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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펀치 와의 일흔세 번째 만남!

#김제 #지평선축제 #벽골제 #191004

by 묭롶

로맨틱펀치에 2016년 9월 4일 입덕 한 후 공연을 다니는 문제로 남편과 참으로 많이도 다퉜다. 전국구로 행사가 많은 로펀이라서 평일에는 회사 때문에 갈 수 없지만 주말만 되면 나는 차키를 들고 튀어나가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참아야만 했고 보고픈 마음이 큰 만큼 못 간 공연에 대한 원망은 싸움의 불씨가 되었다. 입덕 후 일 년 정도를 남편과 다툰 끝에 나는 한 달에 세 번 공연을 가는 걸로 협정을 맺었고 그 이후로 집안에 평화가 찾아왔다.

다만 세 번이라는 상한을 고려하여 로펀의 그 많은 스케줄 중 공연을 골라서 가야 하는 안타까움은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서 로펀이 광주에서 가깝고 퇴근하고도 갈 수 있는 한 시간 거리의 김제에 공연을 온다고 했을 때 고민이 되었다. 행사 스케줄은 정말 몇 곡 부르지도 않고 시간도 삼십 분 정도로 일반 락페 공연의 사십 분도 순간 소멸로 느껴지는 나에게 로펀을 삼십 분 밖에 못 본다는 건 참으로 가혹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고민은 깊었지만 나는 어느새 김제를 향해 차를 몰고 있었다. 십일 동안 펼쳐지는 김제 지평선 축제는 처음 가는 행사였지만 규모도 크고 프로그램도 다채로웠다. 볼거리 먹을거리도 많았고 물론 주차장도 굉장히 복잡했다. 지평선축제에 가서 내가 가장 놀랐던 건 다름 아닌 김제시장님 때문이었다.

로펀이 출연하는 여러 행사를 꽤나 다녀봤지만 이런 행사를 기획하는 곳의 대부분은 귀빈석이라고 해서 일 열에 이름표가 부착된 의자를 배치하거나 접근금지용 테이핑으로 둘러서 막아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내가 앉은자리 앞에 간이 의자 한 개를 행사 관계자가 놓더니 저기 어드메서 시골 이장님 같이 생기신 분이 한쪽 팔에 깁스를 한 채로 조용히 혼자 걸어와서 의자에 앉는 것이었다.

MC가 그분이 김제시장님이라고 얘기하기 전까지 시장님인 줄 정말 몰랐다. 내가 봐온 시장님들과 너무나 다른 검소한 옷차람에 어디 논에 일생기면 바로 들어가도 될 듯한 작업화를 신고 한눈에 봐도 낡은 넥타이에 검게 타고 야윈 데다가 수행원 한 명 없이 혼자 앉아있는 분이 김제시장님이라니………. 정치를 하는 사람 너무 싫어하는데 이런 분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다른 시장님들과 달리 참으로 짧게도 정말 인사만 하고 금방 자리를 뜬 김제시장님이셨다.

김제시장님의 모습에 놀라서 벙 쪄 있는데 악퉁 추승엽 님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로펀과 같은 소속사이기도 하고 로펀의 보컬 배인혁 님의 음악 작업에 프로듀싱도 맡아 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한 추승엽 님의 기타 연주와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오늘 공연을 오기를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드디어 축구선수 유니폼 같은 반팔티를 입고 잭슨 폴락 풍 스카프가 달린 스탠딩 마이크를 든 보컬님이 등장했다. 이날 무대는 조명이 엄청나서 너무 환하거나 아예 안보이거나 둘 중 하나였고 빨갛고 노랗게 멤버들을 물들여버렸지만 그래도 좋다고 로펀을 찍겠다고 나는 오늘도 SEL100400GM을 마운트 해서 목에 걸고 있었다

원래 서서 찍을 때는 워낙 무게가 있어서 크로스로 매고 있는데 이날은 좌석이 배치된 공연이라 여유롭게 목에 걸고 있었던 나는 로펀 등장과 동시에 앞으로 내달리는 관객들을 따라 어느새 앞으로 달려가 있었다. 물론 내 목에 매달린 묵직한 카메라를 걸고서…………

음….. 목 근육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만 일단 김제 공연은 로펀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곳이고 팬들도 많이 오지 못한 상황에서 일당백을 해야 했으므로 나는 왼팔로 카메라를 들고 내 목을 사수함과 동시에 뛰기 시작했다.

