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달러 스테이크와 체리 콜라
한 대학원생이 직업상담을 요구하자, 버핏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은 매우 힘들어도 참고 일하면 10년 후 좋아질 것이라 생각되는 회사, 혹은 지금은 보수가 적지만 10년 후 열 배를 받게 될 것이라 기대되는 회사, 그런 회사는 선택하지 마십시오.
지금 즐겁지 못하면 10년 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세요. 이력서의 기준으로 멋져 보이는 직업이 아니라 당신이 부유해지더라도 선택하고 싶어 할 그런 직업 말입니다."
- 플로리다 대학 비즈니스 스쿨 강연 중에서(1998.09.15) -
매년 6월, 세계 언론의 해외토픽 란에는 어김없이 어떤 특별한 경매 소식과 그 최종 낙찰가가 화제로 떠오른다. 올해로 20번째를 맞으며 유서 깊은 행사로 자리 잡게 된 이 특별한 경매의 지난 6월 최종 낙찰가는 456만 7888달러(한화 약 53억). 최고 기록이었던 2012년과 2016년보다 보다 111만 달러가 또 올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53억 원! 어떤 작품 혹은 어떤 보석이기에 매년 같은 이름으로 열리는 경매에서 수십억 대의 신 종가를 매회 갱신하며 세간의 관심과 투자를 이끌어 내는 것일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만약 이 경매의 상품이 희귀 미술작품도 아름다운 보석도 아닌 으깬 감자를 곁들인 49달러(5만 5천 원) 짜리 스테이크와 체리 콜라 한잔을 메뉴로 어떤 80대의 노인과 그저 점심 한 끼를 하는 것이라면 이 대단한 낙찰가에 대해서 쉽게 납득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
단, 이 경매를 통해서 점심을 함께할 80대의 노신사가 다름 아닌 ‘워런 버핏’이라면 공감의 폭은 달라질 듯하다. 세계적인 부호이자 전설의 투자 대가가 바로 옆에 앉아 성공 투자의 특급 비밀을 들려준다면...
하지만, ‘버핏과의 오찬’(Lunch with Warren Buffett)에서 나누어지는 이야기는 투자 정보나 투자 기법에 대한 내용이 아닌 주로 그의 투자 철학, 가족, 기부활동 등에 대한 소탈한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지난 2008년 6월 30일 자 미국 타임지에는 그 해 버핏과 점심을 함께한 주인공이자 한 금융사 CEO인 가이 스피어가 그 날의 특별했던 기억을 회상하며 글을 올렸다.
“65만 100달러(7.5억 원). 이 날의 점심 값이었던 그 돈은 정말 말 그대로 한 푼도 아깝지가 않았다. ‘오마하의 현인’을 바로 가까이서 보고 그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흔하겠는가!”
2000년부터 시작된 ‘버핏과의 오찬’은 경매 낙찰자가 지인 7명을 초대해 뉴욕 맨해튼의 스테이크 전문식당 '스미스 앤드 월런스키'에서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인 워런 버핏(88)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는 코스로 구성된다. 경매로 얻는 수익은 샌프란시스코 소재 자선단체인 글라이드 재단에 기부되는데 글라이드 재단은 빈곤층 어린이에서부터 가정폭력 피해 여성 등을 돕고 있다.
가이 스피어도 이날 자신을 포함해 부인과 친구 내외, 두 딸 등 6명이 버핏과 함께 식사를 했으며, 옆집 아저씨 같은 버핏의 친절함과 유머러스함에 놀랐고 특히 반쯤 구운 스테이크에 체리 콜라를 즐기는 소탈한 식성을 보면서 세계적 대부호의 까다로움 같은 것을 찾아내기는 어려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