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로맨틱펀치 와의 예순아홉 번째
만남!

부산 바다축제: 해운대해수욕장:대선 소주: 190804

by 묭롶

<몽유병>

<몽유병>

<몽유병: 레이지 님 기타 솔로>

<야미 볼: 보컬님 오르골인 줄.....>

<야미 볼>

<토요일 밤이 좋아>

<시야를 제대로 가린 유니콘 튜브>

<토요일 밤이 좋아>

IMG_20190804_170420_587.jpg

내가 볼 수 있는 공연은 한 달에 세 번이 상한선이다. 로맨틱펀치에 입덕 한 이후로 로펀이 하는 그 모든 공연을 가고 싶지만 가정의 평화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세 번까지로 남편과 협의를 했었다. 물론 그 세 번도 연속 이틀은 안되지만 그나마 8월 5일부터 휴가여서 8월 3일 전주와 8월 4일 부산 공연을 연속해서 볼 수 있었다.

DSC02601크기.jpg

공연은 허락받았지만 문제는 공연장소였다. 휴가 중 가장 피크인 해운대 해수욕장에 자리한 무대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광주에서 노포동 버스 터미널까지 버스비가 3만 원이었는데 노포동에서 짐이 있어 부득이 이용한 택시요금이 삼만 원이 넘게 나왔다. 그래도 부산을 사랑하시는 멋진 택시 기사님을 만나서 나는 그 밀리는 해운대 길을 외곽 순환을 타고 순조롭게 도착할 수 있었다.

DSC02501크기.jpg

택시를 타고 해운대로 오면서 기사님은 부산이 얼마나 볼게 많고 먹을게 많은 동네인지를 열심히 설명해주셨다. 정말 부산은 올 때마다 참 즐겁고 볼거리도 먹거리도 많은 곳이지만 이날은 공연장이 해운대 해수욕장이었음에도 바다에 발가락 한 개도 담가보지 못하고 공연이 끝나마자마 막차를 타기 위해 복잡한 해운대 도로를 질주해야 했다는...... 꾸엑!!!! 지하철은 겨우 타서 사상터미널 3번 출구로 나왔는데 정작 터미널을 못 찾아서 그 주위를 뛰어서 빙빙 돌다가 삼 분 남겨놓고 막차 탄 거는 안 비밀 ㅜ.ㅡ 이놈의 길치...ㅜ.ㅡ

DSC02634크기.jpg

부산이 자랑하는 대선소주가 주관한 부산 바다축제는 해운대 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진행되었는데 T존 돌출무대 양옆으로 커다란 풀이 두 개 있어서 관람객들이 수영자에서 공연을 보는 방식으로 펼쳐졌다. 나는 차마

수영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수영장 옆 계단에 앉아서 로펀을 기다렸는데 무대도 너무 멀고 내 앞에 유니콘 튜브가 계속 시야를 가리는 데다가 뒤에 어르신분들의 시야 때문에 일어날 수도 없어서 세상에 <토요일 밤이 좋아> 물 뿜을 못 찍는 사태를 맞이하고야 말았다.

DSC02655크기.jpg

그래도 어떤 분이 했는지는 모르지만 무대 연출이 너무 환상적이어서 로펀은 못 찍었지만 무대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은 공연은 부산 바다축제가 처음인 것 같다. 바다축제에서 나는 전효성을 찍기 위해 엄청난 고가의 삼각대(50만 원이 넘는)와 1200밀리 초망원 렌즈에 2배 컨버터에 니콘 바디를 장착한 전문 카메라 기사님들을 여러 분 뵙게 되었다. 정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싼 장비에 고퀄인 바디까지 난 부러워서 기절할 뻔했다.

아마 그 장비로 찍는다면 콧구멍에 난 솜털까지 찍힐 것 같았다.

DSC02308크기.jpg

새삼 밀리수도 200밖에 안 되는 나의 렌즈와 바디를 바라보자니 한숨이 연신 나왔다. 저 정도 장비를 사려면 아마도 나는 차 팔고 갖고 있는 금붙이 다 팔고 어쩌면 울 딸내미 통장도 몰래 터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고가의 장비로 로펀을 찍는다면 내 똥 손으로도 작품을 찍을 수 있을까라는 별놈의 생각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DSC02379크기.jpg

그렇게 전효성 아저씨 팬분들의 장비에 넋을 놓고 있을 때쯤 리허설을 위해 로펀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나마 이때 온전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그나마도 굉장히 멀어서ㅜ.ㅡ 초점이 맞지 않았다. 그래도 T존 체크를 위해 T존을 걷는 멤버들의 모습은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를 경계로 둔 CF처럼 아름다웠다.

