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오렌지보다 작고 껍데기도 맨질 맨질 순한 것이 천혜향이다.
두 손으로 얇은 껍데기를 까고 입안으로 넣으면
알맹이마다 방울방울 터지며 목구멍으로 내려앉는다.
색도 없이 너는 시큼함을 내며 다시 목구멍 깊은 곳으로 내려앉는다.
손을 닦아도 손톱 밑에서 공기를 담은 냄새가 내게로 내려앉는다.
너는 두꺼운 껍데기를 까고 그 악한 알맹이들을 들이켰다. 거짓을 삼켰다.
네가 삼킨 열매는 숯이 되어 네 온몸을 그을리고 검은 피가 되어 너를 돈다.
검은 손으로 나를 만지며 토악질하듯이 너의 혀는 숯 열매를 끊임없이 내게 뱉어내었다.
충혈된 너의 그 눈 때문에 검은 혀가 달기만 했다.
톡톡 검은 입자가 어느새 내 목구멍 깊숙이 내려앉았다.
그림자도 비치지 못하는 검은 웅덩이를 가슴에 트는 줄도 모르게 너는 달았다.
눈물을 훔쳐내도 단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