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유일하게 만나는 시간

: 잘 먹어줘서 고마워

by 새로운 하루

같은 유치원 건물 안.

나는 교사고, 아들은 유치원생이다.

서로 다른 반, 다른 역할로 하루를 시작하지만,

우리는 매일 점심시간, 같은 공간에서 마주친다.


급식 시간.

수많은 아이들 사이에서 나는 선생님, 아들은 한 명의 아이로 잠시 스쳐 지나듯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내가 우리 반 아이들 옆에 앉아 식사를 지도하는 동안,

아들은 맞은편 테이블에서 조용히 밥을 먹는다.

같은 반 친구들 속에 앉아 있는 아들의 눈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너무 반가워하는 티를 내면 다른 아이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아들에게 말을 건네면 담임 선생님이 조심스러워지지 않을까?


짧은 점심시간 동안,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분주해진다. 나는 슬쩍슬쩍 곁눈질로 아들을 바라본다. 밥은 잘 먹고 있는지, 반찬은 손대는지, 하지만 동시에 우리 반 아이들도 챙겨야 하니 오롯이 집중하기는 어렵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영양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엘곰아, 뭐 더 줄까?”


고사리 같은 손으로 급식판을 들고 밥을 더 받으러 서 있는 아이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참 잘 먹고 있구나.

그저 그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밀려온다.


그 모습을 지켜본 영양 선생님이 웃으며 말씀하신다.


“엘곰이는 밥을 참 잘 먹어요.”


그 짧은 말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누군가 내 아이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고 있다는 사실.

내가 챙기지 못한 순간에, 누군가 다정한 시선을 보내주었다는 것. 그게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 몰랐다.

엄마 마음은 같기에 더욱 우리반 아이들을 챙기게된다.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하는 급식시간 속에서 잠시 아이의 존재를 확인하고 안도와 감사로 마음을 채운다.


별 탈 없이, 잘 먹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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