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4일 넷플릭스에서 <기묘한 이야기 시즌 3>가 공개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넷플릭스 이벤트에 응모를 해서 접하게 된 넷플릭스는 내게는 신세계와 같았다. TV도 보지 않고 그 유명한 드라마 <도깨비>도 전혀 보질 않았던 내가 오랜만에 시리즈물을 접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기묘한 이야기 시즌3>의 첫 회를 아무런 사전 정보(시즌 1과 시즌 2)도 없이 무작정 시즌3의 첫 회부터 보게 되었다. 아~~~ 정말 사십 분 남짓한 시간 동안 이렇게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을 중첩해서 담아낼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입이 떡 하고 벌어질 지경이었다. 거기에 재미까지 있었으니……..
평소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최근에 개봉해서 봐 왔던 그 모든 공포영화 및 스릴러를 뛰어넘었다고 하면 내가 얼마나 <기묘한 이야기 시즌3>에 몰입하게 되었는지 설명이 될 수 있을까?
<지저 세계 펠루시다>와 <모든 우주 만화>와 <X파일>
[그래서 그녀를 찾아 지구 표면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생각했지요. ‘위에 없다면 밑에 있다는 뜻이야!’
그리고 첫 번째 지진이 발생하자 나는 벌어진 틈으로 뛰어들어
지구의 심장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일! 아일!” 어둠 속에서 그녀를 불렀지요.
~”쉿, 나 여기 있어.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 거야? 무슨 일이야?” ]
<모든 우주 만화> p75 [색깔 없는 시대]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에는 우리 세계의 이면에 존재하는 뒤집힌 세계를 열려는 자들과 그걸 막으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과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유일할까? 과연 우주에 지적 생명체는 인간이 유일할까?
나는 지금도 초등학교 5학년 때 <지저 세계 펠 루시다>를 읽었을 때의 충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내 어린 시절의 동화책에 나오던 마법과 환상의 세계와는 전혀 동떨어진 세계와 문명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주는 충격에 나는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질 못했다.
이후 내가 인식하는 세계 외에 다른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져갔고 중학교 시기부터 시작된 <X파일> 시리즈를 보면서 나는 내가 인식하는 세계뿐만 아니라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갈수록 <신데렐라>에 나오는 ‘비비디 바비디 부’ 마법을 외치던 마법사는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갔고 그 대신 영화 <매트릭스>와 <인터스텔라>를 통해 내가 사는 현실세계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심이 깊어져 갔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니 <기묘한 이야기 시즌 3>를 만나는 지금의 나는 다른 세계는 물론 다른 존재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수순에서 이 시리즈를 시청하게 되었다.
첫 화 <무전>을 보고 드는 생각은 도대체 기어이 뒤집힌 세계의 문을 열려는 자들의 의도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먼저였다. 내가 중학교 시절부터 공포영화란 공포물은 모두 봐오면서 느낀 건 열지 말라는 문은 열지 말라는 것이다. 열면 그 사람은 꼭 죽는다.
그런데 왜 열려고 그렇게 무진 애를 다 쓰는 것일까? 물론 내가 시리즈의 1과 2를 보지 않아서 그 이유를 몰랐다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뒤져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두 번째로 궁금한 것은 도대체 뒤집힌 세계의 괴물들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아무리 봐도 지능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 외양(하지만 꿍꿍이와 두뇌플레이가 천재급이었던)의 마인드 플레이어를 보면서 과연 저 생명체의 목적이 무엇일까 궁금했지만 나로서는 이해불가능에 도달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 재미있다. >
그 모든 이해불가에도 불구하고 <기묘한 이야기 시즌3>는 첫 화부터 엄청난 재미와 몰입감을 선사했다. 사실 처음에는 후기 이벤트에 응모를 했으니 바쁜 와중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를 8화까지 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우선했다. 하지만 첫 화를 보는 순간 모든 일을 작파하고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8화까지 정주행하고 말았다.
흔히 영화에는 주된 사건이 존재한다. 사건이 2시간가량의 러닝타임을 이끄는 에너지가 되는 것이 영화이다. 그런 이유로 영화가 재미있으려면 사건 자체가 지닌 흥미와 개연성 그리고 긴박감에 그걸 연기하는 인물들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또 그렇기에 영화의 시나리오 상에서 사건은 여러 개가 될 수가 없다. 하나의 사건에 얽힌 다양한 인물들을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악으로 친다면 독주 악기를 위한 오케스트라의 협연 체제라고나 할까?
그런데 나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3>의 첫 화를 보는 순간 내 귀에 울리는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를 듣게 되었다. 내가 보기에 이 시리즈에는 주연이 따로 없을 정도이다. 핵심 사건인 뒤집힌 세계를 열려는 자와 그걸 막으려는 자의 대결이라는 주제는 존재하지만 그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저마다의 사건 해결을 위한 열쇠로 등장한다. 캐릭터 매력의 우위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각자가 지닌 인물의 다층적인 매력을 뽐내는 그들이 한데 뭉쳐 만드는 시리즈 한 회, 한 회를 거듭하는 재미를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이제 재미없는 공포영화에 실망하는 걸 멈추려 한다. 올해 <기묘한 이야기 시즌3>가 내 안에 깊어가던 갈증을 단박에 해결해주었다. 그러니 공포영화 덕후들이여! 채워지지 않는 공포영화 대신 <기묘한 이야기 시즌3>를 보시라. 공포영화 덕후가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