<몽유병>-><파이트 클럽>-><We are the champions>-><토요일 밤이 좋아>-><여행을 떠나요>

역시 공연은 시작과 동시에 끝이 났다. <여행을 떠나요> 때는 관객석으로 여행을 떠난 보컬님이 관객들 손 다 잡아 주고 관객석에 들어가서 아주 공연을 보는 관객들 모두 흥분으로 뒤집어졌다.

<토요일 밤이 좋아> 물 뿜 때는 항상 높이 던져도 잘 받는 물병인데 스케줄이 연타로 있는 강행군 때문인지 물병을 놓쳤지만 위로 던진 물병이 보이지 않는 듯 눈 위로 손 날을 세워서 저 위에 있는 물병을 보는 듯한 퍼포먼스로 승화시키는 보컬님이었다. 언제나 카메라 사랑 넘치는 배인혁 님이 카메라 앞에서 일부러 포즈를 잡을 때마다 나는 지금 있는 카메라가 아니라 방송장비를 사야 하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캠코더를 접지 않았다면 아마 카메라가 아니라 방송장비급의 영상장비를 구입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나는 카메라를 잡고 있으니 과거는 잊고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역시 사진은 참으로 어렵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캠코더로 풀영상을 찍던 시절에 영상을 잘 찍었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조리개고 ISO고 셔속이고 사진은 모르지만 난 그저 내 눈앞에 보이는 로맨틱펀치의 아름다움이 그저 그대로만이라도 찍히기를 희망한다. 예술적으로 구도를 잘 잡아 작품사진을 찍는 찍덕들의 수준에는 일도 미칠 수 없지만 그저 어제 찍은 사진보다 오늘 찍은 사진이 더 나아져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왜냐면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시작도 로맨틱펀치고 그 끝도 로맨틱펀치이기 때문이다.

너무 짧은 공연시간에 대한 아쉬움에 나는 평소처럼 바로 집으로 가지 못하고 로펀의 퇴근길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컬 배인혁 님을 찍고 있는데 찍고 있는 내 렌즈를 바라보는 그분의 눈동자에 딱 마주치는 순간 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바로 0.1초 뒤에 나는 쥐구멍을 찾아 도망쳤다.

놀란 심장을 부여잡고 주차장이려니 싶은 곳을 찾아가는데 길은 어둡고 심장은 벌떡거리고 가도 가도 주차장이 아닌 이상한 개천과 공사 중인 현장 그리고 논두렁들만 보였다. 나는 주차장에서 한참 떨어진 곳으로 나와서 다시 한참을 공연장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 주차된 차를 겨우 찾았는데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만 사십 분이 걸렸다.

절대로 중간에 다른 차를 끼워줄 수 없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앞 차가 십 센티 이동만 해도 곧바로 앞 차 꽁무니에 내 차 앞 범퍼를 자석처럼 전진하기를 사십 분 동안 반복해서 주차장을 빠져나와서 나는 집에 왔다. 그러고 보니 집에 오는 내내 달이 참으로 밝았다.

이달은 로맨틱 파티도 조인트 콘서트 형식으로 해서 길어야 한 시간을 보는 게 전부일 것 같은데 세 번 공연을 가서 보는 시간을 다 합쳐도 예전 로맨틱파티 한 번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 예전 로파가 너무나 그립다. 그때도 공연 중 체력의 한계를 느낀 적은 없었지만 보컬님이 스물 두곡쯤 진행했을 때 여러분들 정말 괜찮냐고 여러 번 물어볼 정도로 옷에 소금 꽃이 하얗게 필 정도로 뛰어놀았을 때가 참으로 좋았다.

이제 언제나 그렇게 축구 전후반 풀타임을 뛴 것처럼 뛰어놀 수 있을까? 로펀과 함께 하는 그 모든 시간이 다 좋지만 나의 허기를 채우기에는 요즘 공연시간은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도 요즘 세 번 갈 수 있는 공연의 우선순위가 출연시간으로 기우는 건 아닐까.

이제 10월 13일에 하는 로맨틱 파티를 가게 되면 나에겐 한 번의 공연이 남게 된다. 지금부터 어딜 가야 할지 열심히 연구해 봐야겠다.

<토요일 밤이 좋아: 콘치 님의 기타 솔로>
<We are the champions>
<파이트 클럽>
<파이트 클럽: 레이지 님의 기타 솔로>
<토요일 밤이 좋아>
<여행을 떠나요>
<몽유병: 레이지 님의 기타 솔로>
<몽유병>
<마무리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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