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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혁 님과의 열다섯 번째 만남!

#이브닝 스터디 #나머지 공부 #ㅂㅇㅎ #달 식당 #공연 #음악

by 묭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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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혁 님의 <나머지 공부: 공연>을 9월 11일에 한다는 소식을 접한 나는 엄청난 내적 갈등에 휩싸였다. 하필 추석 연휴 하루 전날이라니…… 난 맏며느리에 우리 집으로 손님들이 오시는 통에 장보기부터 장만까지 내가 다 해야 하는데, 12일부터 시작되는 연휴 전날 그것도 저녁 8시에 하는 공연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머리가 빠개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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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민은 해서 무엇 하나.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는데. 난 장보기를 남편에게 부탁했고 11일 공연 당일 회사에 반차를 냈으며 공연 공지가 뜨자마자 11일 왕복 교통편을 예매해두었다. 물론 남편은 귀성차량으로 귀갓길이 밀릴 텐데 새벽에 돌아와서 어떻게 하루 종일 음식을 장만할 거냐며 성화였지만 나는 내가 날을 새는 한이 있어도 전부 해낼 테니 꼭 보내달라고 사정해서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말이 씨가 돼서 잠 한숨 못 자고 12일 하루 종일 엉덩이 한 번 못 붙이고 음식을 장만했다는……..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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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4일 <나머지 공부> 때는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서 공연장인 인사동 <달 식당>에 오후 7시 15분경에 도착을 했는데 이번에는 반차를 쓰고 기차를 타서 오후 다섯 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날도 워낙 일찍부터 공연장에 도착한 팬분들이 많아서 내 입장 번호는 37번이었다. 입장 순서는 빠르지 않았지만 나는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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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갖고 있던 sel70200 g 렌즈를 처분하고 sel100400 gm을 영입한 것이다. 지난 8월 공연 때 맨 뒷자리에서 찍을 때 200mm가 초점을 엉뚱한 곳을 잡아서 애를 먹었는데 400mm 렌즈는 어떨지 궁금해서 나는 이날도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오오오오 역시 괜히 백 사금으로 불리는 게 아니었다. 과연 돈 값을 하더라는…. 물론 무게가 어마 무시해서 내 목과 손목이 떨어질 것 같았지만…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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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은 배인혁 님이 인사에서 예고했던 대로 로맨틱펀치의 드러머 트리키님이 인문학 강사로 초빙되었다. 트리키님은 공연 전 조금 일찍 도착을 했고 배인혁 님은 예쁜 눈동자가 그대로 비춰 보이는 안경(지난 공연 때는 안 그래도 조명이 주황 주황 한데 주황색 선글라스를 쓰고 와서 눈이 하나도 안보였다는…..)을 쓰고 공연장에 와서 리허설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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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연습 안 하고 대충 하는 공연이라고 얘길 해놓고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손가락이 죄다 물집이 잡혀서 밴드를 감고 온 배인혁 님이었다. 손가락이 아파서 건반치고 기타 연주할 때 힘들다고 누누이 얘길 하고는 막상 공연 시작하자마자 어디가 아픈 건가 싶게 신나게 연주하고 노래하는 가수님이었다. 본인 몸 컨디션보다 언제나 팬과 관객을 우선시하는 가수님인지라 그 모습 볼 때면 드높은 프로의식과 예술가적인 고집에 자부심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로 맘이 속상하고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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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한 시간 공연을 하겠다고 하고선 트리키님의 드럼 반주에 맞춰 신나게 <파이트 클럽>, <TGIF>, <눈치채 줄래요>, <KISS> 도 들려주고 감성 돋는 노래로 팬들 눈에서 눈물을 뽑고는 또 웃는 모습으로 <좋아요, 꾹> 부르며 팬들을 두 시간여 동안 울고 웃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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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사로 초빙된 트리키님은 <인문학적 접근에 근거한 알코올의 효능>에 관해

