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MAR
2025.03
이십 대 후반부터 보이던 아기 사진들은 서른 즈음이 되자 내 인스타그램 피드를 잠식하기 시작한다. 사회 관계망 속 세계는 결코 별나라 달나라가 아니기에 주위에서도 하나둘씩 결혼을 알려오는 이들이 생긴다. 때때로 친구들에게 축하의 말들을 적게 될 때면, 내가 아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말을 빌리곤 한다. 이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오랜 동료의 딸의 결혼 축사로 남긴 말이기도 하다.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나도 한 번밖에 결혼한 적이 없어서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별로 좋지 않을 때는 나는 늘 뭔가 딴생각을 떠올리려 합니다. 그렇지만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좋을 때가 많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하세요."
많은 명언들에 그러했듯, 나는 화자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의 말을 좋아하기 시작한다.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3년 전 결혼하던 선배에게도 같은 말을 그대로 전하며 마지막 두 문장은 한 번 더 적었다. "좋은 때가 많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하세요." 다른 생각은 덜 하고, 좋은 때는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었다.
때때로 다른 생각을 하는 슬기로움이 온전한 사랑을 가능케 한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마음만큼 깨끗하지 않은 공용 공간과 여러 사람들과 일을 헤쳐나가야 하는 직장 생활이 선물한 지혜다. 불완전함 속에서도 찾아내는 나의 평화가 타인에게 보내는 친절의 시발점이 됨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회사에서 창 밖에 풍경이 제일 좋은 책상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가끔씩 창문 밖을 보며 지내다 보면, 일터에서도 때때로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이제는 결혼을 앞둔 친구들에게 조금 다른 마음으로 같은 말을 전한다. 필요할 때마다 다른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필사적으로 다른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으면 좋겠다. 좋은 때가 많기를 기원한다. 스스로에게도 같은 말들을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