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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대 Apr 20. 2019

[꿈의 성공 에세이] 마이클 잭슨 _7

처음이자 끝(This is it)

[꿈의 성공 에세이] '마이클 잭슨'편

faith [믿음]     


남들은 내가 생각하는 걸 믿지 않았다.

모두가 의심이 많았다.     

자기 스스로가 자기를 의심하면

최선을 다 할 수가 없다.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면

누가 믿어주겠는가?     

일단 작업에 들어가면

나는 항상 자신을 가진다.     

계획을 착수할 때는

그것을 100% 믿는다.

나의 혼을 그 작업에 불어넣는다.     

그러다가 죽어도 상관없다.     

그것이 나 자신이다.

 

- 마이클 잭슨 자서전 'Moon Walk'중에서 -


처음이자 끝(This is it) 


"미안. 내가 실수한 거야.

2 소절은 연주하지 말고, 이대로 한번 해보자고.

이래서 리허설을 해야 하는 거야."


다소 겸연쩍은 미소까지 지어가며 스태프들에게 진지하게 실수를 인정하는 상황이지만 무척이나 활기차 보인다. 역시 무대 위에 있을 때 그는 가장 행복한 표정을 갖는다. History 투어(1996~1997) 이후 공식적으로 12년 만에 개최하는 콘서트 투어이자 그의 마지막 투어라고 밝힌 ‘This Is It’의 리허설 현장이다.


공연은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리허설은 이 곳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 동일한 세트를 준비해놓고 세밀하게 준비 중이다. 각 악기와 코러스 파트의 연주는 물론 안무 동작 하나하나들이 음악, 음향, 조명, 영상 등 무대 효과와 모두 일치하도록 철저히 계산하고 작은 오차도 없을 때까지 마이클과 스태프들의 연습은 반복된다. 완벽주의자 마이클에게 나이는 그리 큰 장애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모든 각각의 관절이 따로 움직이는 듯 격렬한 춤사위도 그대로였다. 오히려 그의 연륜이 과거 대비 더 발전한 최첨단의 각종 무대 효과와 만나면서 리허설대로만 공연이 열린다면, 21세기 들어 가장 뛰어난 무대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This Is It! This Is It!

고마워요. 저는 이 곳 런던에서 공연하게 될 것이고요.

이 것이 나의 마지막 투어(Last Curtain Call)가 될 것입니다.

7월에 만나요!”


2009년 3월 5일, 런던 동부 그린위치에 자리한 O2 아레나 극장 기자회견장. 열광하는 팬들에게 큰 웃음으로 답하며 잭슨은 양팔을 좌우로 쫙 뻗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포즈를 수차례 취하고 주먹을 불끈 쥐며 펀치를 날리는 등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힘찬 모습을 연출했다. 2009년 7월 13일부터 2010년 3월 6일까지 이번 런던에서의 총 50회의 공연 이 끝나면 호주, 유럽, 인도, 아시아를 거쳐 다시 최종 미국으로 이어지는 그의 인생 피날레 투어가 계획되어 있다. 회견장에서의 그의 컨디션은 그의 이 마지막 월드 투어도 순조로울 것임을 예고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것은 위대한 도전입니다.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멋진 도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누구도 본 적 없는 멋진 공연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주어서 너무나 감사해요.”


스태프들과 서로 손을 잡고 큰 원을 만든 가운데 이 50대의 남자 가수는 여전한 미성으로 최종 공연 리허설의 소회를 밝힌다. 모든 스태프들을 비로소 그간의 연습에 마침표를 찍는 오늘의 기쁨과 또 잭슨의 진심 어린 이야기에 열렬한 박수로 호응한다. 단지 그와 이 공연에 함께 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응모한 수천 명의 지원자 중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최종 멤버로 발탁된 그들이니만큼 이 순간은 더욱 특별했다. 이제 정말 런던에서의 공연만을 남겨 둔 것. 그러나 공연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2009년 6월 스테이플스 센터에서의 이 훈훈한 최종 리허설 장면은 영화 ‘This Is It’에서 영상으로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Michael Jackson's Movie 'THIS IS IT' Trailer

