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헤븐

3화. 드림헤븐 프로젝트 1

by 묭롶

"드림제약 박혁진입니다."


논문심사가 의과대학 학과장의 이의제기로 자료보완을 전제로 두 달 뒤로 연기되었다는 결과를 통보받고 의자에 허탈하게 앉아있던 정박사에게 다가온 드림제약 박상무가 명함을 건넸다. 정박사는 명함을 받고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아까 제 연구를 지원해 주신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닌가요?"

"아, 아니죠. 저 그렇게 즉흥적인 사람 아닙니다."

"제 연구가 드림제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긴가요?"

"그렇죠. 전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논문 심사에 힘 빼지 말고 특허로 바로 가죠."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박상무의 말이 믿기지 않는 듯 정박사는 꿈속에서 들리는 대화처럼 그의 음성이 아득하기만 하다.


"일단 명함에 나온 제 사무실로 내일 오전 9시까지 오시죠."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한강로 12에 위치한 드림건강검진센터는 지하 3층, 지상 30층으로 이뤄진 건물로 전국 열두 개의 지역 건강검진 센터를 운영 중이다. 의료보험에 가입된 거의 대부분의 사업장에 고용된 직원들의 대다수가 드림건강검진센터를 통해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드림건강검진센터 1층 로비에 도착한 정박사는 드림제약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1층 로비에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5층 박상무의 사무실로 내려가려던 정박사는 엘리베이터에

지하 5층 버튼이 없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정박사는 지하 3층까지 갔다가 1층으로 다시 올라와서 안내 데스크에 지하 5층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원에게 물었다.


"아, 9시 약속되신 정박사님이시죠."

"이쪽으로 오시죠. 지하 5층으로 가는 전용 엘리베이터는 안내데스크 뒤쪽 통로에 있습니다.

앞으론 바로 이곳으로 오셔서 이용하시면 됩니다."


안내데스크 뒤쪽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는 버튼이 내려가는 버튼과 상승버튼 단 두 개뿐이었다.

지하 5층으로 내려간 정박사는 박상무의 사무실로 보이는 의리 번쩍한 양쪽 문 손잡이를 잡고 열기 전 바지에 손바닥을 문질러 땀을 닦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층고가 높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의 불빛이 화려한

내부가 보였다. 박상무는 마호가니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보다가 정박사를 발견하고는 책상 위에 놓인 파일철을 들고 회의용 탁자에 탁 소리가 나게 올려놓았다.


"커피, 괜찮으시죠?"


혼자 묻고는 캡슐 커피를 뽑아 두 잔을 들고 회의용 의자에 앉은 박상무는 그때까지도 뻘쭘하게 서있던 정박사에게 앉으라는 듯 고개를 까딱해 보였다.


"일단 프로젝트 명은 '드림헤븐'으로 정했습니다."


정박사 쪽으로 탁자에 놓인 파일철과 커피를 밀어서 건네며 박상무가 말했다.


"아. 그러니까 저랑 계약도 하기 전인데 벌써 프로젝트 명까지 정해놓으신 거네요."

"어차피 계약하실 거니까요.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요. 그럼 회사가 원하는 조건은 뭔가요?"

"아, 그렇죠. 그걸 얘기해야죠."

"일단 계약서에 서명부터 하시면 그다음을 얘기하죠.

보안은 생명이니까."


계약서가 담긴 파일철을 넘겨보는 정박사의 눈에 계약서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자신의 연구를 위한 지원에 관련한 내용일체가 담긴 계약서와 계약기간 그리고 연구결과에 대한 특허권은 드림제약이 갖는다는 내용과 기술개발과 관련된 정보보안 유지 의무에 대한 법적 조항들이 십여 장의 계약서에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일반적인 대학 학부와 기업 간의 MOU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계약서였다. 물론 개발자인 자신이 특허권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자신의 이론을 결과물로 도출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정박사는 자신이 이 계약에 서명을 할 수밖에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정박사는 호사다마를 두려워하는 일반적인 경우라며 스스로를 달랬다.


"이제 서명도 했고, 본론으로 넘어가죠. "


서명한 계약서를 자신의 책상서랍에 넣고 잠금장치를 한 박상무는 책상 뒤편의 책장으로 가더니 꽂혀있는 책들 중 소설 모비딕을 빼냈다. 순간 책장이 옆으로 스르륵 밀려나간 뒤 문이 하나 드러났다. 박상무가 도어록에 홍채를 인식하자 문이 열리고 무빙워크 기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무슨 상황인지 혼란스러운 정박사가 그저 박상무를 쳐다만 보고 있을 때 그는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까딱했다.

물속에 있는 원형의 통유리에 쌓인 무빙워크를 삼 분 정도 타고 이동하자 엄청나게 큰 벙커와 같은 공간이

드러났다.


"아. 이런 거 첨보죠. 원래 이게 미군 건데 우리 선대 회장님이 이걸 사셨죠."

"극비라 아는 애들은 몇 안되고."

"미국애들이 6.25 때 만들어놓은 건데 박통 때 고속도로 깔 때 돈이 부족해서 드림에 넘겼지."


벙커 입구를 지나 통로를 지난 정박사의 눈에 분주히 오가는 십여 명이 연구인력과 슈퍼컴퓨터 그리고 대용량의 데이터베이스 파일보관장치 등 고흥 나로 우주센터 규모의 연구소가 보였다. 박상무는 입구에 들어서며 큰 소리로 외쳤다.


"드림헤븐 프로젝트 정진주 팀장입니다."


순간 연구소 직원들이 일제히 시선을 돌려 정박사를 쳐다보았다. 뜬금없는 상황전개에 자신도 인사를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정박사가 갈피를 못 잡는 가운데 박상무가 또 말했다.


"이제 당신은 드림헤븐 광역 주파수를 찾기만 하면 됩니다.

이 사람들을 어찌 써먹을지는 당신이 알아서 할 일이고...."


그렇게 정박사를 연구실에 던져두고 박상무는 뒤돌아서 자신의 사무실로 되돌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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