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피사체를 발견했다.
카메라로 열심히 찍었는데 결과물을 보니 렌즈 청소를 하지 않아서
이물감이 가득했다.
안타까움과 나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꿈의 뒷자락을
축축이 젖은 옷자락처럼 질질 끌고 출근을 했다.
하루 온종일 물 한 모금 먹을 시간도 없이
내 한 몸과 신경을 불살라 하루를 살라먹고 난 후
잔불 정리에 뿌리는 물처럼
나의 위장에 소주를 살포했다.
나의 과거와 나 자신의 그림자를 질질 끌며
집으로 가는 길!
발 밑이 훤하다.
어느샌가 안부를 묻는 보름달이 고운 얼굴을 디밀었다.
부끄러운 나의 그림자마저 지우는 밝은 님의 모습에
나는 그저 불콰한 얼굴이 더욱 발그레해진다.
굳이 고해성사를 하지 않아도 먼저 손을 내미는 달빛!
눈물 나도록 고운 그 빛에 말없이 내 그림자를 맡겨 본다.
그리고 혼자 되뇌어본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