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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펀치 와의 예순두 번째 만남!

KBS대구방송 <콘서트 문화창고> 공개 녹화방송: 19.06.08

by 묭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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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로맨틱펀치를 만나기 전의 나의 삶이 8분 안에 짜파구리를 끓여내야 하는 영화 속 인물 충숙과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언제나 주연이 아닌 조연이었다. 항상 나는 내 남편의 아내였고 며느리에 장녀이자 딸아이의 엄마였고 25년 차 직장인이었다. 내 집인데도 왠지 세입자인 것만 같고 내 집이지만 불편하고 낯선 존재가 바로 나였다. 하지만 로펀을 만난 첫날 나는 깨달았다. 나를 얽매고 있던 그 모든 것을 단 1%도 의식하지 않고 로펀을 향해 뛰고 소리 지르는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로펀을 만나고서야 나는 비로소 '나'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로펀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는 나는 로펀뿐만 아니라 '나'를 만나게 된다. 그 설레고 가슴 뛰는 기쁨이 있는 만남을 위해 나는 대구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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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9일은 로맨틱펀치 보컬 배인혁 님의 생일이다. 작년에는 배인혁 님의 <사적인 세계> 단독 공연이 있어서 생일 축하를 해줄 수 있었는데 올해는 6월 8일 공연이 생일에서 가장 가까운 공연이 되었다.

나는 이날도 차를 몰고 대구로 향했다.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는 들어선 입구부터 도시가 의리 번 쩍 했고

고가를 가로지르는 도심 전철과 10킬로미터에 이르는 도시 지하 외곽도로까지 있어서 내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들었다. 복잡한 대구 도심을 신호란 신호는 모두 다 걸려서 KBS대구방송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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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하늘 아래 오르막에 위치한 KBS대구방송의 주차장에는 잘 익은 살구가 주렁주렁 매달린 살구나무가

엄청 많았다. 주차장 여기저기에 굴러 떨어진 살구가 한가득이었다. 신걸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방송국에 도착하자마자 침을 줄줄 흘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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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로맨틱펀치는 버스 대절을 잘못한 관계로 여섯 명이 오는데 28인승 우등고속을 타고 왔다. 지난 부산 공연 때는 커다란 승합차를 빌려서 편안하게 누워서 서로의 좌석에 발도 얹고 왔다는데 이번에는 그런 편안함은 없었겠지만 센스 있는 버스 기사님께서 버스 상단부 LED 전광판에 <로맨틱펀치>라고 글씨를 띄워주셔서 버스가 방송국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전광판을 본 로펀 팬(ROP)들은 흥분이 고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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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 축구 챔피언처럼 빨간색 반팔 축구 티셔츠를 입은 보컬 배인혁 님이 버스에서 먼저 내렸고 잇달아 멤버들이 내려서 <콘서트 문화창고> 창고지기 MC님과 인터뷰가 진행되었는데 다음날이 생일인 보컬 배인혁 님에게는 <콘서트 문화창고> 자유 출연권이 선물로 주어졌다. 인터뷰 이후에는 <불후의 명곡> 왕중왕전 우승 밴드인 로펀에 걸맞은 레드 카펫 행진 식이 이어졌으니 방송 관계자 분들의 센스에 ROP들은 감탄을 거듭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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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문화창고>의 녹화는 오후 다섯 시부터 저녁 9시까지 네 시간가량 진행이 되었는데 4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방송임을 잊고 콘서트 장에 온 것처럼 공연을 신나게 즐겼다. 나는 전날 배탈이 나서

혹시나 장시간 녹화 중에 화장실에 가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까 봐 전날부터 쫄쫄 굶었다. 24시간 넘게 굶고

왕복 여섯 시간 넘게 운전하고 로펀 공연 때 미치게 뛰어놀고 소리 지르고도 멀쩡했으니 이 모든 게 로펀의

은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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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벤트석 응모에 12시 땡 하자마자 접수 글을 올려서 이벤트석 5번을 얻었다. 일단 앞 번호라 좋아했는데 들어가 보니 왼쪽 극사였다. 역시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다. 게다가 내 머리 위로 지미집이 계속 왔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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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 중에는 당연히 사진 촬영이 되지 않지만 사진이 허용되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광속 연사로 셔터를 눌렀다. 그래서 천 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지만 그중 999장을 버렸다. 다시는 연사를 하지 말아야겠다. 사진기가

커서 정작 중요한 생일을 축하받는 보컬님의 동영상도 못 찍었지만 그래도 후기에 올릴 사진 몇 장을 건진 것으로 만족해야지 별 수 없다. 로맨틱펀치는 원래 네 곡을 부를 예정이었지만 앙코르를 무려 세 곡이나 불러줬다. 그 정도로 녹화장 분위기는 폭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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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2. 그걸 좋아해(I love it)