DSC02438크기.jpg

물론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는 풀에 있는 관객들이 뿌려대는 물 때문에 시야는 전혀 확보가 되지 않았고 물벼락에 레이지 님의 기타가 잠시 먹통이 될 정도로 이건 싸이의 흠뻑쇼 저리 가라 할 수중파티가 되었다.

DSC02491크기.jpg

ㅎㅎㅎㅎ 그래도 <몽유병> 때는 잠깐 일어서서 찍어서 시야가 잠깐 트였지만 곧바로 뒤에서 손가락에 날을 세워 내 등짝을 쑤시는 뒷 어르신 관객분 덕에 나는 앉아야 했고 뒤이어 키가 작은 소년이 올라탄 대형 유니콘 튜브가 내 앞을 떡허니 가로막는데 정말 쫓아가서 바람을 확 빼버리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지만 유니콘에 아이가 타고 있었으므로 나는 참아야 했다.

DSC02486크기.jpg

그런 이유로 <라즈베리 비트>도 <We are the champions>도 영상이 없다. 물론 사진도 없다. 하지만 처음엔 로맨틱펀치가 누구인지도 모르신다는 내 엄마 연배의 이모님께 로펀이 <불후의 명곡> 왕중왕전 우승했던 밴드라고 얘길 하며 이따 출연하면 신나실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로펀 공연이 끝나고 그 이모님 로펀 진짜 멋지다고 엄지 척을 해주실 때 내 가슴은 자부심으로 가득 찼다.

DSC02530크기.jpg

그럼요 아무럼요. 로펀은 페스티벌의 황태자 입지요. 이날도 무더위에 로펀 깃발로 분들은 로펀의 공연 내내

모래 위에서 뛰면서 깃발을 흔들었다. 이날 출연했던 다른 여타의 누구도 갖지 못한 깃발러가 해운대에서 로펀의 자부심을 흩날렸으니 아름다운 무대 연출과 더해져 장관을 이룬 것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내 카메라 렌즈로는 그 모습을 풀로 담을 수 없었던 것이 참으로 아쉬울 뿐이다.

DSC02562크기.jpg

얼마 전 7월 27일 삼락 생태공원에서 열린 <부산 락페>와 비교했을 때 무대 규모도 무대 연출도 공연장 환경도 그 모든 것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던 <바다축제>였다. 부락은 유료로 전환되었는데도 그 정도였는데 무료공연이 이 정도로 멋지다니 내 주변에서는 부락을 갈 것이 아니라 <바다축제>를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입이 떡 벌어지게 멋진 축제였다.

DSC02563크기.jpg

로펀이 올해 출연한 록 페스티벌마다 비가 내렸는데 이날은 비 대신 물이 대신했으니 풀 안에서 로펀이 노래하는 동안 서로 물싸움을 하며 위로 튀어 오르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과 물대포는 보는 사람의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원래 부산만 오면 기분이 업이 돼서 하이텐션인 보컬님이 이날은 더 업이 된 상태로

양 옆으로 물 분수가 솟구치는 T존을 가로지르며 노래를 할 때는 정말 영화 <매트릭스> 슬로 동작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내 눈에 그 영상이 슬로 모션으로 비치는데 꿈을 꾸는 것만 같이 환상적이었다.

DSC02588크기.jpg

어쩌면 매 공연이 이다지도 꿈만 같은지 봤지만 현실감도 없고 기억도 나지 않아서 매번 나는 집에 돌아와 사진을 보면서 어리둥절하게 된다. 분명 있었지만 금방 없어져버린 맛있는 음식처럼 내 허기를 달래기에는 언제나 부족하기만 한 로펀의 공연을 보기 위해 나는 내일이면 인천에 올라가게 될 것이다.

DSC02642크기.jpg

분명 내일도 공연이 끝나면 나는 아쉬운 미련을 그림자처럼 질질 끌며 집으로 돌아오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멋진 밴드를 볼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고 행복하다.

DSC02645크기.jpg

PS: 사실은 8월 5일 부터 8월 9일 오늘까지 휴가를 쓰면서 중간에 공연이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공연은 없었고ㅜ.ㅡ 8월 5일과 6일은 공연사진 작업으로 보내고 휴가 마지막 날은 8월10일 바로 내일이 생일인 기타리스트 레이지님의 자료 작업 하고 나니 벌써 휴가는 끝이 나버렸다. 으헷헷헷헷 인생..뭐....

DSC02706크기.jpg

PS1: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딱 한 장 찍은 파파라치 샷! 역시 우리 보컬님 참 예쁘시다.

DSC02375크기.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