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 작자 Oct 28. 2021

시큰한 것 시린 것 그리고 슬픔

우리 엄마는 슬픔에 발을 담글 새가 없었다.

그저 살기 바빴다


지인이 죽었다

웃을 때마다  찡긋하는 눈에서

슬픔이 새어 나오던 사람이었다


슬을프러 그를 보러

버스를 탔다


슬을퍼야 했지

슬을프지 않아서

야릇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를  오랜만에 보았다

그의  앞에 꽃을  꽂아주고 절을 하고

엎드린 채 그를 생각했다


시큰한 것이 올라와

축축한 것에 눈을 내주고

잠시 슬픈 척했다


좋은 곳으로 가라고

마냥 좋은 곳으로  가라고 빌었다


엄마는 이제 슬픔을 모르게 됐다고 말했다


4월  바람에

시큰해진 눈에 

번호 없이  네온빛만 남은  버스가  지나갔다


몇 대를  보내고

버스를 탔다


이제 두고두고 시린 것만 남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런 시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