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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펀치 와의
일흔일곱 번째 만남!

#로맨틱파티 #88th로맨틱파티 #상상마당 #191214

by 묭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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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펀치의 단독 공연을 누가 로맨틱파티라고 이름 지었는지 알 수 없지만 회를 거듭해서 로파(로맨틱파티 줄여서)를 갈 때마다 정말 파티(축제 or 페스티벌)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로파는 여느 파티처럼 외모나 복식에 얽매어 자신에게 춤을 권할 상대를 애태우며 기다릴 필요가 없다. 나이성별, 외모 기타 등등 그 모든 것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로펀(로맨틱펀치 줄여서)의 공연에 입장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그냥 파티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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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4일 로펀을 처음 만나서 로펀의 단독 공연인 72th로파를 가려고 홀로 서울행 버스에 타기까지 정말 아는 사람도 없이 혼자 그것도 이런 공연문화를 접해 본 적이 없는 내가 가는 게 맞는지에 대해 굉장히 많은 시간을 스스로 자문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가고 싶은 마음을 꺾을 수 없었다. 난 그렇게 혼자서 로파에 갔다. 그리고 로펀 팬들이 말하는 로뽕이 무엇인지 제대로 맛보고야 말았다. 그 뒤로는 88th로파에 이르기까지 한 번의 교통사고와 A형 독감을 제외하곤 로파는 무조건 가야 할 공연 1순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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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4일 88번째 로파가 상상마당에서 열렸다. 입덕 이후 3년 넘게 로펀의 공연을 다니면서 매달 로파를 하던 시기에는 이처럼 목마르게 로파를 기다리진 않았는데 로펀의 공중파 출연과 스케줄이 많아지면서 로파의 공연 간격이 상당히 길어졌다. 로파를 다녀와서 적게는 일주일 그리고 아무리 오래가도 십오일이 면 로뽕(로파로 인한 긍정적 에너지)은 소진되는 관계로 심할 때는 로파가 끝난 바로 그 순간에 그다음 로파를 기다리게 되는데 19년도에는 6월 15일에 86번째 로파가 그리고 10월 12일에 다른 락밴드와의 연합공연으로 진행된 87번째 로파가 진행되었으니 나의 로파 앓이는 가뭄에 쩍쩍 갈라지는 논바닥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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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단비와 같은 로파가 그것도 게스트 없이 온전히 로펀만 두 시간 넘게 볼 수 있다니 나는 공연을 가기 전부터 오지게 좋았다. 문제는 티켓팅 실력이 워낙에 비루한지라 자리가 애매했다. 로펀 팬분들의 신장이 남녀를 불문하고 장신 비중이 높은 탓에 나의 작은 키로 삼 열 정도에 서면 거의 인파들 속에 잠수 상태라 공연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나는 고민을 하다가 의자를 가지고 맨 뒤로 가기로 했다. (의자를 딛고 올라서도 워낙에 장신인 팬 분들이 많아서 시야는 그분들이 그냥 선 것과 같았지만……….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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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파 전에 보컬 배인혁 님은 목요일에 방송하는 로펀 V 방송 때 관객의 요구를 반영하여 셋 리스트를 짜겠다고 했고 요구사항이 반영되어 (<어서 가, 어둠이 오기 전에>, <이 밤이 지나면>, <레디 메리 GO>, <ZZZ>) 를 들을 수 있었다. 기타 콘치 님은 이날 오래전에 불렀던 곡들을 팬들이 불러달라고 하니 합주를 하면서도 굉장히 낯설었고 왠지 단골손님이 해달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메뉴에서 없어진 요리를 만드는 기분이 든다는 얘길 하기도 했다. 어쩜 비유도 그리 잘하는지 역시 멘트 장인 콘치 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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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에 “못하겠어. 이제 2020년이잖여.”라고 얘기하는 배인혁 님의 말에 콘치 님은 자동차도 자율주행이 되는데 공연도 자동으로 되는 최첨단의 시대가 다가오는 거 아니냐고 말하자 배인혁 님은 그럼 공연도 화상통화로 보지 그러냐고 얘길 해서 다들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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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콘치 님은 지금까지 1회부터 88번째 로파를 진행하면서 로파가 끝나면 팬들과 악수회를 진행해왔는데 지금까지 88번을 함께 공연해 온 기타 레이지 님이 오늘 공연 전에 자신에게 “형! 오늘 약수회 해?”