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송도 달빛축제공원: 190810
<글램 슬램 기타 연주>
<글램 슬램>
<글램 슬램>
<몽유병>
<몽유병: 레이지 님의 기타 솔로>
<파이트 클럽>
<파이트 클럽: 레이지 님의 기타 솔로>
<라즈베리 비트>
<We are the champions>
<굿모닝 블루>
<토요일 밤이 좋아: 물 뿜>
<토요일 밤이 좋아>
<토요일 밤이 좋아 : 콘치 님의 기타 솔로>
작년 펜타포트 때 보컬님의 화려한 꽃무늬가 그려진 로브가 참으로 멋졌다. 올해는 스탠드 마이크에 매달려 있던 스카프가 없어서 웬일인가 싶었는데 아직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는............... 누구 아시는 분?
2018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때는 로펀의 대형 걸개가 무대 뒤에 걸려 있어서 그 앞에서 공연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컸다. 올해는 RP단상 덕분에 트리키님은 일도 안보였고 콘치 님은 너무 멀었다.
로펀에 입덕 한 2016년 9월 이후로 2017년과 2018년 여름휴가는 로펀이 출연하는 락페를 따라다녔다.
전주 JUMF를 시작으로 부산, 인천을 다녀오면 휴가 일주일이 끝나곤 했다. 올해도 내가 봤던 락페 무대 중
가장 넓은 무대를 자랑하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가기로 맘먹었지만 교통편도 문제였고 티켓값도 만만치 않아서 솔직히 조금 고민이 됐다.
그나마 꽃가마 왕복 셔틀을 예매했는데 그마저도 인원 미달로 취소가 되고 작년 펜타 때 멋졌던 멤버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던 나는 서울에 거주하는 지인 팬의 도움으로 펜타 무대가 있는 송도 달빛 축제공원까지 갈 수 있었다.
2019 인천 펜타포트의 메인 스테이지에 서는 로펀의 출연시간은 오후 3시 30분경이었다. 내가 공연장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오후 한 시경이었는데 앞 순서였던 타이완 밴드의 팬 분이 펜스를 이탈한 자리를 차지해서
펜스를 잡을 수는 있었지만 무대와의 거리는 역시 멀었다. (올해 락페는 대포 렌즈 반입 금지하기로 약속을 했는지 반입 제재가 있어서 이날 렌즈는 SEL24105G를 마운트 했다.)
펜스에 서자마자 진행요원들이 공연 대기를 위해 펜스에 서 있던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물을 나눠줬다. 웬만한 더위에는 끄떡없는 나조차도 내리쬐는 열기와 밑에서 올라오는 습기에 금세 땀범벅이 될 정도로 무더위가 극심했다. 그나마 펜스 쪽은 무대 구조물로 인해 그늘이 져서 괜찮았는데 무대 뒤쪽에서 로펀 공연 내내 뙤약볕에 로펀 깃발을 흔들며 뛰어야 했던 로펀 깃발러분들이 깃대에 손이 까지고 더위를 먹어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고생이 심한 공연이었다.
현재 로펀의 깃발은 총 네 개다. 관중들로 가득 찬 공연장에 로펀 깃발 네 개가 일제히 나부낄 때의 감격은 말로 설명이 힘들 정도이다. 깃발은 그냥 들고만 있어서는 펼쳐지지 않는다. 깃발이 축 늘어지지 않고 계속 나부끼도록 공연 내내 계속 휘저어줘야 하는 까닭에 깃발러는 좋아하는 멤버의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또 보고 싶은 멤버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도 없다.
정말 사랑과 용기 그리고 책임감이 없다면 하기 힘든 것이 깃발러이기에 찍을 욕심에 매번 펜스에 선 나는 그들에게 항상 미안함을 느낀다.
로펀 멤버들은 오후 세시 무렵 리허설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보컬 배인혁 님이 목을 푸느라고 "룩~룩~룩셈부르크"라고 한 다음 "아~아~"까지 했는데 관객들이 엄청 큰 소리로 "아르헨티나"라고 답해서 보컬님이 웃음이 터졌다. "역시 락페 오시는 관객분들은 다르시다며" 계속 웃는 보컬님이었다.
리허설을 하는 내내 인이어가 말썽을 일으켜서 걱정을 했는데 음향체크가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공연시간이 되어서 로펀은 공연을 진행했다. 그전 8월 4일에 있었던 <바다축제> 후기에 남긴 것처럼 이날도 셋 리는
<글램 슬램> -> <몽유병> -> <파이트 클럽> -> <라즈베리 비트> -> <We are the champions> -> <굿모닝 블루> -> <토요일 밤이 좋아> 순으로 진행되었다.
공연 중 기타리스트 콘치 님은 더위가 극심하니 관객분들 물을 자주 마셔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얘길 했을 정도로 그냥 서있기만 해도 탈진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그런 날씨에 펜타포트의 엄청나게 긴 무대 위를 날아다닌 보컬님은 안 쓰러진 게 다행일 정도로 뛰어다녔다. 관객들을 위해서 거의 오분에 한 번씩 물대포가 펑펑 터졌다.
이미 전주 JUMF의 물대포를 경험했던 터라 나는 카메라의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 공연 전날 비닐로 카메라를 잘 감쌌는데 막상 펜타에서 찍으려고 하니 테이프로 붙여서 비닐을 고정시킨 탓에 줌이 굉장히 빡빡했고 비닐로 싸서 카메라는 열이 받은 상태로 뜨끈뜨끈해졌다.
