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1 부산 사상 인디스테이션: 로맨틱 나이트: 인디 워홀
나는 6월 15일과 16일 열리는 로맨틱펀치의 10주년 기념공연에 15일 하루밖에 갈 수가 없어서 못내 아쉬웠는데 6월 21일 부산 공연을 다행히 갈 수 있게 되었다. 부산 사상 인디스테이션에서 21일 열린 로맨틱 나이트는 두 시간 동안 세 팀만 출연하는 상황이어서 최소 40분은 로펀을 볼 수 있는 상황인지라 욕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부산 공연을 신랑에게 얘기하면서 무려 40분을 공연하니 꼭 보러 가야겠다는 말을 하자마자 울 신랑은 눈이 동글해지면서 "아니 한 시간도 아니고 40분을 한다고 그렇게 좋아하면 다른 공연들은 도대체 몇 분을 했다는 거야?"라고 물었다. 아차 싶었다. 실은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면 그 한곡을 듣고 응원하겠다고 서울 왕복을 마다하지 않고 20분 남짓한 공연을 보겠다고 광주에서 여섯 시간 거리에 있는 경기도 가평도 쿨하게 차 몰고 다녀온 건 우리 신랑은 모르는 일이다. 물론 다녀와서 장거리 운전에 목이 부러지게 아팠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어리바리한 내 운전실력으로 부산 시내를 진입한다는 사실이 문제였지만 로펀을 보기 위해서라면 왕복 500킬로가 넘고 운전시간이 일곱 시간가량 되어도 난 할 수 있다. USB에 담긴 로펀 노래를 무한반복으로 들으며 신나게 부산으로 향했다. 역시 부산 길은 쉽지 않음을 또 깨닫는 날이었다. 함안을 지나서부터 화물차들이 많았고 일 차선은 미치괭이로 질주하는 차량들 그리고 2차선은 저속차량을 피해 어디서 훅 날아들어올지 모르는 채로 주행해야 하는 오금 저린 부산 길이었다.
그래도 부산 시내까지는 잘 접어들었는데…… 어랏? 도대체 어디로 진입해야 할지 모르는 곳에 공연장이
뙇 하고 있었다. 어찌어찌 주차장은 찾았는데 진입방향인 줄 알고 차단기 앞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차단기가 안 열린다. 조금 있으니 출차를 하는 차가 차단기 앞에 서서 나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 난 출구에서 진입을 시도한 것이다…… 그때부터 식은땀을 한 됫박 흘리며 어찌어찌 돌아서 차를 주차를 했다. 주차를 하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공연장으로 가는 길을 찾는데 안 보여서 길치인 나는 길이겠거니 싶은 곳으로 걸어갔는데 어랏? 이번엔 인도가 없는 길이다. 지나가는 차들의 시선이 나를 훑는 게 마구 느껴진다. (제는 뭐야? 어디서 튀어나온 물간 오징어냐?)
셋 리스트는
1. 글램 슬램
2. 몽유병
3. 파이트 클럽
4.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5. We are the champions( Queen)
6. 굿모닝 블루
7. 토요일 밤이 좋아
8. 일탈(별표 오억 개)
사상 인디스테이션은 공연장 규모는 작았지만 엄청나게 시원한 에어컨과 아티스트를 사라지게 만들 정도의 엄청난 스모그와 조명을 보유하고 있었다. 저녁 8시부터 시작된 공연은 로펀을 마지막 순서로 10시 종료 예정이었고 입장해서 시원한 에어컨에 냉장상태가 된 몸을 덥히기 위해서도 나는 첫 순서부터 냅다 뛰기 시작했다. (쏴리 질러~~~~ 뛰어!!!!!!)
첫곡 <글램 슬램>부터 메가폰을 잡고 노래를 부르는데 음향도 좋고 관객들 호응 대박이고 첫곡부터 그다음
<몽유병>, <파이트 클럽>까지 연달아 세 곡이 롤러코스터가 질주하듯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빠른 투구에 얼이 빠진 타자처럼 나는 세 곡이 끝난 후 멍~~~~~해져 있었다. <밤은 짦아, 걸어 아가씨야>를 할 때서야
정신을 챙겨서 어떻게 사진이라도 좀 찍어보려 했지만 공연이 너무 즐겁다 보니 사진이고 뭐고 놀기에 바빠서 그나마 찍은 사진도 참 안타깝다. (스모그에 사라진 보컬님을 찾습니다. 아~~ 나의 실력으로 건질 수 없는 나이 사진이여~안녕!)
