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이야기 EP.05이젠 나를 지키며 살아가기로 했다

불임 5화

by 나은


이젠 나를 지키며 살아가기로 했다




어느덧 시간이 제법 흘렀다. 봄이었고, 여름이었고, 그리고 지금은 가을이다. 계절이 몇 번을 바뀌는 동안 나는 여전히 같은 집, 같은 공간에서 다른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삶이 완전히 극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아침엔 이불속에서 한참을 망설이고, 누군가의 임신 소식엔 마음이 조용히 일렁인다. 하지만 그 감정은 이제 예전처럼 나를 송두리째 덮치지 않는다. 통증은 여전하지만, 그 고통을 견디는 방식이 확연히 달라졌다.

이제 나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애써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 한다. 슬픈 날엔 주저 없이 울고, 외로운 날엔 고요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버거운 날엔 잠시 모든 것을 멈춰도 된다고 나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해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전의 나는 늘 참고, 감추고, 괜찮은 척해야만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안다. 진정한 사랑은 나의 아픔을 솔직하게 말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생겨나는 것이라는 걸.

남편과의 관계는 여전히 명확한 정답이 없다. 가끔은 짧은 대화를 섞고, 가끔은 서로의 시야에서 멀어져 각자의 공간에 머문다. 하지만 더 이상 나는 그 안에서 모든 감정의 균형을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는다. 함께 걷는 길이라 해도 각자의 속도가 다를 수 있고, 감정의 결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더는 나만의 잘못으로 돌리지 않기로 했다.

예전의 나는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에 맞춰 나를 깎아내고, 진정한 내 모습을 숨기며 살았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나의 감정, 나의 생각, 나의 삶을 조금 더 당당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 살아있는 것들에 솔직해지기로, 내가 느끼는 작고 불완전한 감정들조차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 모든 과정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음을 느낀다.

내 삶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여전히 불완전하고, 가끔은 흔들리며, 어떤 날은 다시 모든 것을 멈추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를 지키는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강요된 회복이 아니라, 오롯이 나 스스로를 위해 다시 숨을 고르고, 나를 안아주는 그런 삶을.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내게는 작고 소중한 회복의 일부다.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있고, 이제는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든 나 자신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걷고 싶다. 멈춰버린 줄 알았던 정거장에서, 나는 이제 나만의 속도로 다시 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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