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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 Aug 16. 2021

먹고 먹고 또 먹어야 하는날

할머니는 밥으로 말을 걸고 밥으로 잘 가라는 인사를 했다.







내 동생은 할머니의 보물






나와 할머니가 사는 집에 동생이 왔다.

동생이나 엄마 아빠가 온다고

이야기하는 순간부터

할머니는 갑자기 분주해진다.

옛날에는 몰랐는데 이제는 나이 탓인지

몸살을 앓는다.

그래도 할머닌 뭔가를 준비하고 기다린다.




그래서 어느 때 부턴가 내 동생은

연락 없이 불쑥 왔다.

나에게 슬쩍 귀띔을 할 때도 있지만

귀띔을 한들 나도 할머니한테 내색하지 않는다.




동생이 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냉장고 문이 닫힐세라

할머니는 들락날락 말도 없이 밥을 차리고

사과를 깎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할머니는 밥솥을 열며
뾰로통했다.







먹을 사람은 안중에 없다.

그저 차리고 쌓아 놓고 완성이 되면

할머니는 내 동생을 부른다.


"OO야 ~~"




밥을 고봉으로 쌓아 놓고

사과도 몇 개를 깎아 놓고

냉장고 안에는 내 동생이

꼭 먹고 가야 할

음식들이 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날은 유난히 음식이 많았는지

동생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지

연신 밥을 먹으라고 하던 할머니

알아서 먹겠다던 동생

알아서 다 차려 먹었는데도



밥솥을 열어 보며

할머니는 이것밖에 안먹었나며,

뾰로통했다.



결국 동생은 할머니와 밥으로 실랑이를 했고,

내 동생은 심하게 체했다.

그날부터 "더 먹어"

라는 말은 내 동생에게 금지어가 되었다.



한 끼 두 끼 가 아니라

매끼 고봉으로 담겨 있는 음식들을 보면서

동생은 소리 없는 한숨을 내 쉬곤 했다.



동생이 할머니 집 문밖을 나오는 순간까지

밥을 더 먹고 가라던 할머니.

지금도 할머니 집에 가끔 갈 때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할머니는 항상 
밥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었고
밥으로  가라는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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