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길, 가장 긴 하루의 시작
아이와 함께 출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혼자였던 출근길엔 내 가방과, 아침에 내린 커피가 담긴 텀블러 하나만 들고 차에 오르던 나는
이제 한 손엔 내 가방, 다른 한 손엔 아이 유치원 가방, 거기에 도시락 가방까지 들고 출발한다.
달라진 건 손에 쥔 물건들만이 아니다.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이었던 출근길이 이제는 우리 둘만의 작은 세상이 되었다.
혼자 출근할 땐 구독하는 강의 채널이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이제는 아이의 안전벨트를 채우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그리고 차 안에 울려 퍼지는 건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 그림책 낭독,그리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아이의 질문들이다.
“엄마, 나무는 어떻게 만들었어요?”
“자동차는 어떻게 만들었어요?”
“이불은요?”
운전하랴, 대답하랴, 화장하랴…
어느 순간 대답이 궁해진 나는 아이에게 되묻는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그러면 아이는 웃으며 말한다.
“알려줘야죠~”
그 한마디에 웃음이 나고,
아들과의 도란도란 대화가 이렇게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피곤함보다 감사함이 앞선다.
출근길에 유난히 꽉 막히는 구간이 있다.그 길에서는 매일 교통경찰관을 볼 수 있다.아이에게는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마치 로보카 폴리같은 존재같다.
“오늘은 경찰아저씨 언제 나와요?”
“오토바이는 몇 대 있어요?”
아이의 질문에 귀 기울이며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출근길은 어느새 아이의 놀이터가 된다.
어느 날은 당직이라 일찍 출근해야 했는데,
차가 막혀 좁은 샛길로 우회했다. 익숙한 길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눈치챈 아이가 묻는다.
“엄마, 왜 이쪽으로 가요?”
“이쪽은 빨리 가는 지름길이야.”
“엘곰아, 꼭 잘 잡아!”
나는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방지턱을 ‘쿵’ 하고 넘었다.
놀랐을까 싶어 얼른 말했다.
“놀이기구처럼 슝~ 간 거야!”
그런데 아이는 웃으며 말했다.
“엄마, 재밌어요.”
그 말에 안도하며, 나는 허겁지겁 유치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손을 잡고 같은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각자의 이름표가 붙은 신발장을 찾아 신발을 정리하고,
나는 교사로, 아이는 아이로 서로 다른 하루를 향해 나아간다.
같은 건물 안에 있지만
각자의 공간에서 우리는 서로의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오늘도 나는 너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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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출근한다는 것.
이건 단순히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일이 아니다. 서로의 세계를 매일 조금씩 엿보고, 이해하고, 자라는 일이다. 출근시간 오롯이 우리 둘은 서로에게 집중하며, 혹은 앞자리 뒷자리에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그 짧은 아침이, 우리에겐 나름의 의미로 다가온다.
이날이 훗날 좋게 기억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