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파티투게더, 87th로맨틱파티, A.O.R , 19.10.13
지난 6월 15일 메세나폴리스에서 있었던 86번째 로맨틱파티(로맨틱펀치 10주년 기념공연) 이후로 로파(로맨틱파티 줄여서) 소식이 없자 팬들은 보컬님이 인스타 라이브를 할 때마다 로파를 언제 할 건지 물어보았다.
보컬 배인혁 님은 로펀(로맨틱펀치 줄여서)이 YB컴퍼니에 소속된 이후로 여러 가지를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 많고 공연장이 큰 곳을 대관할 경우 티켓 값이 상승하는 데다가 티켓팅이 성공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수익성이 아닌 손실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얘길 했다.
그러면서 밴드 피아의 경우에도 공연을 하고 싶어서 대관을 해도 티켓팅이 문제가 돼서 수익성이 나빠지고 그럼 또 밴드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었다면서 밴드가 공연을 해야 하는데 공연을 하면 할수록 밴드 멤버들의 생존이 힘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로펀도 언제까지 공연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얘기를 했다
결국 밴드 피아는 해체를 결정했고 해체를 공표한 이후에야 해체 반대를 외치면 무슨 소용이 있냐며 아픈 속내를 내비쳤다. (피아의 마지막 공연이 있던 2019년 10월 19일 ABBD 공연장에서 보컬 배인혁 님은 공연 중에도 너무 울어서 노래를 못 부를 정도였고 피아의 마지막 무대를 지켜보는 내내 울어서 쓰고 있던 마스크가 푹 젖었다고 했다. ㅜ.ㅡ )실상 로펀은 올해 로펀 활동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스케줄을 소화해내고 있다.
일주일 내내 쉬는 공백도 없이 서울도 아닌 전국을 이동해가며 공연 스케줄이 있는 데다가 스케줄 한 개가 잡히면 온전히 십 여일 넘게 꼼짝없이 매달려야만 하는 <불후의 명곡> 출연까지 있고 보니 체력이 슈퍼맨 할아버지라도 못 버텨낼 상황이었다
그런데 팬들이 목메게 로파를 기다리니 줄줄이 있는 스케줄 중 10월 13일(일)에 87번째 로파를 홍대 A.O.R에서 하게 되었다. 그동안 배인혁 님은 로펀 멤버들이 관객들 눈에 크게 보이는 곳이 주관적으로 큰 공연장이 아니겠냐고 말해왔는데 그 말처럼 클럽 A.O.R은 입장 관객 150명이었다. (하지만 보컬님 말씀처럼 멤버들이 크게가 아니라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피아 해체가 못내 가슴 아파서인지 로펀은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에이프릴 세컨드>와 <동이혼>의 연대 공연을 계획했다.
‘에이프릴 세컨드’는 이미 로파의 게스트로도 출연했던 밴드여서 사전 인지도가 있었고 3명의 여성 락커가 활동하는 ‘동이혼’도 지난여름 사천 록 페스티벌에서 만났던 밴드라 연합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150명 입장이란 로파 공지 글을 보고 나의 평소 티켓팅 실력에 표를 못 구할까 봐 노심초사 티켓팅을 해서 표는 구했지만 지난 <최악의 커플> 공연처럼 현장에서 입장 순서를 뽑는 순간 역시 나의 똥 손은 입장 번호 106번을 뽑고야 말았다. 하긴 지난번 뽑기 때는 젤 마지막 번호에서 두 번째를 뽑았던 내 손이니 이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지난 뽑기 때 맨 꼴번 두 번째를 뽑고 나 번호 잘 뽑았냐고 스텝 분에게 물어봐서 스텝 분이 차마 말을 못하고 계속 웃으셨다는 ㅜ.ㅡ 이번에도 지난 번 웃으셨던 스텝 분이 똑같이 뽑기를 도와주셨다는 ㅜ.ㅡ)
이날도 나는 아름다운 로펀을 참으로 잘 찍어보고 싶었지만 클럽 공연장인 A.O.R은 무대가 낮아서 관객들이 들이 차면 멤버들의 얼굴밖에 보이지 않는 구조였다. 그나마 로펀의 앞 순서인 두 밴드의 순서에는 조명이 밝기라도 했는데 영상이나 사진 찍기보다는 열심히 놀기를 바라는 보컬님의 주문 때문이었는지 로펀 때는 어둡고 스모그가 자욱해서 참으로 이성 잃기 딱 좋은 상태가 되었다.
