씻지 않는 데다 심지어 LSD까지.
평범하지 않은 취향의 독특한 이 인물은 학업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대신 당시 막 생겨나기 시작한 응용 컴퓨터 산업에 심취해 비디오 게임 개발사였던 아타리(Atari)사에서 파트타임 게임 프로그래머로 일하기도 했다. 그가 주로 심야 시간대에 일하게 된 것이 잘 씻지 않는 몸 냄새 때문이었다는 일화는 유명한데 어쨌든 이마저도 갑자기 몇 개월간이나 인도 여행을 떠나며 관뒀다가 태연하게 다시 찾아오는 등 히피적 자유분방함은 지속됐다.
이 자유분방한 히피에게 성은 다르지만 같은 이름의 선배이자 친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스티브 워즈니악. 같은 고등학교의 5년 차 선후배로 전자공학과 컴퓨터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 두 명의 스티브는 1974년 컴퓨터 동호회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거의 천재적 수준의 프로세서 설계 능력을 가진 워즈니악과 열정적인 마케팅과 사업가적 능력을 가진 잡스가 함께 개인용 컴퓨터를 개발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잡스는 얼마 안 되는 재산을 처분한 1300달러를 시작으로 1976년 4월 자신의 집 차고(aka Apple Garage, 2066 Crist Drive Los Altos, CA 94024)에서 회사를 세운다. 바로 오늘날의 애플과 그 첫 번째 상품이었던 애플Ⅰ의 탄생이다.
1977년 4월에 애플Ⅰ에 이어 상용화된 애플Ⅱ는 소형 그리고 개인용 컴퓨터로의 전환이라는 파란을 일으키며 관련 산업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다. 애플Ⅱ는 이후 16년간 후속 버전이 출시되면서 600만 대 가까이 판매된 것이다.
그리고 1980년 12월 12일, 애플은 증시에 상장된다. 그날 하루, 공모가 22달러짜리 주식은 29달러까지 올랐고 1시간 만에 다 팔렸다. 25세의 이 젊은 대주주는 일순간 무려 2억 5600만 달러를 거머쥔 백만장자가 된 것이다. 38년 후 이 회사의 주식은 43,000% 상승, 시가총액 1조 달러를 기록한 미국 최초의 기업이 된다.
상장 뒤 전 여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의 이름을 따 1983년 출시했던 리사 컴퓨터는 상업적 실패를 맛봤지만 반면, 1984년 1월 출시한 매킨토시(Macintosh)는 전설적인 광고 마케팅과 함께 개인용 컴퓨터 최초로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그림, 창을 통한 이용체계를 선보임으로써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의 컴퓨터 입문 시대를 열게 한 혁신적 제품으로 잡스의 능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애플의 이후 스테디셀러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러나 완벽주의에 목표를 위해서는 주위를 고려하지 않는 그의 업무 스타일은 모든 이들에게 환영받는 방식은 아니었다. 매우 자기중심적이며 또 현실마저도 자신의 의지에 맞추어 스스로 왜곡하기도 했으며 협력자의 말을 듣기보다는 모든 것을 통제하고, 명령하고, 결정하는 그의 성향은 때때로 불협화음을 낳았고 이로 인해 점차 임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펩시콜라의 임원이었다가 잡스의 끈질긴 설득으로 1983년 입사했던 스컬리는 1985년 당시 애플의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대기업 출신으로 조직적이고 합리적인 경영구조를 원했던 그와 제품 개발 자체에 집중하는 벤처기업가형인 잡스 사이에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미 임원들의 불만을 안고 있던 잡스에 대한 불신임은 이들 사이의 갈등에서 스컬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1985년 9월 17일 잡스는 마침내 사표를 제출한다.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그것도 자신이 공들여 영입한 사람의 손으로 해고를 당한 것이다.
“내가 세운 회사에서 내가 해고당하다니! 저는 인생의 초점을 잃어버렸고, 뭐라 말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전 정말 말 그대로, 몇 개월 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답니다. 저는 완전히 '공공의 실패작'으로 전락했고, 실리콘 밸리에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중략)
그러나 제 맘속에는 뭔가가 천천히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전 여전히 제가 했던 일을 사랑했고, 애플에서 겪었던 일들조차도 그런 마음들을 꺾지 못했습니다. 전 해고당했지만, 여전히 일에 대한 사랑은 식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애플에서 해고당한 것은 제 인생 최고의 사건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저는 성공이란 중압감에서 벗어나서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자유를 만끽하며, 내 인생의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하는 시기로 갈 수 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