로펀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투혼을 불사를 때 나는 엄청나게 뜨거운 카메라를 손에 들고 사투를 벌였고 무대 뒤편에서는 로펀 깃발로 분들이 작열하는 태양 속에 투지를 불태웠다. 펜타의 넓은 무대를 잭슨 폴락 스카프가 달린 스텐딩 마이크 대를 들고 스카프와 로브를 휘날리며 무대를 종횡무진 누빌 때의 아름다움이 잔상처럼 남아있던 나에게는 스카프가 안 달린 마이크가 조금은 안타까웠다.
기타 콘치 님은 멀어서 남은 사진이 없고 트리키님은 RP단상에 가려서 정말 한 순간도 보이질 않았다.
펜타포트 무대는 좌우로 세로 길이가 길기도 하지만 무대의 높이도 상당했다. 실제로 로펀의 공연 전날 공연을 했던 다른 밴드의 보컬님이 단상 아래로 뛰어내렸다가 위로 못 올라가서 보안요원의 도움을 받고 위로 올라갔다는 얘기를 들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보컬 배인혁 님이 공연 중간에 무대 아래 높이를 가늠해 보는 것이었다.
설마..... 안 뛰어내리겠지. 내심 그런 생각을 했었던 내가 참 우리 보컬님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이었다. 촬영팀 사다리를 빌릴까요?라고 얘길 해놓고도 개인의 소유물을 그렇게 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고는
주로 <토요일 밤이 좋아> 마무리 점프 때 도움닫기용으로 사용하는 높이 사십 센티 정도 되는 단상을 무대 아래로 집어던지는 것이었다.
물론 아래로 던져놓은 단상 위로 뛰어내리진 않고 무대 위에서 곧바로 아래로 뛰어내린 보컬님이었다. 던져놓은 단상은 무대 위로 올라갈 때 사용하더라는..............
무대 아래로 내려온 보컬님은 곧바로 관객들과 하이파이브를 줄줄이 해준 다음 내 앞 펜스 위로 올라왔다.
흐얼...... 나는 손에 잡고 있던 카메라를 내팽개치고 반사적으로 보컬님의 발목을 부여잡았다.(덕분에 카메라 스크레치가 몽땅 꾸엑!) 양쪽에서 관객들이 발목을 부여잡았음에도 노심초사 불안했던 보안요원이 등 뒤를 받치려고 하자 안 잡아줘도 된다고 말하는 보컬님이었다. 펜스 위에서 관객들 손 다 잡아주고도 부족했는지 아예 관객석으로 들어가서 관객들과 실컷 손 잡아준 보컬님이었다.
지금도 움켜잡았던 보컬님이 신은 가죽워커의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고 말하면 너무 변태 같은 걸까? 사실 퇴근길도 가지 않고 무대 위에서 멋진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주변에서 성덕을 경험한 지인들을 볼 때면 내심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매 공연에 초심의 열정을 다하는 로펀에게 미안하게도 사심을 버리지 못하는 나 자신이 스스로 안타깝다. 프시케는 왜 보지 말라고 했던 에로스의 얼굴을 보려다 촛농을 떨어뜨렸을 것이며 페르세포네는 왜 석류 세 알을 먹었을 것이며 판도라는 열지 말라는 상자를 왜 열었는지 왠지 이해가 가는 걸 보면 사람이라서 그런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애써 자기 합리화 중 )

보컬 배인혁 님은 작년 펜타포트 이후로 머리를 길러오다가 올해 펜타 직전에 머리를 짧게 잘라버렸다. 개인적으로 락보컬님의 긴 머리 헤드뱅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청천의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짧은 머리를 선호는 팬들은 이날 선보인 보컬의 헤어스타일에 환호했지만 나는 혼자서 씁쓸함을 곱씹어야 했다.
이날 훌렁 파인 나시티 안에 받쳐 입은 호피무늬 나시티가 바로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2016년 JUMF얼티밋 무대에서 장발의 금발을 휘날릴 때 입었던 옷인데 머리도 짧게 자른 데다가 나시티 두 개를 겹쳐 입다니 나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공연을 보는 내내 그중 하나는 벗어도 좋겠는데 안 벗는 게 더 속상했다는.....
특히 공연 중에 보컬님은 관객석은 물대포를 계속 쏘니까 더 시원할 것 같다며 무대 위도 물을 뿌려주면 안 되냐고 얘길 했는데 "그럼 나시티 한 개를 벗어요"라고 말할 뻔했다는........ 내 입을 틀어막았다. 그 말을 하고는 관객들에게 생수를 던져서 나눠주는데 정녕 그 날아오는 생수병에 맞아도 좋으니 내게도 던져줬으면 했지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내 ~맘 알아줄 리 없지~생각대로 되어줄 리 없지" 딱 죽기 좋은 밤이네 노래 가사가 바로 내 맘과 같다.
<토요일 밤이 좋아>가 끝나고 열심히 앙코르를 외쳤지만 보컬님의 간곡한 눈빛에도 앙코르 없이 공연은 끝이 났다. 진심 삼 분 같았던 공연이 순식간에 끝나고 펜스에 매달려 가지마를 연발하는 광인과 같은 나 자신을 추슬러서 또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나마 공연시간이 빨라서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해가 저물기까지 한참이 남은 상황이라 정말 너무나 오랜만에 팬들과 인천 차이나타운의 유명한 중국집에서 멘 부사를 먹어보았다. 다들 더위에 지쳐서 중국집 들어가자마자 메뉴를 보는 게 아니라 얼음물 두 사발씩 드링킹 하느라 바빴다는.......
그렇게 인천 펜타포트를 마지막으로 나의 여름휴가는 끝이 났지만 나의 로펀 덕질 라이프는 To be contin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