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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 Jul 23. 2021

빨간 꽃 파란 할머니

빨갛게 핀 꽃을 보며 좋아하는 파란 소녀





할머니는 날 불러 세웠다.





어느 날 외출 준비로 바빠서 허적 대고 있던 날  

할머니는 또 나를 불러 세웠다.

여느 때와 똑같이

파스를 붙여 달라거나

바늘에 실을 꿰어 달라는 건 줄 알고

짜증부터 내밀려는 찰나

할머니의 소녀 같은 활짝 웃음에

내 짜증이 뚝 하고 그쳤다.


“야야 이것 좀 바바래이

발개이 어쩜 이래 꽃이 활짝 폈어!! "






꼬질꼬질한 선인장 화분






현관 앞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꼬질꼬질한 선인장 화분이었다.

어두 컴컴 한 구석쟁이 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군청색 화분 색깔 때문에

더더욱 어두워 

보이지도 않던 선인장 화분이었다.


그 구석탱이 화분에는

분명 꽃분홍색 선인장 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햇볕도 잘 들지 않는 곳이었는데

나 여깄어~ 하듯이 선인장 꽃은 존재감을 뽐냈다.









"아니.. 조금 있으면 꽃이 만개하는 봄인데
이게 그렇게 놀라울 일인가? "






그보다도 난

할머니의 소녀 같은 모습이 낯설어 얼떨결에

“우와 꽃이 폈네???”

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아니.. 조금 있으면 꽃이 만개하는 봄일 텐데

이게 그렇게 놀라울 일인가? “


그냥 적당히 할머니에게

맞장구 쳐주다 외출을 했다.


밖에서 일을 보며 자꾸

소녀 같은 할머니 모습이 생각이 났다.

너무 낯설었다.

항상 불평불만, 자기 한탄,

아픈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투덜대는 할머니.


없던 모습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닐 테고..

무뚝뚝이 뚝뚝 넘쳐서

예쁜 말 엔

정말 소질이 없는 우리 할머니였는데..

이상했다. 이런 낯선 할머니의 모습







그날따라 빨간 꽃






옷은 무조건 옥색이거나 파란색을 고집하며

빨강, 분홍은 아무리 자식들이

비싸게 주고 사 와도

쳐다보지도 않는 할머니였는데

그날따라 할머니는 빨강 꽃을 정말 좋아했다.


그렇게 파랗고 도도한 할머니 속에도

언젠가 어여뻤던

소녀가 숨어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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