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에게 손을 꼭 잡고 출근하는 메이트가 생겼다.

: 긴 여정의 시작

by 새로운 하루

아이가 다섯 살이 되었다.

12월에 태어난 아이는 한 달 만에 한해의 나이를 먹었다. 그래서인지 또래 아이들보다 유난히 어리게 느껴졌다. 그렇게 어리게만 느껴졌던 아이는 어느덧 연나이 다섯 살이 되고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여느 부모들처럼 아니 나의 첫째 아이를 양육할 때처럼 육아휴직을 할 수 있었다면 이런 고민은 덜했으리라.

많은 워킹맘들과 같이 경제적이고 커리어적인 부분으로 인해 둘째 아이를 입학시킬 즈음 나는 가정양육이 아닌 워킹맘을 선택해야 했다.

이에 하나 더 고민이 보태어졌다.

유치원 교사인 나의 정체성으로 인해 유치원에 입학할 아들의 유치원 입학 고민은 쉽지 않았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고 갈지, 인근 유치원에 아이를 보낼지... 아이를 돌봐줄 인력이 없었던 상황 속에서 내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었다.


오랜 시간 생각과 고민 끝에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출근하기로 결심했다.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는 일은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당연하거나 부러울 수 있겠지만, 내게는 참 여러 겹의 마음을 거쳐야 가능한 선택이었다.


동료 교사들이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직장에서의 내 모습이 곧 내 아이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소극적인 성격의 아들이, 엄마가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관계에서 불편을 겪진 않을까?

결정을 내린 후에도 고민은 이어졌다.

과연 내가 이 정서적, 육체적 노동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이를 품에 안고도, 마음은 수십 걸음 앞서가며 불안을 헤아렸다.

그 불안의 마침표를 찍는 질문이 있었다.


‘10년 후, 20년 후 내가 한 선택에 있어서 나는 후회하지 않을까?’

이 생각은 머릿속에 떠돌던 고민과 불안을 깊이 잠재웠다. 그저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추억 하나 만들고 싶었다. 나이가 들었을 때 ‘엄마가 선생님이었는데 너와 함께하는 출근길은 어떠했고, 유치원에서 너의 모습은 이랬으며, 너는 교실에서 어떤 장난감을 좋아했고, 네가 좋아하는 친구는 누구였단다. 하고..


출근길, 나는 한 손엔 아이 가방을, 다른 한 손엔 내 가방을 든다. 현관문을 열고 나설 때, 우리는 같은 속도로 걷는다. 하지만 유치원에 도착하면 다른 하루를 살아간다. 아이를 반에 보내고 돌아서는 순간, 마음 한쪽이 뚝 끊기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다시 교사로서의 나의 일상이 시작된다.


아이는 천천히 유치원의 하루에 적응해가고 있다. 그게 꼭 나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나와 함께 시작하는 하루가, 아이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기를 바란다.

나는 오늘도 엄마이자 교사로서, 같은 건물 안에서 아이와 각자의 하루를 살아간다. 이 선택이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지금의 나에게는 이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매일 조금씩 확신해 간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주어진 우리의 일상에 감사하며 나아간다.


손을 꼭 잡고,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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