잭슨의 'This is it'은 우리에게 3가지 다른 모습으로 기억된다. 그가 준비했던 그러나 취소된 런던 공연 투어의 타이틀 명, 2009년 4월부터 6월 23일까지의 이 공연 준비 과정을 담아 그의 사후에 발표한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영화에 수록된 음원을 담은 앨범의 이름이자 이 음반에 삽입된 그의 신곡 제목이기도 하다. 선글라스와 파란 재킷 차림으로 리듬에 몸을 맡긴 채 ‘man in the mirror’를 열창하며 객석을 향해 그가 두 팔을 벌리는 장면에서 영화 'This is it'은 끝을 맺고 이어진 엔딩 크레디트에 흐르는 음악. 바로 그의 노래 'This is it'이다. 


50회 공연 분량 약 100만 장의 티켓은 이미 공연 3개월 여전 3월 14일 발매 5시간 만에 매진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선판매된 상황이었다. 그가 고인이 되어 공연이 취소되자 기획사는 예매자들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준다. 하나는 일반적 환불이었고, 다른 하나는 공연 현장 배포분의 실제 인쇄 티켓을 우편으로 제공받는 것이었다. 티켓 당 50~75파운드(약 10~15만 원)의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았을지는 경매사이트를 통해 지금도 쉽게 알 수 있다.


영화 'This is it'은 그의 사후 4개월 후인 10월 28일에 상영을 시작했고 티켓 예매는 한 달 전인 9월 27일 개시됐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티켓 판매 3일 전인 24일부터 수많은 잭슨의 팬들이 LA 라이브 스타디움 ‘리갈 시네마 14’ 앞에서 캠핑을 하며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사전 예매 집계 결과 세계 각국에서 티켓 판매율 최고 기록이 속출했고, 특히 런던에서는 영화티켓 판매 역사상 가장 많은 하루 3만 장이 팔려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이 세웠던 기록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완벽주의자였던 잭슨이 아직 완성된 쇼가 아닌 리허설 장면을 담은 이 영화의 공개를 반겼을지는 알 수 없지만 완벽한 쇼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문화적 기록으로서도 이 영화는 그의 수많은 팬들은 물론 예술계 종사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것이었음은 분명하다.

Michael Jackson's 'THIS IS IT' MV (Official)

영화 개봉 이틀 전인 26일 발매한 앨범 'This is it'은 그 직후 전 세계의 각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약 120만 장을 팔아 들였다. 타이틀곡 'This is it'은 2011년 53 회 그래미상 최고의 남성 팝 보컬 퍼포먼스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2010년 1월 31일, 다시 LA 스테이플스 센터. 청중들은 이례적으로 3D 안경을 착용한 채 무대를 응시한다. “Earth Song"의 3D 뮤직비디오가 무대를 채우고 잭슨의 목소리가 울리자 더해 셀린 디온, 스모키 로빈슨, 어셔, 제니퍼 허드슨, 캐리 언더우드가 그의 노래에 더해  열창을 선보인다. 

52th Grammy Awards - 'Earth Song' 3D Tribute 

노래가 끝나자 아름다운 이 헌정 공연에 52회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한 객석의 비욘세, 제이지, 리한나 등 슈퍼스타들이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잭슨은 이날 그래미로부터 평생공로상을 수상한다. 환경, 전쟁, 기아 등 지구의 미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날 ‘Earth Song’ 영상은 잭슨이 'This is it' 공연을 위해 준비했던 작품 중 하나였지만 런던이 아닌 이 곳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다시 상영된 것이다.


'This is it'의 뜻을 사전에서는 이렇게 풀고 있다.

“바로 이것이다; 지금 시작이다; 이제 끝이다”


세상에 없던, 지금껏 본 적 없는 이 미완의 특별한 공연을 ‘처음이자 끝’으로 그는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러나 그가 남긴 음악과 그리고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기억하고 또 그 믿음이 계속되는 한(Keep the faith) 팝의 황제는 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남을 것이다. 그의 노래처럼.


Michael Jackson - Keep the Faith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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