라고 물어왔다고 팬들에게 얘길 해서 레이지 님이 당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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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치 님은 계속해서 트리키 가 오늘 아침에 스타일리스트 전화번호를 물어왔다며 역시 비주얼을 최우선으로 하는 트리키 님 답다고 얘길 하자 드럼 트리키 님은 마이크를 건네받아서 팬들에게 멋진 모습 보여주고 싶은데 흰 티가 구깃구깃해서 다리미 좀 빌릴까 해서 그랬다고 참으로 진지하게 답변을 하는 등 여전히 서로가 서로에게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팬들(롶)의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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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되돌이켜봐도 너무너무 좋아서 역대급이란 소리를 매 로파 때마다 외치게 되지만 이날은 로파 시작과 동시에 나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야 했다. 왜냐면 첫 곡이 <미로틱>이었기 때문이었다. 18년도에 로펀은 페스티벌에 첫 곡을 <미로틱>으로 불렀다. 아~~~ 정말 <그린플러그드>, <JUMF>, <펜타포트>까지 <미로틱>의 전주가 깔리는 가운데 스탠딩 마이크를 든 보컬 배인혁 님이 무대 위에 등장할 때마다 나는 이성이 말소될 때까지 탄성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로파 첫 곡이 <미로틱>이라니 난 절로 “미쳤어~~~~~”를 외쳤고, 무게 2.5킬로를 자랑하는 대포를 들고 있었음에도 이건 내 어깨가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전 곡을 다 담고야 말겠다는 필사의 의지로 카메라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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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첫 곡부터 나는 그렇게 이성을 상실했고 이날의 셋 리는 나를 마저 정신줄 놓게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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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로틱

2. 몽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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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드나잇 신데렐라

~~~ 우~우우우 ~우우~우린 미쳤어요! 미로틱에 미씬 이라니 계 탔다는 표현은 이때 하는 건가 싶다. 상상마당 바닥이 공연 시작 단 세 곡 만에 출렁이기 시작했으니 장신의 롶들이 거의 붕붕 날았다. 내 시야는 온통 흔드는 손과 뒤통수들로 가득했고 나도 세 곡만에 남은 이성이 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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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치명적 치료

선상님! Doctor( 배인혁 님의 영국식 발음 ‘독타’)가 너무 치명적이어서 치료가 아니라 증상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지 어째야 쓴당가요.

나의 로펀 앓이는 이미 불치병이므로 그냥 평생 갖고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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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서가, 어둠이 오기 전에

퇴근길에 차에서만 따라 부르면 전주 부분 “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를 다 함께 떼창 하는 이 기분 아시겠어요(보컬 배인혁 님 음성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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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걸 좋아해

이미 배인혁 님의 인스타 라이브에서 팬들이 <그걸 좋아해> 도입부에서 호응을 엄청나게 해 드릴 테니 꼭 셋 리에 넣어 달라고 졸라서 셋 리 입성한 곡이었고, 약속을 잘 지키는 롶둥이들 답게 “잔인한 일이야~”라는 가사가 끝나기 무섭게 어찌나 크게 환호성을 질러댔는지 보컬 배인혁 님이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서 노래를 한참 동안 부르지 못하고 숨을 한참을 고르고 나서야 노래를 이어 불렀다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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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8. 라즈베리 비트

떼창 하면 어디 가서도 안 빠지는 롶들 답게 참으로 우렁차게 따라 불러서 롶들 반응에 기분이 UP 된 배인혁 님이 이럴 줄 알았으면 로파 하루가 아니라 삼일 할 걸 그랬다고 멘트를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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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 밤이 지나면

10. 레디 메리 GO

노래는 역시 OST가 최고라는 배인혁 님의 얘기처럼 드라마에 삽입돼서 지금도 노래방에 갈 때마다 ‘토밤’과 함께 신나게 부르는 내 단골 곡이 되었다.

