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600만 명, 비결은 협업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채널을 찾아 참 구독을 추천드리는 유튜브 '서평' 시리즈 '희대의 NOW 구독중'.
디지털타임스 창간 20주년을 맞아 지난 3월부터 7개월여간 연재를 진행하며 다양한 채널들을 접했지만 이번에 소개 드릴 채널처럼 칼럼과 인터뷰를 준비하고 제작하는 그 기간 동안 매일 마다 구독자가 만 단위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경우는 처음이다. 아마도 이 글을 쓰는 시점과 신문에 게재되는 그 사이에도 구독자수가 변화했을 것이라 미리 밝혀 드린다.
통상 채널의 이용자 선호 정도를 '조회 수'와 '구독자'를 기준으로 살펴보는데 유튜브(구글) 본사는 구독자 10만 명이 넘은 채널에 대해서는 '실버 크리에이터 어워즈', 일명 '실버 버튼'을 수여하며 '크리에이터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게 하고 있다. 이는 유튜브가 해당 창작자를 공식 크리에이터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에 따른 지원과 혜택이 수반된다.
최근 구독자수가 많은 인기 채널들을 자주 접하면서 10만이라는 숫자에 다소 둔감해지셨을 독자 여러분들께 비교 대상을 드리자면, 디지털 타임스 본사가 위치한 서울시 중구의 총 주민 인구수는 13만 6000여 명, 바로 옆 종로구는 16만여 명이다. 10만 명은 실로 엄청난 숫자고, 이 10만 명에게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분명 인정받을 만한 필요충분의 자격임을 실감하게 한다.
유튜브 측은 이어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하면 골드 버튼, 그리고 1000만 명을 넘으면 다이아몬드 버튼을 전달한다. 전국 기준 유료방송 시청률 1%가 약 20만 명의 시청자 수로 분석되는 것을 고려하면 100만 명은 5%, 1000만 명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해 볼 수 있겠다. 얼마나 대단한 콘텐츠, 채널이라면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런데, 해당 콘텐츠가 현재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떠오른 'K-POP'이라면 상상과 바람만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게 한다. 500만 구독자를 훌쩍 넘어 다이아몬드를 캐기 위해 전진 중인 명실공히 글로벌 한류 채널 'ALL THE K-POP'이 오늘 '희대의 NOW 구독중'이 소개드릴 그 채널이다.
'K-POP'의 모든 것이라는 이름 그대로 24시간 600만 명에 육박하는 전 세계 구독자와 K-POP을 매개로 교통하고 있는 이 채널의 주인장은 방송사, 그리고 프로듀서들임을 아마도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등 굵직한 스포츠 중계와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 다양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으로 익숙한 총 5개 국내외 유료방송 채널을 운영 중인 일산 MBC 플러스 본사를 찾아 'ALL THE K-POP'의 수장 윤미진 PD를 만났다.
제작 PD로 시작해 미디어 환경이 급변해온 최근 10여 년 디지털 콘텐츠 부문의 주요 전략을 담당해온 윤 PD는 'ALL THE K-POP'을 포함한 MBC 플러스의 유튜브와 여러 SNS 플랫폼, 자체 애플리케이션 등 사내 모든 디지털 채널들을 총괄하는 팀장을 맡고 있다. 디지털 채널 전담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실은 방송사의 변화로 읽힌다. 구독자 약 600만 명의 대형 유튜브 채널은 그저 방송사라고 해서 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600만 시청자라면 앞서 살펴본 시청률 추계로 비추어 볼 때 30%에 달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주된 프로그램의 시청 경로를 TV로 삼고 있는 방송사들은 좀처럼 디지털 콘텐츠만을 위해 별도의 팀을 구성하기보다는 TV 중심의 조직에 부설 또는 지원의 성격으로 팀을 갖추는 사례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기성 방송사들이 과거 경쟁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전담 조직을 만들고 전용 콘텐츠 제작에 인력과 비용을 투자했지만 막상 성과가 미약했던 적지 않은 실패 사례에서 기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변화는 숙명인 가운데 이 기로에서 중간선을 잘 지키는 것, 쉽지 않은 선택이다. 비단 방송사뿐 아니라 기성 미디어 업계 전반이 이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처럼 속사정을 익히 알고 있는 입장에서 윤미진 PD가 들려준 'ALL THE K-POP' 이야기는 매우 관심 가는 내용 들이었다.