강의해주었다. 술을 자주 접하는 나로서는 아주 심금을 울리는 명강의였는데, 알코올의 가장 큰 효능 중 불가능을 가능(평소 어려웠던 직장 상사에게 대든다든지)하게 하고 앉은 사람을 일으키며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예뻐 보이게 만들고 나쁜 감정을 정화시키는 등 여러 가지를 얘기했는데 박장대소하며 웃느라 대부분 잊고 말았다. 트리키님은 본인은 술 주 자 주님을 영접한 전도사라고 말했는데 정말 酒님의 전도사 다운 열정과 신념으로 명강의를 펼쳤다. (특히 술에 취해서 아스팔트를 라텍스처럼 포근하게 느끼는 동물적인 상태를 재현할 때가 가장 압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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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키님은 강의를 마치고 배인혁 님과 함께 멋진 드럼 연주를 선보였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주님의 전도사답게 25도 진로소주가 약하다는 평과 함께 알코올을 섭취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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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혁 님은 신청곡을 받겠다고 하고선 팬들의 요청에 딱 한 소절 씩 노래를 불러서 신청곡 메들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한 소절 하고서는 네… 들려드렸습니다…. 이렇게 열곡 정도를 불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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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공연 때 기타 튜닝을 평소보다 3옥타브 높게 잡고 <나의 밤으로 와요>를 불러서 다 함께 하는 코러스 부분에서 팬 몇 명이 그 높은음을 진성으로 냈다며 본인이 굳이 그 쌩목으로 나오는 소리를 재현해 보였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날 이곡을 부를 때 진성으로 코러스를 내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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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엔 전화해> 전주 부분에서는 <사적인 세계> 첫 공연 때 내레이션(따르릉~따르릉~여보세요)을 했는데 팬들이 너무 웃어서 그동안 안 했던 내레이션의 일부를 해줘서 귀를 쫑긋하고 듣고 있었는데 조금 하고 말아서 안타까웠다. 이번엔 안 웃고 들을 자신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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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공연이 한 시간 이십 분 가량 진행이 됐을 때 배인혁 님은 이제 공연 끝날 시간 되었죠?라고 묻자 팬들은 아뇨…. 이제 공연 시작한 지 이십 분 된걸요.라고 답했다. 그 정도로 순식간에 공연이 끝났다. 공연이 끝나고 다른 팬과 관객들은 가수님과 셀카도 찍고 술과 음식을 즐겼지만 나는 집에 돌아갈 길이 그제야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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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에 못 내려갈 경우 사놓은 생선과 고기는 어쩔 것이며 나는 집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 앞으로 공연은 꿈도 못 꿀 상황이어서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그래도 귀가 편 버스를 미리 예매를 해서 별 걱정을 안 했는데 웬걸 터미널에 도착해보니 광주로 내려가야 하는 귀성행 버스들이 전부 한 시간 이상씩 연착이 돼서 광주 승차홈에는 연착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 수백 명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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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 수백 명 중의 한 명이 되어 아우성을 치다가 11시 32분에 탔어야 할 차를 12시 40분 정도에 탑승했다. 그래도 집에는 갈 수 있겠구나 안심을 하려는 찰나 기사님이 급히 어딘가로 전화를 하시더니 차량 냉각수에 경고등이 들어온다며 운행을 해도 되겠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혹시나 출발을 못할까 봐 버스에 탑승한 44명의 승객의 귀가 쫑긋해져 있는 가운데 차량 냉각수를 정안휴게소에서 보충하기로 하고 차량은 출발을 했다. 정말 차량이 오지게도 밀렸다. 차량은 경고등이 들어와서 냉각수 보충을 해야 하는데 차는 대책 없이 밀려서 기사님은 다른 기사님들과 통화를 한 끝에 풍세 IC 방향의 국도를 탔고 정말 우여곡절 끝에 정안 휴게소에서 냉각수를 보충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으니 그래도 차량 경고등은 불이 들어왔고 기사님은 또 어딘가로 전화를 했는데 정안휴게소에 보관한 통에 든 것이 분명 냉각수가 맞냐고 묻는 것이었다. 통이 끈적이는 것이 요소수 같다는 얘기에 또 버스 안에 승객들은 안색이 노래졌다. 일단 경고등은 꺼지지 않았지만 냉각수가 맞다고 확인한 후에 출발한 버스 위로 이번에는 억수 같은 비가 내렸다. 밀리지 비 오지 좁지. 걱정은 되지. 잠 한 숨 못 자고 눈이 깔깔해져서 있는데 기사님이 이번에는 누군가에 통화를 하며 잠이 온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마 이날 이 버스 타고 내려오면서 잠 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이 차량이 무지개 XX 전세버스였는데 이거 타고 무지개다리나 요단강 건너는 건 아닌가 싶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난 광주에 새벽 6시에 도착해서 가열하게 명절을 잘 보냈다. 어쩌면 단 한 번도 평범한 공연은 없는 것인지 각종 사건들이 즐비하니 참으로 흥미진진한 덕질 라이프가 아닐 수 없다.

<파이트 클럽>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TGIF>

<그대와 all night>

<딱 죽기 좋은 밤이네>

<새벽엔 전화해>

<키스해, 마이 러브>

<눈치채 줄래요>

<내 곁에 머물러요>

<나는 당신에게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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