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F 2019 록 페스티벌 : 전주 : 전주 종합경기장 : 19080
<글램 슬램>
<몽유병>
<라즈베리 비트>
<굿모닝 블루>
<We are the champions>
<파이트 클럽>
<토요일 밤이 좋아>
<파이트 클럽 기타 솔로>
<토요일 밤이 좋아 : 물 뿜>
<토요일 밤이 좋아 : 기타 솔로>
내가 JUMF를 처음 찾았던 건 2017년 8월이었다. 올해로 주최한 지 4년째가 되는 JUMF의 첫해인 2016년 얼티밋 무대에 올랐던 로맨틱펀치의 모습을 보고 줄 입덕 한 팬들에게서 나는 전설과도 같았던 보컬 배인혁 님의 호피무늬 나시티와 웨이브 진 금발머리 얘기를 들으며 2017년 JUMF를 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로펀을 보겠다고 난생처음 펜스에서 여덟 시간 가까이 서서 물도 못 마시고 화장실도 못 가고 버텼건만 깨지는 무대음향과 과도한 스모그 사용으로 T존 돌출무대를 경계로 계속 사라지는 멤버들을 찾느라 나는 동공 지진이 왔었다. 거기에 그해 헤드라이너인 EDM을 기다리던 어린 친구들의 펜스 매너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경험이 나의 첫 번째 JUMF 2017 였다.
또다시 일 년이 흘러 JUMF 2018에 로펀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전주라서 반가웠지만 로펀 바로 다음 순서가 그 시기 대세 아이돌(초통령으로 불렸던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이었던 아이콘이어서 아예 펜스를 포기하고 로펀 순서에 맞춰 공연장을 찾았다.
그래도 그때는 촬영이 가능했다 왜냐면 장비가 600mm가 지원되는 하이엔드 카메라 rx10m4 였으므로……… 장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17년에 워낙 실망을 한 데다가 기대치를 낮춰서인지 JUMF 2018은 JUMF의 장기라 할 수 있는 아름다움 무대 연출과 조명과 어우러진 로펀의 모습을 한 데 담을 수 있어 참으로 뿌듯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8월 3일 JUMF 2019가 다가왔다. 오랜만에 펜스를 잡아볼까 싶은 생각을 하던 나는 공연을 얼마 남기지 않고 국카스텐이 로펀 다음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펜스를 포기했다. 문제는 락페 무대에 선 로펀을 찍고 싶은데 지금 내가 가진 렌즈가 문제였다.
원래는 락페 전에 7월 출시 예정이었던 sel200600 g 렌즈를 완비하고자 했으나 7월 중순부터 시작된 반일 불매운동으로 인해 기존에 이미 구입한 지 시간이 상당량 흘러버린 렌즈는 어쩔 수 없다지만 이 상황에서 내가 일제 렌즈를 살 수는 없었다. 역시 얼티밋 무대는 엄청나게 멀었다. 건져낸 사진이 전부 십 분의 일에서 십오 분의 일 크롭 확대한 것들이고 보니 고화소가 지원되는 풀프레임 바디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올해부터 락페 스텐딩 존에서 밀리수가 긴 렌즈 반입을 금하기로 결정을 했는지 렌즈를 놓고 펜스를 가자니 핸드폰으로 찍기에도 무대가 너무 멀고 그렇다고 밀리수가 짧은 sel24105g를 들고 펜스 주변으로 진입하자니 뿌려대는 물이 엄청나서 카메라가 사망에 이를 수가 있었다.
(실제로 <토요일 밤이 좋아>의 전주에서 이뤄지는 물 뿜 퍼포먼스 때 날아 오는 물벼락에 내 카메라가 저절로 셧다운 돼버렸다. ㅜ.ㅡ) 결국 나는 스텐딩에 영향을 주지 않는 지미집 기사님 뒤에서 sel70200g를 마운트 해서 로펀을 기다렸다.
어쩐 일인지 올해 JUMF 무대에는 RP 단상과 키보드가 설치되지 않았다. 락페의 넓은 무대 위에 놓인 RP 단상에 불이 들어올 때의 감격은 락페에 휘날리는 로펀의 깃발만큼이나 나의 자부심을 넘치게 하는 장치인데 RP단상이 안보이니 조금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작년에는 JUMF의 말랑한 라인업에 실망했다가 부산 락페에 가서 롹킹한 에너지를 듬뿍 받았던 것과 반대로 올해는 말랑말랑한 부락 라인업에 실망했다가 JUMF의 롹 에너지 충만한 라인업에 머리끝까지 짜릿하게 충전을 했으니 참 세상사 돌고 도는 건가 싶다.
작년에 로펀이 출연하는 락페의 첫 곡이 <미로틱>이었다면 올해는 <글램 슬램>, <파이트 클럽>, <몽유병>으로 이어지는 극강의 오르막 롤러코스터의 꼭짓점까지 올라갔다가 짜릿하게 떨어지며 속도감과 청량 미가 팡팡 터지는 <라즈베리 비트> 그리고 긴장 끝에 한숨을 돌린 순간 땀을 식혀주는 바람처럼 감동으로 휘몰아치는 <We are the champions>를 거쳐 다시 신나는 점프로 짜릿하게 뛰어오르는 <굿모닝 블루>를 거쳐 <토요일 밤이 좋아>나 <야미 볼>로 화룡정점을 찍는 셋 리가 올해 락페(그린플러그드 2019, 부산 록 페스티벌 2019, JUMF 2019)의 특징인 것 같다.
물론 <글램 슬램>, <파이트 클럽>, <몽유병>, <토요일 밤이 좋아>, <야미 볼> 등은 워낙 그동안의 락페를 통해 락킹 한 에너지와 함께 즐기는 대중성을 인정받은 곡들이기에 두 말하면 입 아프지만 올해 락페에서 선보이기 시작한 <라즈베리 비트>와 최근 자주 불러주기 시작한 <굿모닝 블루>가 락페를 통해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로펀이 지닌 음악적인 역량이 뛰어난 다른 많은 곡들도 보다 더 자주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올해 JUMF 무대는 음향도 좋고 슬램도 멋졌지만 단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로펀이 출연하는 시간이 오후 다섯 시 삼십 분 정도여서 아름다운 JUMF의 조명을 함께 담을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쉽다. 나중에 JUMF 헤드라이너로 로펀이 서게 된다면 그때는 밤하늘을 수놓는 JUMF의 조명 아래 선 로펀의 멋진 모습을 담을 수 있겠지. 오늘부터 열심히 소원을 빌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