셋 리는
1. 글램 슬램
2. 미드나잇 신데렐라
3. 몽유병
4. 라즈베리 비트
5. 코스믹 자이브
6. 그걸 좋아해
7. 리틀 레이디
8.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9.appointment
10. 굿모닝 블루
11. 창백한 푸른 점
12. 스틸 얼라이브
13. 마멀레이드
14. 야미 볼
15. 토요일 밤이 좋아
16.It's Amazing
세 팀이 출연하는 공연이어서 정작 로펀 곡들을 많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로펀은 마이크 배터리가 다 나가버릴 때까지 앙코르에 앙코르를 거듭해 주었다. 특히 기타리스트 레이지 님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그냥 서 있기도 식은땀이 나게 보였는데도 역시 공연에 혼신의 힘을 다 쏟는 로펀 다운 공연이었다
팬들도 그런 멤버들에게 화답하고자 그 어느 때보다 우렁찬 떼창과 피를 토할 정도로 ‘스틸 얼라이브’ 떼창을 고래고래 소리 질러 불렀다. 그것도 모자라 공연이 끝나고도 공연장을 나설 때까지 로펀 노래를 계속해서 부를 정도로 87번째 로파는 어마어마했다. 사실 로파가 끝나고도 일주일 내내 로파의 여운이 가시지 않을 정도였으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87번째 로파에서 가장 좋았던 건 그동안 자주 듣지 못했던 ‘코스믹 자이브’와 ‘미드나잇 신데렐라’, ‘리틀 레이디’, ‘Appointment’, ‘Amazing’을 들었다는 점이었다.
아~~~ 정말 ‘미드나잇 신데렐라’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가뜩이나 간만의 로파라 작정하고 뛰어놀려고 작심한 사람들에게 미신은 불 난 집에 휘발유 붓기였다. ‘글램 슬램’ 첫 곡에서 가까스로 붙들고 있던 이성이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사라져 버리고 클럽 안은 폭발할 것 같은 열기로 이글거렸다.
분위기가 이러했으니 지난 86번째 로파 둘째 날에 관객 떼창 호응이 좋지 않아서 영상 올리지 말라고 했다는 얘길 인스타 라이브에서 했던 보컬님은 ‘라즈베리 비트’ 때 목이 터져라 떼창 하는 관객 반응에 웃음이 터져서 다음 소절을 한참을 부르질 못했다.
작년 여름 있었던 80번째 로파 때 이후 처음 합주하는 ‘코스믹 자이브’는 라이브가 워낙 오랜만이라 카피곡 느낌이라는 얘기도 했고 기타리스트 콘치 님은 너무 스케줄이 많아서 오늘 공연 스케줄이 로파인 것을 티켓팅 공지 뜨고서야 알았다고 얘기해서 다들 웃음이 터졌다.
보컬 배인혁 님은 목 상태가 좋지 않아서 ‘Little Lady’를 제대로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해 놓고는 고음 파트를 어찌나 처절하게 부르는지 나는 오랜만에 듣는 내 최애 곡을 가심 팍에 피가 철철 나는 심정으로 듣게 되었다.
공연 후반부의 ‘야미볼’과 ‘토밤’, ‘어메이징’은 정말 불태웠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모두가 단체로 미쳐버렸다. 십 년 묵은 체증이 안 내려가거나 마음에 화병이 있으신 분들은 로파에 오셔서 ‘스틸 얼라이브’ 떼창을 하고 나면 이것만큼 즉효약이 없을 것이다. 폭포에 가서 피를 토하지 않아도 득음의 경지에 오를 수 있으니 로파 공연 몇 번이면 자연스럽게 삼옥 타브도 진성(쌩목)으로 소리 낼 수 (물론 사람이 들을 만한 소리는 아니지만)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엄청난 굉음으로 떼창을 하고 미치게 뛰어놀며 순식간에 로파는 끝이 났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 맞다. 로파가 끝난 후에는 악수회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순간 내 손바닥을 쥐어보니 찐득찐득 축축………이건 뭐 아메바의 촉수보다 낫을 게 없는 상태다.
열심히 바지에 손바닥을 문질러보았지만 여전한 나의 촉수 같은 손을 멤버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내밀었고 멤버들의 손을 잡는 순간 참 꿈결만 같았다. 물론 멤버들에겐 잊지 못할 안 좋은 느낌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로파는 이렇듯 행복이고 사랑이다. 보컬님이 연말에 분명히 로파를 한다고 했으니 이제 또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Ps: 이날 공연 때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보컬님의 공언에 나는 공연 중 상의탈의를 하는 게 아닐까 엄청난 기대감으로 공연 내내 긴장해 있었으나 상탈은 없었다. 음….. 내 꿈에서라도.. 쿨럭…
Ps2: 로펀 공연 볼 때마다 코피 슝슝이란 말을 자주 썼는데 실제로 뛰다가 나는 혀를 깨물었다고 한다. 공연 내내 입안에 번지는 피 맛을 느끼며 공연을 즐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