우선 주로 자사 음악 전문 TV 채널들의 콘텐츠 자원을 활용해 K-POP 채널들을 성장시켜온 타 방송사들과 달리 MBC 플러스는 현재 TV 채널 라인업에 음악 전문 채널이 없다. 장수 프로그램이지만 주 1회씩 방영되는 '주간 아이돌'과 '쇼 챔피언' 그리고 최근 시작한 '더 컬러' 정도가 TV용 음악 콘텐츠 자원이다. 콘텐츠의 품질만큼이나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업로드, 즉 콘텐츠의 절대량도 채널의 성실도로 가점을 고려하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비추어 K-POP 채널로서는 상대적으로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부족한 셈이다. 이러한 약점을 타개하면서 충성도 높은 유저 층을 늘리기 위해 윤 PD와 디지털 팀은 더 손이 가지만 호응이 높을 것이 기대되는 정공법들을 선택한다.
타사 K-POP 유튜브 채널 대비 앞선 시기에 VOD뿐 아닌 24시간 실시간 스트리밍 전용 편성을 실시했다. 전 세계 이용자들이 즐겨 찾는 채널이 되기 위해 시차라는 벽을 없애고 언제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스타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당연히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부족한 가운데 매일 24시간을 편성하기 위해선 한정적인 기존 음악 프로그램 자원을 다양한 방식으로 큐레이션해 새로운 콘텐츠로 탄생시키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했고, 물리적으로도 제작량이 증대했다.
그러나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언제든 실시간으로 시청 가능한 환경은 글로벌 채널로서의 역할을 배가시켜주었고 구독자의 증가세가 확연했다. 지속적인 이용자 유입과 높은 활동 빈도의 충성 고객 양성이 플랫폼 비즈니스의 이상적 모습이라 볼 때 유튜브 입장에서도 24시간 스트리밍은 특히나 글로벌 채널들에 추천 모델이다. 이를 빨리 적용한 디지털 팀의 노력은 유튜브의 이러한 흐름에도 주효했던 것이다. 구독자는 500만 명을 넘겼고 사내에서도 디지털 채널들에 대한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이는 수익과도 연계되어 있다. 유튜브 채널들의 예상 광고 수익을 계산해주는 서비스인 소셜 블레이드(Social Blade)를 통해 10월 16일에 확인해본 'ALL THE K-POP'의 연간 예상 수익은 약 24만 달러~380만 달러로 추정된다. 유튜브 채널 하나의 수익으로는 상상 그 이상이다. TV에 주력해오던 기성 방송사들이 최근 보유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통해 다수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데 힘을 쏟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는 한편 방송사 내에서도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 사내 주요 공력이 TV가 중점이던 기존 환경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는 시스템의 변화는 갈등을 낳을 수도 있다. 이 점에서도 윤 PD와 그녀의 팀, MBC 플러스의 대응은 현명했다고 보인다.
구독자의 증대와 맞물려 유튜브 전용 프로그램의 추가 제작이 필요해진 시점에 디지털 팀은 가급적 기존의 TV 프로그램 제작진들에게 부담을 더하게 되는 형태보다 상호 시너지가 될 방안을 모색했다. K-POP 순위 프로그램으로 주 1회 방영되는 '쇼 챔피언'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주간 아이돌'을 위해 매주 많은 아이돌 스타들이 방송사를 찾는 것에 착안해 출연자 대기실, 안무 연습실 등 무대 밖의 모습을 일반 팬의 시선에서 자연스럽게 담아낸 '내 친구가 방송국에 산다', 방송을 마치고 소속사로 귀가하는 아이돌들의 퇴근길 차 안의 이야기를 셀프 카메라로 찍은 '쇼챔 퇴근길', 스튜디오 밖에서 등산과 같이 또래 친구들처럼 평소 하고 싶었던 일들을 편안하게 지원하는 '와이낫미', 아이돌 노래방 형식의 '우선 예약' 등 유튜브 전용 프로그램들은 모두 별도 제작을 위해 투여되는 기존 인력의 인적, 물적 자원은 최소화하고 방송사가 이미 보유하고 있던 다양한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보자는 고려에서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역시 디지털 팀은 구체적 요청보다는 주요 방향만 논의를 하며, 실제 콘텐츠 아이디어는 제작 공정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원 제작진들이 직접 새로이 기획과 제작을 진행하는 식으로 역할을 설정했다. 또 굳이 유튜브 전용이라는 한계를 짓지 않고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처럼 'ALL THE K-POP' 채널로 새 콘텐츠들을 선보인 후 긍정적 반응을 확인한 경우는 TV 채널에서 정규 편성하는 유연성도 이들이 함께 이룬 성과다. 원래는 '쇼 챔피언'의 주간 K-POP 순위 선정을 위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인 '아이돌챔프'도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디지털 팀이 이를 맡아 팬들의 응원을 연계해 TV 광고로 송출할 수 있는 '아이돌 데이'라는 독특한 TV 상품도 기획하고, 아이돌들의 굿즈 등을 선보이는 'ALL THE K-SHOP'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콘텐츠 외 사업적 부문까지 관장 중이다. 이 많은 일들을 10명 남짓의 팀 내에서 소화하고 있음은 놀라운 점이었다.
