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드림헤븐 프로젝트 3
"어머.. 애. 너도 검진받으러 온 거야?"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못 만났던 동창 미선이가 정은이를 아는 체 했다. 수면내시경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던 정은은 미선을 보고 의자에서 일어나 미선의 어깨를 붙잡고 제자리에서 동동 뛰며 반가워했다.
"와, 신기하다. 어떻게 여기서 만나네."
"여기 웬만하면 다 만나는데 아냐? 너네 회사도 우리 회사도 다 여기서 검진받잖아.
어디까지 검사받은 거야?
난 초음파 하러 가는데..."
"응, 난 수면내시경 하려고..."
"아참.. 그럼 너도 데스크에서 안내받은 거지?"
"검진하면서 뇌파 검사에 동의하면 수면비 공짜라잖아."
"그러게 공짜로 뇌파도 측정해 주고 수면비도 안 받는다는데 안 할 이유가 없지.
그런데 내 뇌파 찍어봤자 우동사리만 몽땅 나올 건데.
그걸 찍겠다니 신기하긴 하다."
"나 대기표 불 들어왔다, 암튼.. 담에 보자."
미선이 초음파검진 5번 방으로 들어간 뒤 그 뒤를 지켜보던 정은의 눈에 검진센터 대기실에 비치된 대형 TV화면이 보였다.
'텔런트 K 씨,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입건'
'어머, 악마의 유혹에 나온 그 고승수아냐?'
옆자리에 앉아 검진을 대기 중이던 중년의 여성이 놀랍다는 듯이 혼잣말을 했다.
'세상에 그렇게 잘 나가고 돈도 많이 버는 사람이 무슨 일이야.'
혼자 한탄을 하며 혀를 차는 중년인을 보며 미선은 사람이 얼마나 잠을 못 자면 프로포폴에 의존을 하게 됐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머리만 닿으면 버스 안이고 미용실이고 간에 일분 안에 잠들고 마는 미선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 상황이었다. 한편으론 수면내시경을 할 때면 잠들지 않으려고 기를 써도 뻐근하게 밀려오는 약물의 기운이 느껴지는 찰나의 순간 어딘가로 툭 떨어지듯 의식의 끈이 떨어져 버리고 약물의 기운이 떨어질 때쯤 난파한 배에서 살아 돌아온 듯한 의식이 몽롱한 가운데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의 경험이 생각나서 이런 것에 중독이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 미선이다.
연구실 안, 책상에 앉아 모니터로 추출된 데이터를 보던 정박사는 눈이 피곤한 듯 잠깐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안경코를 밀어 올렸다. 눈을 뜨고 다시 모니터를 보지만 아무리 봐도 표본 추출 데이터의 수가 너무 많다.
드림건강검진센터의 수면내시경을 이용한 비램수면 델타파 광역주파수를 육 개월 만에 산출해 냈지만 그 이후로도 수면뇌파 데이터는 계속 데이터베이스 파일 저장소에 업로드되고 있다.
수면장애 환자의 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계의 결과물이 나왔는데도 광역주파수의 영역대를 계속해서 넓히도록 지시하는 박상무의 목적을 알 수가 없다. 오늘 오후 3시에 박상무와의 미팅이 있으니 그때 지금 상황에 대해 얘기를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정박사는 핸드폰을 들어 오랜만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이제 통화 가능한 거야?"
".... 여보. 미안해, 통 전화도 못하고 집에도 못 들어가고..."
"어떻게 오늘은 집에 올 수 있어?"
"응, 우리 오랜만에 저녁 먹자.
미팅 끝나고 일찍 집으로 갈게."
"그래. 자세한 건 집에서 얘기해, 나도 일찍 들어갈게, 이따 봐"
"응..."
비램수면 광역 주파수가 나오기까지 육 개월 간 정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이제 수면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 부작용 없는 수면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엄마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생각하자 정박사는 가슴에 얹혔던 무거운 돌을 내려놓은 것처럼 홀가분했다. 조금 있다가 박상무와의 미팅을 통해 미심쩍은 부분을 해결하고 이제 자신은 실제 현장에서 자신의 결과물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희망으로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