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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펀치 와의 일흔여섯 번째 만남!

#로맨틱펀치 #상쾌환 #사비나미술관 #릴레이 반전콘서트 #191123

by 묭롶

로펀 공연을 보기 위해 매연 가득한 대구 서문시장 길바닥에도 앉아보고 저 멀리 가평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기도 했지만 로맨틱펀치를 보기 위해 미술관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미술관은 로마에 여행 갔을 당시 바티칸 박물관에도 가봤지만 평소 미술관은 나에게 참으로 낯선 공간이다.

(‘예술하세요?’라는 질문에 나의 대답은 ‘예! 술은 합니다.’이다. )

2019년 11월 23일 큐원에서 생산하는 숙취해소제 ‘상쾌한’이 주최하는 ‘릴레이 반전 콘서트’에 로맨틱펀치가 출연했다. 반전 콘서트라는 주제에 맞춰 미술관에서 락 공연과 비보이 공연이 진행되는 신선하고 낯선 공연이었다.

공연장인 사비나미술관까지 가기 위해 나는 일주일 전부터 비행기표를 끊어 놓았다. 철도노조가 파업 중이어서 3시 공연시간을 못 맞출까 봐 일주일 전부터 올라가는 비행기와 내려오는 버스표를 예매해두었다.

지난 10월 18일 안동댐에서 로펀을 만나고 무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로펀을 못 봤으니 로펀 없는 한 달은 참으로 폭폭 하였다. (이제 월요일에 출근한 내 얼굴만 보고도 우리 직원들은 주말에 공연의 유무를 알아챌 정도다. )

로펀을 못 본 한 달 동안 나는 회사일이 많기도 했지만 왠지 더 힘들고 재미도 없고 피곤하기만 했다. 집에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태의 나를 가족들은 스치면 터질까 눈치를 봤으니 23일 로펀 공연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과 회사의 안녕을 위해 시급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공연장인 사비나미술관에 오후 1시 반 정도에 도착했다. 난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공연이므로 당연히 우아하게 앉아서 공연을 볼 거라 생각했는데 스텐딩이라고 했다. 사실 앉아서 볼 거란 생각에 기모 소재의 두툼한 옷을 입고 있었으므로 나는 공연을 보는 내내 내 몸에 흐르는 육수로 옷을 적셨다고 한다.

카메라도 한 달 만에 전원을 켜는 상황이어서 공연장 내부가 어둡다는 생각에 ISO를 높게 잡아서 후보정에 애를 먹어야 했다.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MC는 미술품을 감상하라고 했지만 미술에 대한 조예가 전혀 없는 나는 가장 멋진 작품인 로맨틱펀치가 등장하기만을 기다렸다.

미술관 2층 전시실에 배치된 무대는 정말 작았다. 지금까지 봐왔던 그 어떤 무대보다 작아서 넓은 무대도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보컬 배인혁 님이 동작을 줄여서 노래를 불러야 했고 점프는 무대에서 관객석으로 슈~~~~ 웅하고 날아야 했다.

공연 주체인 ‘상쾌환’에 맞춰서 보컬 배인혁 님은 경쟁사 제품인 여명 808 ‘안녕, 잘 가’라며 센스 있게 곡을 소개했고 멘트 장인 콘치 님은 그동안 여명 808을 먹었지만 이제부터 ‘상쾌환’을 먹겠다고 말했다. (음…. 상쾌환은 요즘 나에게 정말 필요한 제품이지 싶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전날 먹은 술이 덜 깼다는………)

이날 공연의 이벤트로 아티스트와 사진을 찍게 된 두 명의 행운의 롶(로펀 팬)분들은 공연 전에 로펀과 사진을 찍었다. 평소 누굴 잘 부러워하지 않는데 이날 이분들이 너무 부러웠다. 아마 내가 이벤트에 당첨이 됐다면 난 아마 사진을 찍다가 기절했을지도 모르니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며 애써 나 자신을 위로했다.

이날도 공연 중 ‘눈치채 줄래요’를 부를 때 보컬 배인혁 님은 무대에서 관객석으로 붕~ 날아서 착지한 후 관객들의 손을 잡으러 뛰어내려왔다. 난 내 앞에 있는 보컬님을 눈 뜨고 보면서도 내 아메바의 촉수 같은 손을 내밀지도 못하고 어벙하게 얼어서 있었다. 마음은 수 천 번도 더 앞으로 뛰쳐나가는데 어쩌면 몸이 나를 그리도 배신하는지 그분 앞에선 안면 가죽부터 굳어버리는 세상 못난이가 바로 나란 인간이다.

공연장에 입장하기 전에 주차장에서 한 달 만에 듣는 배인혁 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기둥 뒤로 숨고 말았으니 이번 생에는 눈 뜨고 그분을 똑바로 마주 보는 일은 불가능한가 보다. 로맨틱 파티가 끝난 후 모든 관객들과 하는 악수회 때도 눈을 못 마주치고 허리를 푹 숙여서 손만 겨우 스치듯이 잡고 도망가는 나 자신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그래도 그렇게라도 최애님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공연이라 ‘토요일 밤이 좋아’ 전주 부분에서 매번 하는 물 뿜 쇼도 하지 못했지만 한 달 만에 로펀 곡에 맞춰 뛰니 이것이 사는 것이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날 셋 리는 <몽유병>-><파이트 클럽>-><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눈치채 줄래요>-><안녕,잘가>

<토요일 밤이 좋아>-><We are the champions>였다. (보컬 배인혁 님의 목 상태가 좋지 않아서 스케줄을 잡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고음이 끝도 없이 올라가고 끝도 없이 길게 이어지는 호흡이 미술관을 가득 채웠으니 그런 로펀에 환호하는 롶들의 떼창에 기타 반주가 묻힐 정도로 Hot한 공연이었다. )

공연 주체 측에서 나눠준 불이 들어오는 머리띠를 한 보컬님은 참으로 귀여웠다. 어떤 옷을 입든 어떤 스타일의 머리를 하든 일부러 그렇게 맞춘 것처럼 깔맞춤이 되어버리는 배인혁 님을 보면서 진정 패션의 완성은 얼굴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선글라스를 쓰지 않고 그 예쁘고 큰 눈동자를 실컷 볼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퇴근길에서 그분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난 심장이 떨려서 카메라 줌을 당길 생각도 못하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감수성을 지니진 못했지만 작품 배인혁 님을 접할 때면 정말 다양하고 다채롭게도 매번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노래 가사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은 바로 배인혁 님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나는 로펀을 만나서 내 인생이라는 드라마를 다시 쓰게 된 건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책처럼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잘 살았데요. 끝!!!! 이 전부가 아니란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로펀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저 그렇게 살다가 죽었다로 끝났을지도 모르는 내가 로펀과 함께 하는 드라마를 써 나가고 또 그 드라마를 꿈꿀 수 있다는 사실이 참 행복하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 그리고 한 회사의 직원으로서의 내가 전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내일을 꿈꿀 수 있는 건 바로 로펀 때문이다. 내게 행복 주는 로맨틱펀치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몽유병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눈치채 줄래요
안녕, 잘 가
We are the champions
토요일 밤이 좋아
토요일 밤이 좋아(마무리 점프)
토요일 밤이 좋아 : 콘치 님의 기타 솔로
파이트 클럽: 레이지 님의 기타 솔로
몽유병 : 레이지 님의 기타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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