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이라 불리는 또 다른 이유는 보통의 부자들과는 다른 검소한 생활 방식 때문일 것이다. 버핏은 1958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시 외곽에 위치한 2층 집을 구입한 뒤 지금까지 60년째 살고 있다. 현재 그의 집 값은 65만 달러(7.7억 원) 정도다.
Warren Buffett lives in a modest $652K house (Business Insider, 2017)
좋아하는 음식은 햄버거, 아이스크림과 같은 저렴한 패스트푸드다. 맥도널드의 드라이브 스루에서 아침을 즐기는 그는 하루 5 캔을 마시는 콜라 애호가이기도 하다. 평소 15달러면 족한 동네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점심 역시 햄버거나 감자튀김을, 저녁 만찬으로는 25달러짜리 스테이크를 즐겨 먹는다. 2010년형 삼성전자의 구형 플립폰을 아직도 휴대폰으로 쓰고, 오래된 중고차를 손수 몰고 다니며 주유비를 아끼려고 셀프서비스를 애용하기도 한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의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도 마찬가지다. 오마하 시내의 오래된 건물에 자리한 버핏의 회사는 자기 소유가 아닌 임대 사무실이다. 옥수수 밭에 둘러싸인 회사 건물에는 으레 있을 법한 번듯한 회장실이나 접견실 같은 것은 구경할 수 없고 투자 관련 보고서들만 그득한 버핏의 작은 사무실과 총 인원 25명이 넘지 않는 본사 직원들만이 묵묵히 움직일 뿐이다. 그가 거의 유일하게 자신이 가진 돈으로 일상을 바꾼 특별한 소비라면 바쁜 일정을 위해 넷제트에서 임대한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 그 외에는 일 년에 약 20만 달러(약 2.4억 원) 내의 돈을 쓴다고 밝힌 바 있다.
2006년 6월 25일, 버핏은 세상이 놀랄만한 두 가지 발표를 연이어 내놓았다. 이날 그는 재산의 85%에 해당하는 370억 달러(약 44조 원)를 빌 게이츠 부부가 운영하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 자선재단에 기부하는 약정서에 사인을 했다. 이미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이 있었지만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다른 자선재단에 조건 없이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역사상 최대의 자선가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기부 약정 행사에 이어 버핏은 빌 게이츠와 함께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버핏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미국의 정신이 아니다. 유산보다는 성과에 의해 모든 사람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골고루 주는 것이 미국의 정신이다”라고 말하며 당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던 ‘상속세 폐지’ 시도에 대해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상속세 폐지로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최고의 부자들이 앞장서서 이 세금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에 대해 세계는 그들을 그리고 미국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Why Does Warren Buffett Give to Charity? Bill & Melinda Gates Philanthropic Gift (2006 Donation)
빌 게이츠는 2005년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사회에서 축적한 부를 다시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하는 데 버핏의 영향이 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시작된 그의 자선재단에 다시 버핏이 사상 최대의 기부를 한 것은 유쾌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게이츠 재단은 주로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등 저개발국의 질병을 퇴치하는 국제적 보건의료 확대와 빈곤 문제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