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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대 Jul 11. 2021

[희대의 NOW구독중] 추천채널 '오늘비와?'

세계 최초 '날씨 버라이어티 채널'

[디지털타임스] <희대의 NOW 구독중> 열여섯 번째 칼럼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채널을 찾아 참 구독을 추천드리는 유튜브 '서평' 시리즈 《희대의 NOW 구독중》.


2020년 12월 3일, 유튜브 코리아는 자사 블로그에 2020년 한 해 국내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유튜브 동영상 순위 10위를 공개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장르로만 조회 수 순위를 살펴본다면 단연 뮤직비디오가 최고를 기록 중이다. 그래서 순위 공개는 통상 뮤직비디오와 비(Non) 뮤직비디오 부문으로 나누고 있을 정도다. 뮤직비디오 1위는 아마도 예상하셨을 BTS의 'Dynamite'가 차지했다. 뮤비가 아닌 일반 영상 부문에서 1위는 어쩌면 당연할지 모를 질병관리청 채널의 '코로나19 국민행동수칙'이 랭크되었고, 2위는 코미디 채널 '낄낄상회'의 '목사님과 스님'이었다. 그리고 3위는 MBC 기상팀 유튜브 채널 '오늘비와?'의 일기예보 버전 '아무노래 챌린지' 영상이다. 

보도국 스튜디오에서 오승훈 아나운서의 뉴스에 이어 단정하게 일기예보를 전하던 김가영 기상 캐스터가 갑자기 지코의 '아무노래'에 맞춰 춤을 춰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했던 바로 그 화제의 콘텐츠다. 처음엔 방송사고 아닌가 싶어서, 그리곤 반전의 묘미와 김 캐스터의 춤 실력까지 많은 구독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이 영상은 사실 기상팀에서 꼼꼼하게 준비해 연출한 작품이었다. 이 영상은 칼럼이 게재 중인 2021년 4월 초 현재 기준 1,135만 조회를 상회 중이다.

그런데, 내로라하는 연예 매니지먼트 기획사들도 생각하지 못했을 법한 이 특급 아이디어를 구상해 지난 한 해 많은 구독자들을 즐겁게 해 준 '오늘비와?' 채널의 유튜브를 찾아보면 실제로 채널 정보란에 기획사의 이름이 있다. 'IH 기획'이다. 안 그래도 채널에 올라오는 콘텐츠들의 성격이 무언가 지상파 방송사, 그것도 보도국에서 운영한다고 보기엔 정말 버라이어티 했다 싶었더니 역시 전문 기획사의 손길이 닿은 것이었나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그래서 '희대의 NOW 구독중'은 아무리 검색해 봐도 별도의 상세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이 'IH 기획'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상암 MBC 본사를 찾았다.

MBC 기상팀의 유튜브 '오늘비와?' 채널 현인아 팀장(좌), 광운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이희대 교수(우)가 제작진들과 기념 촬영 중이다.

MBC 내 직원들이 본 방송 외에 언제든 자유롭게 1인 미디어용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최근에 개설했다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오늘비와?' 채널의 수장인 현인아 팀장을 만났다. 우선 궁금했던 'IH 기획'의 실체를 물었다. 방송사임에도 이 유튜브 채널은 별도의 기획사에 의뢰를 해서 운영하는 것인지, 또 어떤 곳인지를. 현 팀장은 왜 포털에서 'IH 기획'을 찾을 수 없는지 잘 알려주었다. 채널 개설 초기에, 워낙 팀워크가 좋은 기상팀이라 마치 독립된 기획사처럼 채널을 운영해보자는 다소 가벼운 의도로 그녀가 자신의 이름 약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고 이후론 '대표'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붙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IH 기획'이란 이름처럼 '오늘비와?' 채널은 이후로 연예 기획사와 같이 버라이어티 한 행보를 계속한다. 그리고 실제 이 기획사는 스타들을 키워내기에 이른다. 채널 개설의 주역이기도 한 2018년 입사 동기인 김가영, 최아리, 박하명 캐스터는 현재 뉴스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종횡무진 인기를 구가 중이다. MBC 내에 실제 사내 벤처 같은 기획사가 만들어진 셈이다.

"저희는 항상 뉴스에 굉장히 단정하게 1분 정도 날씨만 전하게 규정되어있는 집단이잖아요. 그런데 내 안에 무언가를 더 많이 갖고 있는 후배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아~ 어떻게 친구들을 좀 잘 알릴 수 있을까?" 이 기획사의 대표는 1997년부터 자신이 1세대 기상캐스터로 임해 오면서 스스로에게 가져왔던 오랜 질문이자 아쉬움인 '날씨'라는 최상의 감성 콘텐츠를 기성의 뉴스 포맷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계속 새겨오고 있었다. 그러다 2018년 흥과 끼, 개성과 역량을 갖춘 세 명의 신입 캐스터들이 입사하자 자신감을 갖고 일단 채널을 개설했다고 한다.


