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낙인
작가의 말
'불임'이라는 아픔에서 시작된 제 이야기는, 비단 아이를 갖는 문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온갖 무게와 고통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죠. 다음 편에서는 더욱 깊어진 '나'의 이야기, 그리고 불임이라는 시간이 저에게 남긴 흔적들을 솔직하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이 이야기가 여러분에게도 삶을 마주할 용기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불임 7편. 첫 시험관 실패: 끝나지 않는 낙인
불임 판정은 저를 ‘불량품’으로 만들었다.
그 시절, 가장 인기 있던 과자는 포카칩이었다.
나는 그 포장 속에서 탈락한 ‘불량 감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 당시 내 인생의 목표는 오직 임신이었다.
임신만 되면 불량품에서 벗어나 KS마크라도 달게 되는 양, 저는 집요하게 매달렸다. 임신에 몰두했고, 집착했고, 기계처럼 움직였다.
2000년대 초, 정부는 불임 부부에게 두 번의 시험관 시술 기회를 주었다.
한 번은 전액 지원, 다른 한 번은 50% 지원. 그것은 혜택이자 통제였고, 동시에 희망이자 절망이었다.
“시험관 시술”이라는 이름의 절차
시험관 시술은 난임 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과정은 철저했고, 반복되었다.
준비: 검사부터 시작된다.
여성은 호르몬 검사와 자궁 초음파, 남성은 정액 검사를 받습니다.
‘평가받는다’는 말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나는 사람인가, 부품인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과배란 유도: 스스로에게 주사를 놓는 시간
생리 3일째부터 매일 배에 주사를 놓았다.
배우고, 익히고, 결국 찔렀다.
뱃살을 움켜잡고 주사를 찌르는 건 결코 성스럽지 않았다.
짐승처럼 느껴졌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난자 및 정자 채취
난자가 충분히 자라면, 전신마취 후 채취한다.
뜨거운 무언가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느낌, 그리고 눈이 감긴다.
그 몽롱함이 익숙해질 찰나 커튼을 거칠게 젖히며 소리치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 "다음 환자 기다리세요. 어서 일어나세요."
불량품은 그렇게 막 다뤄도 되는 건가?
또다시 의문이 든다.
체외 수정 및 배양
채취한 난자와 정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킨다.
수정란은 24개가 선택된다.
그 안에서도 생존 경쟁이 있다.
살고자 애써도 탈락되는 막강한 수정란만이 선택된다.
배아 이식
가장 떨리는 순간이다.
선생님이 들어오면 나는 간절히 속삭인다.
"제발…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은, 거의 기도였다.
세상 만신에게 모두 드리는 간절함이었다.
이식 후 침대에서 내려오라는 간호사의 목소리는 역시나 기계적이었다.
친절함은 외래 진료실에만 있는 모양이었다.
고양이 무리의 울음소리에도 민감하던 나는 귀갓길에 온몸이 굳어버렸다.
전화 한 통으로 정리되는 희망
이식 후 10~12일. 혈액검사를 하고 집에서 조용히 기다린다.
가급적 좋은 생각을 하면서도 자의적이지 않고 그냥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려 한다.
누군가 나에게 따뜻한 차 한 잔 건네지 않는다.
주위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오직 남편뿐이다.
처음 그는 나에게 과일이 담긴 봉지를 건넸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아량이었다.
병원은 전화하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한다. 전화를.
간호사가 받고, 내 이름을 확인하면 의사에게 전화를 바꿔준다.
그 찰나, 공포의 절정에 들어간다.
"난자도 좋았고, 수정란도 아주 상태가 좋았는데…"
… 됐다는 건가? 안 됐다는 건가?
마른침이라 삼켜지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안 됐습니다.”
머릿속에서는 짧은 그 문장이 억만 년처럼 길게 울린다.
살면서 큰 실패를 겪은 적 없었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아 좌절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나는 엄연히 실패자였다.
불량품. 임신 실패. 루저.
전화기를 든 손이 떨린다.
벽돌 같은 전화기를 들고 있는 내 손은 목소리를 뱉지 못한 채, 침묵만 토해낸다.
"네… 다음엔 또…"
"다시 시도해 보기로 행요, 건강 잘 챙기시고요. 간호사가 일정을 잡아드릴 거예요."
다음이 어딨어?
지금 내 얼굴이 바닥에 쓸려 피가 나는데… 다음이 무슨 의미가 있어?
"일정을 언제로 잡아드릴까요?" 간호사의 물음에 나는 그저 이렇게 말한다.
"나중에요… 나중에…"
남편의 눈빛은… 말이 없었다
가슴이 아프다.
말 그대로 송곳이 박히는 듯한 통증. 그 순간, 남편이 나를 바라본다.
경멸일요? 포기일까?
저 눈빛은 뭐지? 사람에게서 나는 눈빛이 맞는가? 말이 없다.
단 하나의 말도...
그토록 떠들썩한 입에서 어떻게 이리 고요할 수 있나.
혼란스럽다.
울음은 목에 걸려 나오지도 않고, 몸은 떨리고, 손끝이 저리다.
그 순간, 나는 또다시 족쇄를 채운다.
마음에도, 몸에도, 감정에도. 나는 다시 갇힌다.
다시 숨이 막힌다.
기억의 사슬이 내 목을 조인다.
단단해 보이던 내 마음은 이렇게나 물렁했구나.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
시험관 시술은 단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여러 번의 시도와 실패, 반복, 그리고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그럼에도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철저히 준비하고 자신을 잘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저는 누구에게 돌봄 받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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