윤 PD는 "TV와 디지털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방송과 온라인의 MBC 플러스 모든 채널이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저희 팀의 미션입니다"라며 디지털 업무 특성상 잔손이 많이 가는 일들이 다수임에도 묵묵히 역할을 맡아주는 팀원들에게 공을 전했다. 곧 600만 구독자를 바라보며 다이아 버튼을 향해 진격 중인, 영화로 치면 블록버스터급 채널 'All The K-POP' 이야기. 역시 그저 '방송사가 운영하니까 구독자도, 채널 인기도 당연히 그 정도 되는 거 아냐'라는 선입견은 착각이었음을 새삼 상기하며 구독자가, 시청자 규모가 블록버스터급이면 채널 운영진의 고민도 블록버스터만큼임을 거듭 공감하는 인터뷰였다.
윤 PD와 MBC 플러스에서의 인터뷰는 마치 치열한 프로듀서의 다큐멘터리 한 편을 시청하듯 적지 않은 시간 차분하고 상세하게 이어졌다. 지면의 한계로 더 많은 이야기는 디지털타임스 유튜브 채널 '디따'에서 공개되는 영상으로 살펴보시길 바라며 아쉽지만 본 지면에서는 '희대의 NOW 구독중' 채널 한 줄 서평으로 소감을 전해드린다.
지면에서 못다 한 윤 PD와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시게 될 독자분들은 다소 의아해하실 수 있다.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 스튜디오 배경에 메이저리그 중계를 위한 화면이 펼쳐져 있어서다. 사실 인터뷰 바로 전에 같은 스튜디오에서 매일 'MLB 한마당'이라는 역시 유튜브로 실시간 콘텐츠가 제작되던 곳에서 윤 PD의 바쁜 일정을 고려해 세트를 변경하지 않고 곧이어 촬영을 진행한 때문이다. 그런데 이 스튜디오는 PD도, 카메라맨도, 조명감독도, 음향감독, 편집감독 아무도 없기에 윤 PD에게 물었다. '콘텐츠 놀이터'라고 명명된 이 소규모의 디지털 스튜디오는 PD나 제작진들 없이 사원들 누구나 편안하게 자신의 개인 방송이나 회사의 방송을 소재로 1인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라고 한다. 방금 전 제작을 마쳤다는 'MLB 한마당'도 그렇게 매일 제작되고 있는 유튜브 전용 콘텐츠였고, 이날 '희대의 NOW 구독중' 인터뷰 또한 같은 환경에서 진행되었다.
레거시 미디어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는 기성 방송사가 어떤 변화들로 진화를 꾀하고 있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유선방송이 최초로 도입되던 시기, '뉴미디어'라는 개념은 '케이블 TV'였고, 이후로 '위성방송', 'IPTV', 'DMB' 등등 '뉴미디어'라는 단어는 점차 그 대상을 달리하며 'NEW'의 위력을 확인시켜주었다. 2001년에 개국한 MBC 플러스도 당시 국내 도입 초기였던 '케이블 TV'로 채널들을 선보이던 대표적인 '뉴미디어' 방송사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이 방송사가 다시 '뉴미디어'로 변모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모습에서 구독자 600만 명의 비밀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희대의 NOW 구독중' 다음에 또 보석 같은 채널을 찾아 신문과 유튜브로 다시 찾아뵙는다.
2020년 10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