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것들의 쓸쓸한 반복을 마음에 담는다.
나를 찾아와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가을.
그 낮은 노크에
예민하게 곤두서는 감성의 은행잎
푸른 유리처럼 투명해진 공기 속,
놓지 못한 여름의 잔향이
아득하게 피어오른다.
이른 이별을 앞둔 가을은
세상의 모든 움직임을 느리게, 아주 느리게 재생한다.
떨어지고, 쉽게 밟히는 존재 속에
나는 나를 투영한다.
무너지는 것들의 쓸쓸한 반복을 마음에 담는다.
작년의 미련, 재작년의 후회.
서늘한 가을바람이 그들을 불러온다.
잠잠했던 감정이 흔들리며
조용히 밀려온다.
기억의 더미 위에서
오늘도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다.
떠나는 인연에 서툴고,
홀로 남겨진 흔적에 약한 사람.
가을 타는 나는
여린 영혼일 것이다.
그 약함이 인간의 본질임을,
이제는 인정한다.
나는 안다.
모든 흔들림과 고독이
살아 있음의 증거임을.
가을,
너는 나를 시험하지만
나는 이 깊은 침묵 속에서
나만의 단단한 중심을 세운다.
나는 다가올 겨울을 견디고
다음 봄의 싹을 틔울 희망을 품은 채
고요히 기다리는
강인한 씨앗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