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충격,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한 번의 수술로 철심을 제거하면 끝일 줄 알았다.
그러나 의료사고가 덮쳤다.
수술 전보다 통증이 심해 걷기조차 힘들었지만
의사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늘 윽박지르기만 하던 남편도 병원의 거대함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다시 수술 날짜가 잡혔다.
겨울을 벗어나지 못한 어느 날,
남편이 병원에 입원했고
나는 열 번째 시험관 시술을 준비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무도 찍다 보면 넘어가는데
내 인생에 아이는 없을지도 모른다.
깨끗이 포기하고 미련 없이 살자—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다.
남편의 고집으로 늘 여의사에게만 맡기던 시술을
이번엔 남자 선생님으로 바꿨다.
냉동배아 이식 과정.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울적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가벼웠다.
남편이 병원에 있으니
이번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침대에 누워 있으리라 결심했다.
집안일도, 외출도 모두 내려놓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시간을 보냈다.
아홉 번이나 실패한 환자를 맞이한 의사의 마음은
달갑지 않았을 테다.
그런데도 그는 예상보다 세심히 챙겨주었다.
“최선을 다할 테니 마음 놓고 쉬세요.”
그 말이 귓가에 오래 남았다.
사골국을 한 솥 끓여두고
밥 먹을 때만 일어나고
나머지는 내내 누워 있었다.
겨울날의 차가움 속에서
몸은 이상할 정도로 나른했고
밤낮없이 잠만 잤다.
병원에 홀로 입원 중인 남편은
심심했는지 전화를 걸어왔다.
“또 자냐?”
졸린 내 목소리에 핀잔을 주었다.
마지막을 준비하는 내 시간을
그가 이해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남편과 그 여자 사이가
데면데면해졌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계속 내게 전화를 걸어오는 그의 꼴을 보아하니
누군가 떨어져 나간 건 분명해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겐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겨울잠을 자다 깨어난 곰처럼
뽀송뽀송해진 얼굴로
마지막 관문인 피검사를 마쳤다.
잿빛이던 병원 대기실에
따뜻한 햇살이 가득 들어왔다.
‘오늘 저 햇빛도 마지막일지 모른다.’
그동안 감사했다, 병원.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나를 찾는 길 위에 서 있다.
“잘 지냈어요? 컨디션은 어때요?”
의사의 물음에
“좋아요. 잠만 푹 잤어요.”
담담히 대답했다.
모든 것이 고마웠다.
대기실 의자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그래, 잘 버텼어. 최선을 다했어.’
돌아오는 길,
식당에 들러 얼큰한 찌개로
사골국에 물린 속을 달랬다.
결과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열 번을 시도했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정말 기특하다, 너.
정말 대단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