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들은 '새로움'이란 자리에 서 있습니다.
노동은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 거대한 시간 속에서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가 위대한 일을 한다고 자부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을 위대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때는,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 순간뿐입니다.
지금도 찾지 못했거나, 잘 모르겠다 해도
주저앉지 말고 포기하지 마세요.
전심을 다하면 반드시 찾을 수 있습니다.
일단 한 번 찾아낸다면,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처럼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더 깊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그것들을 찾아낼 때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강연 중에서 -
2011년 3월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바 부에나 센터에서 열린 아이패드 2 발표회 현장.
지난 1월 건강상의 이유로 무기한 병가를 내고 사라져 건강상태에 대해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그가 돌연 연단에 얼굴을 나타냈다. 부쩍 마르고 야윈 몸이었지만 여전한 터틀넥에 청바지 차림의 잡스는 그는 “이번 작업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오늘 이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라고 운을 떼며 특유의 유머로 좌중을 웃게 했다.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에서 철저하게 준비된 그리고 열정적이지만 단호하고 군더더기 없는 완벽함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전년도에 이어 2011년도 아이패드 2의 해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과 경쟁사에 대한 독설도 잊지 않는 그 다운 모습이었다. 발표를 마치며 애플의 철학과 태블릿 PC의 미래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 그 철학은 애플의 DNA에 내재해 있습니다. 가슴을 울리는 결과를 내는 것은 인문학과 결합된 기술임을 우리는 믿습니다.”
그러나 2004년부터 이어온 오랜 병마와의 싸움은 이날을 그가 공식석상의 연단에 선 마지막 날로 만들었다. 그해 8월 24일 잡스는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후계자 팀쿡에게 넘기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의 퇴임 소식에 애플 주가는 순간적으로 급락했지만 주요 매체와 전문가들의 전망은 달랐다. 그 없이도 애플에는 이미 '잡스다운 조직 문화(Steve-infused culture)'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제임스 올워스는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애플의 직원들은 새롭고 어려운 결정 앞에서 항상 이 질문을 떠올린다. '스티브라면 어떻게 했을까?(What would Steve do?)'"
잡스는 2003년 췌장암 선고를 받고 다음 해인 8월 투병 중인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고 2년 후인 2005년 암을 극복했음을 전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2008년 6월 아이폰 3G 공개 행사부터 수척해진 외모로 다시 와병설이 언급되기 시작했고, 그해 10월에는 애플 연례행사에 불참해 건강 이상 설이 커지게 했다. 결국 2009년 1월 그는 직원들에게 "내가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병과 관련된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간이식 수술을 위해 두 번째 병가를 냈다. 그해 9월 잡스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돌아오며 다시 두 번째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1년 1월 갑작스러운 병가 소식을 알리며 또다시 충격을 던졌고 시한부설까지 나돌던 3월 아이패드 2 발표회에서 건재함을 보이며 세 번째 부활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결국 그해 10월 5일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이 성마르고 까다로운 완벽주의자는 병마와 싸우는 긴 여정 동안 병가와 복귀를 거듭하며 끝까지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 일을 손에 놓지 않는다. 죽음을 7개월여 앞두었던 마지막 연설마저 분명 서있기 조차 힘들었을 극도의 고통 속에서도 완벽한 발표를 위한 철저한 준비, 연단에서의 의연한 모습, 그리고 임종에 가까워지던 마지막까지도 여전히 아이클라우드(iCloud) 프로젝트에 매진했다는 기록들은 그의 일에 대한 무한한 집념을 다시 증명한다.
천국에 가고 싶다는 사람들조차도 당장 죽는 건 원치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다 죽을 것입니다. 아무도 피할 수 없죠.
삶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 '죽음'이니까요. 죽음이란 삶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죽음은 새로운 것이 헌 것을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여러분들도 새로운 세대들에게 그 자리를 물려줘야 할 것입니다.
너무 극단적으로 들렸다면 죄송하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의 삶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낭비하지 마십시오.
타인의 잡음이 여러분들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는 것입니다.
이미 마음과 영감은 당신이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 것들은 부차적인 것이죠.”
그가 말한 것처럼 잡스의 철학은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멈추지 않는 도전 정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아버지가 일러준 보이지 않는 것까지 최선을 다하는 완벽의 추구로 집약된다.
2005년 그의 연설문의 마지막은 바로 이 같은 그의 인생을 이렇게 한 줄로 표현한다.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