현 팀장이 방송에 입문하던 90년대는 기상캐스터 시험이 별도로 있지 않았고 대부분 날씨는 남성 예보관들이 진행을 맡는 것이 익숙하던 시기였기에 여성 기상 캐스터로서는 그녀가 거의 최초였고, 이후 통상 아나운서 준비생들이 차선으로 캐스터를 선택하는 사례들이 많았던 터라 분명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면서도 기상 캐스터는 뉴스 속 1분을 맡는 다소 전형적인 직군처럼 인지되어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2018년 세 명의 캐스터는 이 공식을 제대로 깼다. 김가영, 최아리 캐스터는 무용학과, 박하명 캐스터는 뮤지컬 배우 출신이다. 현인아 팀장의 큰 그림, 'IH 기획'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희대 교수의 《희대의 NOW 구독중》 - '오늘비와?'편 첫 번째

물론, 채널 개설 처음부터 '빵' 터지진 않았다. 어쩌면 날씨는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라 태풍과 같이 특별한 때가 아니라면 이를 주제로 채널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마도 실제 전문 연예 기획사라면 하지 않았을지 모를 기획이었을 수 있다. 게다가 유튜브 채널을 위해 별도의 제작진을 구성할 여력도 아직 없던 때다. 말 그대로 일은 더 많아지고 무엇이 킬러 콘텐츠인지 갈피는 못 잡으며 적잖은 혼선을 겪었다. 다만, 이 분들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22년 차 기상캐스터 현인아 팀장을 비롯해 이현승, 이서경 큰 언니 캐스터들, 세 명의 신입 동기들 그리고 기상팀 제작진들은 매일매일 365일 생방송이라는 무시무시한 커리어를 갖고 있는 방송인들이었던 것. 이들의 무기는 '성실'이었다. 말 그대로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매일 새로운 장르,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실행하며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를 늘려갔다. 매주 월, 수, 금 진행되는 런치 라이브, 쇼미 더 웨더, 오늘뭐와?, 오늘요가?, 아가리영 등등 다양한 포맷의 시도가 있었고 일부는 파일럿 성격으로 지금은 내려졌지만 현재까지 편성을 이어가는 콘텐츠들도 있다. 세계 최초 '날씨 버라이어티 채널'은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닌 매일매일이 모여 만들어졌다. 그 사이 채널 구독자들의 호칭은 '날둥이'가 되었고, 채널 캐릭터 '몽글이' 티셔츠는 구독자들이 갖고 싶어 하는 애장품 1호가 되었다. 


그리고 2020년 1월, 오승훈 아나운서에게 따로 식사 대접을 하며 시침 뚝 뗀 뉴스 멘트를 부탁하고 당시 대유행이었던 '지코'의 노래 '아무노래' 안무를 김가영 캐스터에 준비시켜 제작한 일기예보 버전 '아무노래 챌린지'는 이런 가운데 탄생한 것이다. 이후로 채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더 커졌고, '오늘비와?' 채널은 얼마 전 구독자 10만 기념 실버 버튼 언박싱 콘텐츠를 선보였고, 이 기획사가 배출한 주역들인 3명 동기들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먼저 찾는 인기 방송인으로 성장 중이다. 정말 채널 초기 'IH 기획'이란 이름을 지었던 것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는 유명 대사를 떠오르게 한다.


"아무도 '당신의 날씨 방송 때문에 내가 어제 너무 행복했고 감동받았어요'라고 말해주는 그런 사람은 없어요." 매일 TV에 나오고,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상캐스터에 주목하는 경우는 적었다. 또, 날씨예보는 실상 제작 현장에 카메라 앞엔 캐스터 자신뿐이다. TV 화면과 달리 날씨 스튜디오의 뒤 배경은 단색의 크로마키다. 그렇게 남몰래 외롭게 20여 년, 날씨 방송을 진행해온 현 팀장은 후배들에겐 다른 세상이 열리길 바랐다. 그녀는 이를 '어미 새'의 마음이라고 했다. 예능 출연이 어색했을 후배들에게 제작 스탭과 다른 연예인들을 대하는 법을 일일이 알려주고, 필요하다 싶을 땐 직접 제작진들을 찾아가 잘 찍어 주십사 부탁도 했다고 한다. 후배들의 약진은 기상캐스터라는 직군의 이미지에도 당연히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전문성과 함께 재능과 끼를 갖춘, 그리고 더 큰 영역으로의 도전도 잘 헤쳐 나가는 다재다능한 방송인의 모습으로 말이다.