3. 굿모닝 블루

4. We are the champions(퀸)

앙코르: 토요일 밤이 좋아

눈치채 줄래요

그대에게(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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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그걸 좋아해>를 이날 처음 라이브로 들었는데 뮤비로 볼 때보다 음감이 훨씬 좋았다. 정말 상대방에게 마구 다가가고 싶어 지게 만드는 흑당 버블티 같은 노래에 내 몸과 마음은 의자에서 바닥으로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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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좋아해>가 끝나고 로맨틱펀치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기타 콘치 님이 신곡 소개 멘트를 하면서 다음 주에 <라즈베리 비트>라는 곡도 나오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하자 MC 님이 이 방송이 나올 때쯤엔 이미

신곡이 출시된 이후라고 귀띔을 했고 이에 마구 당황하던 콘치 님은 신곡 <라즈베리 비트>도 나왔으니 많이 사랑해달라고 멘트를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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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분이 멤버들에게 차례로 질문을 했는데, 배인혁 님에게는 질문이 너무 많으니 유형을 네 개 드릴 테니

그중에서 선택하라고 해서 <이상형>을 선택하자 "자칭 57년생이라는 배인혁 씨의 이상형은 어떻게 되느냐"라고 질문을 했다. 배인혁 님은 곤란해하다가 다른 유형을 선택하겠다며 다른 걸 골랐는데 "그럼 옷을 잘 입는 배인혁 씨의 이상형은 어떻게 되느냐"라고 질문을 하는 MC님 때문에 우린 다들 웃음이 터졌다. 배인혁 님은 다른 유형을 골라도 어떻게 질문을 할지 알 것 같다며 어렸을 때는 외모나 기타 다른 것들을 봤는데 지금은 서로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에 대해 공감대 형성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싫어하는 대상이 무언 지조차 모르는 어린 친구라면 대화가 어렵지 않겠냐며 적어도 메칸더 V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암요..... 제가 메칸더 V도 잘 알고 로펀 V도 잘 압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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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분이 기타 콘치 님에겐 요즘 다이어트를 한다는데 어떤 방법들을 쓰냐고 묻자 콘치 님은 단백질 보충을 위해 밤중에 치킨을 먹는다거나 사상의학에 기준하여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막창을 먹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해서 관객석을 웃음으로 초토화시켰다.


트리키님에게는 방송이나 공연 때 출연 분량이 적어서 팬들이 아쉬워한다는 질문에 말 수가 없는 트리키님은 특유의 스위트 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말 대신 춤을 춰달라는 관객들의 요구에 트리키님은 <불후의 명곡> 출연 때 보여줬던 브레이크 댄스를 무반주 비트박스에 맞춰 멋지게 춰 보였고 그 모습에 배인혁 님은 우리 트리키가 팝핀현준과 문희준 씨 같은 분들 앞에서도 춤을 춘 친구라며 '나는 트리키다'라는 자막도 꼭 넣어달라고 말했다.


MC분이 기타 레이지 님에게는 "레이지의 발에서는 라벤더 향이 난다"라고 하던데라고 묻자 레이지 님은

신발을 벗어서 보이지 않는 냄새를 증명해 보이려는 듯한 동작을 해서 다들 또 웃음보가 터졌다. 레이지 님은 지난번 공연 때 대절한 승합차 안에서 보컬 배인혁이 자신은 트리키를 너무 좋아해서 발도 만질 수 있다고

해서 자기 발도 만져달라고 내밀었는데 질색을 하더라고 말하면서 다시 신발을 벗으려는 폼을 잡으니 배인혁 님이 기겁을 하는 모습에 또 다들 웃음만발이었고 인터뷰 내내 어찌나 웃었는지 음악공연이 아니라 개그콘서트를 온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보컬 배인혁 님은 트리키가 드럼으로 들어온 날을 기준으로 해서 10주년이 되었다며 자신의 인생에서 로펀 멤버들을 만난 건 행운이라며 앞으로도 음악활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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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MC 분이 인터뷰가 끝난 후 배인혁 님 생일 축하 시간을 진행해주셔서 다들 입 모아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고 선물 전달식도 할 수 있었다. 이날도 보컬님은 앙코르곡을 부를 때 관객석에 들어가서 무수히 많은 의자들을 넘나들며 관객들 손 잡아주고 관객들은 또 그 모습을 핸드폰에 담느라고 아주 장관이 펼쳐졌다. 녹화 공개홀 무대를 어찌나 뜨겁게 달궈놓았던지 관객들이 계속 앙코르를 외치는 통에 <콘서트 문화창고> 메인 카메라들이 철수하는 동안에도 앙코르가 펼쳐졌다. 이날 공연은 인터뷰 때 웃느라고 기억이 다 날아가버렸다.

어쩌면 이날은 '나'를 찾는 대신 정신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다. 로펀을 보면 매우 신나고 즐겁고 많이 웃게 된다. 멋진 그들을 10주년 기념공연으로 또 볼 수 있으니 6월 15일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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