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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혁 님과의 열여섯 번째 만남!

#나머지공부 #ㅂㅇㅎ #달식당 #191026

by 묭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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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동안 공연후기를 쓰면서도 기억력의 한계를 느끼며 거의 기억을 쥐어짜내다시피 해서 후기를 써왔는데 2019년 10월 26일에 있었던 배인혁님의 <나머지 공부>는 아주 깨끗하게 기억이 말소된 상태로 후기 아닌 후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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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에 <나머지 공부>를 한다는 공지글을 보고 난 또 고민이 많았다. 그날은 우리가족의 독감 예방 접종이 예약되어 있었고 딸아이 피부과를 뒤이어 가야하며 저녁에는 조카 생일잔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뿐인 동서에게 미안하다고 사정을 얘기하고 26일 아침부터 빛의 속도로 접종을 위한 병원과 피부과를 들려야 했다. 내가 타야할 기차시간은 거의 다 되어 가는데 피부과에 무슨 환자가 그리도 많은지 난 거의 오줌 마려운 강아지처럼 병원 대기실에서 안절부절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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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탑승 마감을 오 분 남긴 상황에서 기차를 탄 후 거울로 내 모습을 보아하니 거의 쥐어뜯겨서 쫓겨난 콩쥐 꼴이었다. 거친숨을 몰아쉬며 공연장인 인사동 달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두 시였다. 그래도 이날 공연이 여섯 시여서 촬영을 위한 셋팅에 여유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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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착한 두 시부터 공연시작인 여섯시까지는 네 시간이 남아서 나는 그동안 준비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다. 그 네 시간 동안 오랜만에 만나 너무나 반가운 롶(팬)들과 나는 쏘맥을 마셨으니 애초에 독감 접종을 했으니 안마시겠다는 나의 말은 씨언하게 목구멍을 넘어가는 쏘맥과 함께 창자로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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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공연후기가 아니고 음주후기가 되어버렸지만 처음엔 진로소주에 테라 맥주를 섞어서 테라진을 마시다가 테라가 떨어지자 기네스 흑맥주로 바꿔서 기네진 쏘맥으로 마시다가 흑맥주가 떨어지자 코로나에 소주를 섞어서 코로진 쏘맥을 마셨는데 쉽게 말해 눈에 보이는 대로 손에 잡히는대로 섞어마셨다는얘기가 되겠다.

그래도 처음엔 소주의 비율이 일정했는데 다들 술이 일정량 이상 초과가 된 뒤에는 맥주잔에 소주 절반, 맥주 절반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나의 제정신은 안드로메다로 가출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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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추측컨데 내가 정신줄을 놓은 시간은 공연 시작 전인 오후 다섯 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섯시가 넘어서 특별한 드레스코드는 없을거라던 얘기와는 달리 배인혁님은 망사가 달린 백작 모자에 검정 망토를 두른 채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 뒤에 기억은 렌즈가 너무 무거워서 엄청나게 흔들리는 렌즈를 부여잡고 안간힘을 썼던 기억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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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할 때는 보통 렌즈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왼손으로 렌즈를 고정하고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찍었는데, 아침에 독갑 접종을 한 왼팔어깨가 퉁퉁 부어서 힘이 들어가지 않는데다가 술에 취한 상태여서 흔들리는 카메라를 통제할 능력이 내겐 없었다. 결국 이날 찍은 영상은 맨 정신에 확인한 결과 어디에 올리기 힘든 수준으로 판단되었다. (카메라가 바이킹이라도 타는 것처럼 영상이 출렁출렁하고 있더라는 그 영상을 보면서 멀미할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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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 인스타라이브에서 배인혁님은 자신의 공연은 취해서 보면 더 즐겁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나는 권장하는 것 이상으로 취했고 사진은 남았지만 이날의 기억은 굉장히 대단하게 즐거웠다는 기억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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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공연이 끝나기 무섭게 집에 가기 바쁜 내가 공연 전에 무려 네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냈으니 그날의 유쾌한 기분이야 말하면 입이 아플것이고 기다리면 조금이라도 뭔가가 기억이 나지 않을까 싶어서 후기를 미루고 있었는데 역시 잃어버린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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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날 <나머지 공부> 기념 연필을 한 사람당 한개씩 판매한다고 했는데 내가 열 개요 라고 얘기하고 계속 서서 열 개를 받겠다고 기다렸던 낯뜨거운 기억만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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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영상은 망했지만 내가 술에 취해 찍은 사진속에서도 배인혁님은 변함없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론 공연이 끝나고 술을 마셔야겠다라고 다짐해보지만 역시 번복의 아이콘 배인혁님의 팬 답게 나도 금방 내 말을 번복하게 되리란 걸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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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제 언제 내말을 번복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스케줄이 엄청나게 많아서 멤버들의 건강을 걱정해야 했던 10월이 지나고 11월에 접어들어 스케줄 공지가 뜸해졌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보고 싶은 그분을 볼 수 있는 <나머지 공부>가 너무나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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