아~~ 정말 나 자신 창피할 정도로 신나게 놀았다. 로펀 앞 순서 때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뛰니 거의 날듯이 뛰었고 로펀이 나와서는 로펀이기 때문에 더 날뛰었다.
로펀 앞에 카메라의 무게는 의미가 없다. 난장 카메라 감독님은 그 무거운 방송장비를 어깨에 메고서도 로펀 순서만 되면 신이 나서 춤추듯이 무대를 누비며 로펀을 찍었을 정도니 로펀 최고 로펀 만세다.
사실 나는 TV가요프램을 보던 시절에 봐왔던 가수들 대부분이 립싱크를 해서 움직임이 큰 안무를 하는 가수들은 전부 립싱크를 하는 줄 알았다. 매체들도 립싱크가 아닌 라이브로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을 추켜세우며 대단하다며 칭송을 하던 탓에 난 춤추며 노래하는 것이 최난이도에 속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울 친정엄마 말씀처럼 로펀은 날면서 라이브로 노래한다. 잠시도 멈추지 않는 렌즈 0.3초 AF 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무대를 누비며 삼옥 솔의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고음을 부를 수 있는 가수님이 바로 로맨틱펀치 보컬 배인혁 님이다. 아~~~ 자랑차다.
이날도 관객들 호응이 대단해서 그 모습에 기쁜 보컬 배인혁 님은 요즘 서울보다 부산에서 공연이 더 많아서 부산 단독 공연도 기획하고 싶은데 아직은 관객수가 모자라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너무나 사랑하는 부산에서 단공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얘기도 했다.
이날 나는 천사 같은 동생 덕분에 앞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앞자리여서 렌즈를 SEL24105G를 마운트 해서 가져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바로 코 앞에 멤버들이 있는 바람에 사진이 거의 턱밑 영접 수준이 되었다. 그나마 가까워서 평소 찍지 못했던 드러머 트리키님(우리 지니 지니 용 지니 님)을 찍을 수 있겠다고 좋아했는데 심벌즈가 제대로 가려서 찍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기타 레이지 님의 멋진 모습을 인친 표현대로라면 신발에 앉아서 찍었나 싶을 정도의 거리에서 담았으니 이날 공연은 얻은 게 많다. 하지만 역시 왼쪽에 있는 기타 콘치 님과 베이스 유재인 님은 시야가 확보가 되지 않았다.
<굿모닝 블루>를 할 때 보컬님이 관객들 손을 잡아주는데 나는 일열에서 부끄러워서 손을 내밀까 말까 결정력 장애를 겪다가 겨우 손을 내밀었는데 보컬님이 땀에 젖은 내 축축한 촉수 같은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꼴까닥 숨이 넘어갈 지경인데 내 앞에서 보컬님이 축복받은 인친님의 손을 잡고 펜스에 서는 바람에 나는 또 지난 로파에 이어 엉겁결에 보컬님의 워커를 끌어안게 되었다. 아이돌 팬들이 성덕을 겪고 막 울고 오열하고 하는 모습이 바로 그 순간에 펼쳐졌으니 간신히 떨리는 몸을 추슬러서 나는 다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이날 너무 심하게 놀았던 탓인지 뒤에서 나를 지켜본 관객이 자신이 아는 로펀 팬에게 저 앞에 사람 발에 스프링 달은 거 아니냐고 물어보셨다고 한다. 그렇다. 서당개는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로펀 팬 삼 년이면 카메라 들고 점프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
<토요일 밤이 좋아>를 끝으로 공연을 마치려던 로펀에게 계속 쏟아지는 앙코르 요청에 로펀 멤버들끼리 잠시 회의를 했고 뒤이어 이어지는 곡은 바로 내가 로파 때 못 들어서 울었던 <일탈>이었으니 난 감격에 겨워 그 구역의 미친 자가 되었다. 어쩜 내 마음을 그리고 잘 알아채는지 너무 친절한 보컬님이다.
‘일탈’에서 너무 이성을 탈탈 털린 나는 영혼은 없이 빈 껍데기인 몸뚱이를 차에 싣고 논스톱으로 차를 몰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일주일 만에 만나는 로펀인데도 어쩜 이리 좋은지 호강에 겨워 요강 엎는다는 말처럼 일주일 내내 로펀 공연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샘솟는다. 그나마 여름휴가를 작년부터 락페 순례로 보내고 있으니 뜨거운 태양 아래 팬심을 이글이글 태울 수 있겠지. 그 기다림을 힘으로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