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거 제가 만든 거예요. “

: 어린이의 말속에 담긴 저작권 이야기

by 새로운 하루


“선생님, 이거 제가 그린 그림이에요. 멋지죠? 벽에 걸어서 전시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종종 이렇게 말하며 자기 작품을 내밀 때면, 그 안에 담긴 마음이 참 예쁘다. 유치원 교실은 창문, 벽면, 천장까지도 아이들의 그림과 만들기 작품으로 가득하다. 작품을 전시해 두면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스스로 ‘내가 잘했구나’ 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의 칭찬보다 더 큰 격려는, 자기 눈으로 본 자신의 성취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지나가는 아이들이 벽에 걸린 친구의 작품을 보며 감탄을 쏟아내기도 한다.

“이거 누가 그린 거예요? 우와~ 진짜 멋지다!”

그 말에 주인공 아이는 금세 자신의 그림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수줍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한다.

“제가 그린 거예요!”

그러나 어떤 날은 선생님인 나의 눈에조차 “이게 뭘까?” 싶은 작품도 있다. 낙서처럼 보이는 그림, 알 수 없는 정체의 만들기 작품들. 그래서 한창 정리를 하려 할 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생님! 그거 제 거예요!”

“제가 열심히 만든 그림이에요.”

그제야 작품을 들여다보게 된다. 아이는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건 공룡의 발이고, 저건 무지개가 지나가는 길, 여긴 엄마랑 갔던 놀이터다.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던 선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었다.

그제야, 그냥 ‘정리할 물건’으로 바라보았던 나 자신이 미안해진다.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그려낸다.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표현할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고, 색을 고르고, 손을 움직인다. 그 모든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치열하고 섬세하다. 가끔 아이들은 말한다.

“선생님, 제가 만든 거 집에 가져가면 엄마가 버리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뜨끔해진다. 교실 정리를 하다가 아이에게 묻지 않고 작품을 치운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이기도 한 나 역시, 집에서는 그 엄마들과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버릴까? 놔둘까?’ 하고 고민하는 순간. 엄마라면 한 번쯤, 비슷한 마음을 품어보지 않았을까.


어느 날엔 한 아이가 울면서 나에게 왔다.

“선생님, 이거 제가 레고로 만들어서 교구장 위에 전시해 뒀는데, 친구가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요.”

정성스럽게 만든 작품이 허락 없이 무너졌을 때, 아이는 서럽게 울었다.

“내가 열심히 만든 건데…”


그날, 우리는 반 아이들과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었다.

“너희들도 혹시, 만든 작품이 친구에게 망가진 적 있어?”

아이들은 손을 들며 저마다의 기억을 꺼내 놓았다.

“화산이 폭발할 것처럼 화났어요.”

“속상해서 울었어요. 친구가 다시 만들어줬지만 처음 같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제가 그린 그림을 친구가 허락도 없이 가져갔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림인데…”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스스로 말한다.

“친구가 만든 거니까 꼭 허락을 받아야 해요.”

“몰래 만지면 안 돼요.”

“미술관에서도 작품 만지지 말라고 쓰여 있잖아요.”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아이들이 하고 있는 이 이야기가 바로 ‘저작권’이었다. 어른들이 어렵게 설명하는 그 개념, 그 단어. 아이들은 이미 그 본질을 알고 있었다.

‘상대가 만든 작품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

그게 바로 저작권이다.

유명한 누군가의 글이나 그림, 노래에만 적용되는 단어가 아니라, 아이들의 그림 한 장, 블록 하나, 종이접기 하나에도 살아 있는 마음.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말이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 함부로 다뤄지지 않는 교실. 그 작은 존중이 일상의 습관이 되는 사회.

우리는 그런 세상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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