11. Appoin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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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눈치채 줄래요

분명 노래 가사는 “내게 손 내밀어 줄 수 있나요”인데 손을 내밀고도 부족해서 상상마당 오른쪽 벽면 철제 구조물에 매달려 노래를 부른 배인혁 님이었다. 구조물에 거꾸로 매달렸을 때 나는 저러고 어떻게 몸을 일으키나 걱정을 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도 엄청난 복근의 힘으로 상체를 가뿐히 들어 올린 배인혁 님을 보며 나는 그 근육에 놀라고 또 멋져서 쌍코피 터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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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창백한 푸른 점

어쩜 그런 고음을 낼 수가 있는지 들을 때마다 가사는 “사람일 뿐이야”이지만 이런 고음을 소화해낼 수 있는 사람은 “배인혁 님뿐이야”로 들리는 건 나만 그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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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ZZZ

우리는 ‘스페이스 오페라’ 음반 수록곡으로 알고 있지만 배인혁 님이 ‘싸이언스’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고 말씀하셨으니 나는 그게 맞다고 기억을 수정하기로 했다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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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굿모닝 블루

사실 이날 내가 딛고 올라선 간이의자는 겨우 발을 딛고 올라서면 꼼짝하기 힘든 작은 사이즈(다른 관객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딱 내가 발을 벌리고 서면 나오는 사이즈로 구입)인데 <굿모닝 블루> 단체 점프를 원하는 배인혁 님이 앉으라고 하시니 나는 2.5킬로가 넘는 대포를 목에 건 상태로 간이 의자에 선 그 상태에서 강제로 스쿼드 자세를 취해야 했다. 나의 그 옹삭 하고 엉거주춤한 모습이 부디 보컬님의 눈에 뜨이지 않았기를 기도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나의 고충에도 불구하고 이날의 단체 점프는 정말 역대급이었다. 상상마당 바닥이 뚫릴까 봐 걱정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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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Still Alive

역시 <Still Alive> 선곡에서 롶들을 위한 배인혁 님의 깊은 배려심을 엿볼 수 있었다. 어떤 음치라도 따라 부르고 나면 평소 불가능했던 음역대가 가능해진다는 득음의 필수 코스이자 삼옥 솔을 연이어 내지르는 보컬 배인혁 님의 뒤를 이어 고음을 쌩목으로 따라 부를 수 있게 되는 <Still Alive> 떼창을 통해 롶들은 이날 또다시 득음의 길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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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마멀레이드

추운 날씨에 듣기만 해도 마음 따땃해지는 <마멀레이드>의 가사 “곁에 있을게”를 따라 부를 때 나의 로펀 앓이는 한결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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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야미 볼

트리키님의 <야미 볼> 드럼 솔로 때 앞에서 멋지게 물을 뿜어준 배인혁 님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드러누운 자세 그대로 상체를 들어 올려서 일어났다. 역시 남자는 복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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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토요일 밤이 좋아

언제나 신나는 ‘토밤’ 물 뿜 앞에 환호하는 롶들의 지축을 울리는 점프에 내 카메라는 초점을 잃고 내가 뛰지 않아도 바닥이 출렁여서 자동으로 뛰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 ‘토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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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카니발 아무르

역시 롶들을 위한 배려가 극진하여 일부러 가사를 까먹어서 스스로 한 곡을 더 불러주게 만든 고마운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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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It’s Amazing

로파가 끝나도 “아쉬워 말아요~”라고 배인혁 님은 못하겠어 2020년이잖여라는 본인의 멘트를 번복하여 마지막 곡으로 <어메이징>을 불러준 배인혁 님 정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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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간에 롶 중 한 명에게 기타 선물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배인혁 님은 “몇 번을 줄 것 같냐고” 묻더니 본인의 생일인 “69번”을 외쳤다. 배인혁 님의 땀과 손자욱과 멤버들의 사인이 담긴 기타를 받으신 분 진정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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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88번째 로파가 끝이 났다. 공연이 끝나고 악수회를 하는데 난 이성이 가출한 넋이 나간 상태였고 내 손은 공연 후에 매 번 그렇듯이 이번에도 엄청나게 끈적하고 축축한 아메바의 촉수와 같았다. 손바닥을 궁여지책으로 바지에 열심히 문질러 닦고도 죄책감이 드는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배인혁 님과 멤버들의 손을 잡았다. 로파의 여운에 혼이 쏙 빠진 상태로 나는 지하철 역을 못 찾아서 공연장 인근을 인파를 헤치며 삼십 분 넘게 헤매었고 환승할 지하철을 눈 앞에서 놓쳤으며 호남선을 타러 가야 하는데 7호선을 타는 곳으로 잘못 가서 되돌아오는 통에 버스를 놓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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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로파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지만 나는 지금도 로파가 있던 그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 같다. 현실감을 잃었다고나 할까. 인어공주는 왕자를 얻기 위해 목소리를 잃었는데 나는 현실감을 잃었으니 물거품이 되기 전에 다시 로펀을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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