이희대 교수의 《희대의 NOW 구독중》 - '오늘비와?'편 두 번째

그럼에도 현 팀장은 '오늘비와?' 채널의 가장 큰 기쁨은 '날둥이'분들과의 교감이라고 한다. 과거 TV를 통해 날씨 방송을 보고 누군가 반응을 보이고 응원을 하는 경우는 없었지만, 이제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시청자들과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면서 방송하는 보람을 더 크게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유튜브뿐 아니라 최근 틱톡에도 채널을 열었다. 이 기획사 대표는 향후 유튜브, 틱톡이 아닌 어떤 새로운 뉴미디어가 펼쳐지더라도 계속 기상캐스터들과 함께 '날씨'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날 것이라는 미래의 큰 그림도 들려주었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구독자들을 초청하는 이벤트도 기획 중이고, 현재의 비대면 상황에서는 영상 통화를 통해 애청자와 캐스터가 교통 하는 콘텐츠도 선보이면서 교감의 폭을 더 넓힐 예정이라고도 했다.

무엇보다 '희대의 NOW 구독중'에서 그녀가 처음으로 밝힌다는 빅뉴스는 곧 있을 기상캐스터 신입 선발 소식이었다. 당연히 공채를 통해 선발할 새 기상캐스터는 '오늘비와?' 채널의 새로운 구심점 역할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 팀장은 아직 입사도 전인 신입을 떠올리며 벌써 많은 구상을 한 듯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 공채에 도전할 기상캐스터 지망생들을 위한 입사 팁을 물었다. 그녀의 답은 처음엔 너무 어려웠다. "날씨를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니. 그런데 설명을 듣고 나서는 충분히 그 이상 공감했다. 아주 따뜻하지도 춥지도 않은, 그런데 맑아서 비도 안 오는 봄 날씨와 같은 그런 날씨가 3~4일 이상 계속되면 사실 매일의 날씨를 다르게 표현해야 하는 기상 캐스터에겐 이때가 고통의 나날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창작의 고통이다. 매일 "오늘은 맑습니다."만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 이때 내공이 나온다. 봄바람 끝에 살짝 피부에 닿는 바람결이 미세하게 달라져도 그 포인트를 잡아서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날씨를 멘트에 담아내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해보면, 소수지만 이런 지원자들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다양한 경험 또는 인문학적,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이 기상캐스터에 적격이라는 것. 결국 창작자란 것이다. 현 팀장의 입사 기준을 들으며 문득 러시아의 소설가 안톤 체호프의 말이 떠올랐다. "달빛이 얼마나 밝은지 말하지 말라, 차라리 깨진 유리조각에 비친 달을 내게 보여 달라."


디지털타임스 구독자분들 중에는 기상 예고하면 1980~90년대 당시 종이에 매직으로 기압골을 그려가면서 쉽게 날씨예보를 알려주던 김동완 전 통보관의 모습을 떠올릴 분들도 많을 듯하다. 40여 년이 지난 현재 후배들은 날씨 버라이어티 채널을 유튜브에 개설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달라지지 않은 것. 날씨라는 소재로 녹화방송이란 없는 생방송 체제의 기상 캐스팅. 매일매일을 긴장 속에 데일리 생방송을 이끌어야 하는 성실이 몸에 밴 방송인들의 일을 대하는 태도다. 성실을 이기는 것은 없다 했던 것처럼 '오늘비와?' 채널의 오늘은 이러한 성실 유전자를 갖고 역시 어쩌면 무모하게, 당당하게 새로운 미디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천상 방송인들의 저력이 진가를 발휘한 결과물이다.


'유려하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할 정도로 쏙쏙 들어오는 22년 차 내공의 대한민국 1세대 여성 기상 캐스터이자, 세계 최초 '날씨' 버라이어티 기획자인 현인아 팀장과의 날씨와 방송, 그리고 유튜브 이야기는 아쉽게도 이 지면에 다 싣지 못했다. 기상캐스터 혹은 방송인을 꿈꾸는 구독자분들, 혹은 그런 꿈을 꾸고 있는 자녀분이 계신 구독자분들이 이라면 디지털타임스 유튜브 채널 '디따'에서 이후 영상으로 살펴보시길 바란다. 본 지면에서는 '희대의 NOW 구독중' 채널 한 줄 서평으로 대신 소감을 전해드린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채널을 찾아 참 구독을 추천드리는 '희대의 NOW 구독중' 한 줄 서평.


◇" '오늘 비와?'는 방송인들이 이뤄낸 성실 버라이어티의 단비 같은 산물'이다!"


변화를 이끌어가는 다양한 미디어 종사자들의 삶까지 살펴보는 '희대의 NOW 구독중' 다음 편엔 또 멋진 채널들을 만나보겠다.


2021년 4월 8일


이희대 광운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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